728x90 반응형 전체 글6689 트루먼 쇼,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고 있을까?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라면, 그래도 당신의 선택은 자유로운 선택일까?” 1998년 개봉한 피터 위어의 《트루먼 쇼》는 한 남자의 삶 전체가 거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남는 것은 미디어에 대한 풍자만이 아니다. 트루먼 버뱅크에게는 직업이 있다. 아내가 있고 친구가 있으며 원하는 물건을 사고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매일 어느 길로 출근할지도 스스로 결정한다. 겉으로 보면 그는 자유롭다. 그런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세상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어 있다면 어떨까? 《트루먼 쇼》가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은 정말 같은 말일까?트루먼에게는 선택지가 .. 2026. 9. 4. 이강생 — 차이밍량의 영원한 몸 2009년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차이밍량이 관객 앞에서 리강셩에 대해 말했습니다. "나는 몸의 취약성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강력한 주제라고 느꼈습니다. 우리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카메라를 그의 얼굴에서 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얼굴을 관찰하는 것이 영화 만들기에서 매우 기쁜 것이 되었습니다." 1991년, 차이밍량이 TV 영화 《보이즈》를 만들 때 아케이드 밖을 서성이던 스물두 살 청년을 발견했습니다. 그 청년이 이강생이었습니다. 이후 30년이 넘었습니다. 차이밍량의 모든 장편에 이강생이 있습니다. LW라이즈는 이 관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한 사람의 경력이 다른 사람에 의해 정의된다. 어떤 회고전도 한 사람의 회고전이자 다른 사람의 회고전이.. 2026. 9. 4. '현기증'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영화가 되었나? | 세계 영화 100 #02 세계 영화 100 #02한 남자가 죽은 여자를 잊지 못한다. 어느 날 거리에서 그녀와 닮은 여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옷과 머리, 화장까지 바꾸며 자신이 사랑했던 죽은 여자의 모습으로 만들어간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Vertigo, 1958)은 표면적으로는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를 결합한 영화다. 그러나 영화가 깊어질수록 살인사건보다 더 불길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억을 사랑이라고 믿는 남자, 실제 사람보다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욕망하는 시선, 그리고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 여성을 다른 여성으로 바꾸려는 집착이다. 1958년 개봉 당시 《현기증》은 지금과 같은 걸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평가는 엇갈렸고 흥행 역시 기대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평.. 2026. 9. 3. 도시가 신이 된다면 — 《청소년 나타》, 차이밍량 Vol.1 차이밍량 — 몸이 말하는 것들 · Vol.1《청소년 나타》 → 《애정만세》 → 《하류》 → 《구멍》 → 《천변풍경》 → 총괄제목의 '나타(哪吒)'는 중국 신화의 신입니다. 수레바퀴를 타고 하늘을 날며 싸우는, 반항적인 소년 신. 그러나 차이밍량의 영화에서 나타는 이 도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신 타이베이의 네온이 신이 됩니다. 원즈 온 월즈는 이것을 이렇게 담습니다. "결국 타이베이가 제목의 '네온 신'이다. 권위주의적 과거에서 초근대 도시성으로 아이러니하게 등장하면서 각 소년들의 삶을 자의적으로 지배한다." 1992년. 차이밍량의 첫 장편. 이강생과의 첫 만남. 이 영화는 이후 30년에 걸친 차이밍량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예고합니다. 소아 굿 무비 투 워치의 비평이 이것을 가장 정확하게 담습니다. "샤오.. 2026. 9. 2. 애니메이션의 세계사 Ep.05 · 리넨 위의 전쟁 —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어떻게 만화가 됐나 돌기둥은 무겁고, 옮길 수 없고, 한 도시에 못 박혀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끊지 않고 하나의 띠로 이어간다는 발상만큼은 옮길 수 있었다. 트라야누스 원주가 세워지고 950년쯤 지난 뒤, 잉글랜드 남부의 자수 장인들은 돌 대신 리넨 위에, 조각칼 대신 바늘로, 70미터짜리 끊어지지 않는 띠 하나를 완성했다.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 — 그리고 헤이스팅스 전투. 그런데 이 작품을 만든 건 정복자 노르만이 아니라, 정복당한 잉글랜드 쪽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 편: Ep.04 ·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 — 트라야누스 원주는 정말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을까오도 주교의 주문 — 승자가 아니라 이복형제가 남긴 기록바이외 태피스트리는 1064년, 잉글랜드의 참회왕 에드워드가 후사 없이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에.. 2026. 9. 1. 차이밍량의 영화는 왜 이렇게 느린가 차이밍량 — 몸이 말하는 것들 · 서문서문 → Vol.1 《청소년 나타》 → Vol.2 《애정만세》 → Vol.3 《하류》 → Vol.4 《구멍》 → Vol.5 《천변풍경》 → Vol.6 총괄차이밍량은 봄 매거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1960년대에 태어났고, 그것은 영화의 황금기였습니다. 나의 조부모님이 매일 나를 영화관에 데려갔습니다. 현실로부터 탈출을 제공하는 장르 영화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은 나에게 마법을 걸고 지속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1980년대에 나는 대만에 왔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정치적 자유를 만났습니다. 그 환경에서 나는 다른 종류의 영화를 접했습니다. 프랑스 누벨바그, 새로운 독일 영화, 그리고 고전 무성 영화들. 그것들은 나의 영화 어휘를 넓혔을 뿐 아니라, 나의 마.. 2026. 8. 31. 우리가 영화에 기대하는 것 — 장르의 문법, 혼합, 그리고 배반 영화 용어 사전 : 영화 서사 용어 ④공포 영화를 보면 무서울 것을 알면서도 봅니다. 로맨스 영화를 보면 결국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봅니다. 우리는 왜 결말을 알면서도 영화관에 갈까요? 그것은 장르가 만드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장르는 관객과 감독 사이의 암묵적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영화도 있고, 약속을 깨뜨리며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드는 영화도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장르의 문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감독들이 그 문법을 어떻게 비틀고 배반하는지 정리합니다.이 글의 목차1. 장르란 무엇인가 — 관객과 감독의 약속2. 장르의 문법 —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3. 장르 혼합 — 두 가지 약속을 동시에4. 장르의 배반 — 약속을 깨뜨리는 순간5. 장르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지난 편: ㉓ .. 2026. 8. 30. 29세에 남긴 두 편의 세계 — 장 비고, 자유와 권위 사이 또 다른 시선으로 세계영화사 · Another History of World Cinema · Ep.04장 비고(Jean Vigo)의 삶은 처음부터 국가 권력에 의해 규정됐다. 아버지 미겔 알메레이다(Miguel Almereyda)는 프랑스의 저명한 무정부주의자였다. 그의 실명은 외젠 보나방튀르 드 비고였다. '알메레이다'는 무정부주의를 뜻하는 스페인어 단어들의 아나그램이었다.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체포돼 프렌 감옥에 수감됐고, 1917년 8월 13일 밤 신발끈에 목이 졸린 채 발견됐다. 공식 발표는 자살이었다. 그러나 감옥 측은 그가 수감된 후 신발끈을 이미 몰수했다. 비고가 열두 살 때였다. 아버지의 죽음이 비고를 이중으로 지웠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장 살레(Jean S.. 2026. 8. 30. 446만의 기록, 그리고 세계로 — 나홍진 〈호프〉 국내 결산과 글로벌 행보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2026년 7월 15일 국내 개봉 이후 6주 차를 보내며 누적 446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19일 만에 400만을 돌파하는 빠른 속도로 출발했지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의 연이은 개봉 앞에 흥행세가 꺾이며 손익분기점 500만을 앞에 두고 속도가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봉준호는 "시네마 진풍경"이라 불렀고, 이창동은 "진짜 미친 영화"라고 했습니다. 칸 버전보다 매끄러워진 감독 재편집본이 공개됐고, 해외 선판매 한국영화 최고액 기록을 경신한 이 영화는 9월 북미 개봉과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을 앞두고 글로벌 전선으로 전장을 옮겼습니다.목차1. 〈호프〉 국내 흥행, 최종 성적표는?2. 극명한 호불호 — .. 2026. 8. 29. 700만을 넘어 1000만으로 — 놀란 〈오디세이〉, 한국을 뒤흔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2026년 8월 5일 국내 개봉 이후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7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13일 만에 500만을 달성하는 속도로 달린 이 영화는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개봉 첫 주 전 세계 2억 6,410만 달러를 기록하며 4일 만에 제작비를 회수했고, 로튼 토마토 98%라는 놀란 역대 최고 비평 점수를 받았습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귀환을 시도하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왜 지금 이 시대에 한국 관객을 이토록 사로잡는지, 현지 반응과 주요 매체 평가를 함께 정리했습니다.목차1. 〈오디세이〉 국내 흥행, 어디까지 왔나요?2. 로튼 토마토 98% — 주요 매체들은 어떻게 평가했나.. 2026. 8. 28. 에드워드 양이 남긴 것 — 59세에 요절한 거장의 유산 2007년 6월. 단 한 달 사이에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7월 30일 잉마르 베르크만. 7월 29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그리고 6월 29일 에드워드 양.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는 이것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2007년 단 한 달 사이에, 에드워드 양, 잉마르 베르크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세상을 떠났다. 양은 다른 두 사람만큼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최근 몇 년간 진행되고 있었다." 에드워드 양은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대장암. 59세. 그의 묘비명은 이렇습니다. "꿈과 사랑과 희망은 절대 죽지 않는다." 핵심 요약에드워드 양은 2007년 5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편 7편과 옴니버스 단편 1편. 그러나 그 짧은 .. 2026. 8. 28. '잔느 딜망'은 왜 세계 최고의 영화가 되었나? | 세계 영화 100 #01 세계 영화 100 #01 한 여성이 감자를 깎는다. 설거지를 하고, 욕조를 닦고, 식사를 준비하고, 외출하고 돌아와 다시 집안일을 한다. 카메라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음악이 감정을 대신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영화는 무려 201분 동안 한 여성의 사흘을 따라간다.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 23 코메르스 부두, 1080 브뤼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 2022년 영국영화협회(BFI)의 영화 전문지 Sight and Sound가 실시한 역대 최고의 영화 투표에서 이 작품은 《현기증》과 《시민 케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잔느 딜망》은 왜 위대한가?이 영화는 기존 영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략했던 여성의 가사노동과 일상의 시간을 영화의 .. 2026. 8. 27. 우리는 서로를 절반밖에 알 수 없다 —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Vol.5 에드워드 양 — 타이베이의 해부학 · Vol.5 (완결)《광음적고사》《해탄적일천》 → 《청매죽마》 → 《공포분자》 → 《고령가소년살인사건》 → 《하나 그리고 둘》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납니다. 그 사이 3시간. 한 가족이 1년을 살아갑니다. 인디와이어는 이 영화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칸에서 초연된 부드럽고 감미로운 가정 서사시, 2007년 양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기 훨씬 전부터 일종의 영화적 진혼곡처럼 느껴졌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一一, Yi Yi, 2000). 이 영화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당시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졌습니다. 2000년 칸 영화제 감독상. 2001년 미국 전국 영화 비평가 협회 최우수 작품상... 2026. 8. 26. 애니메이션의 세계사 Ep.04 ·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 — 트라야누스 원주는 정말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을까 로마 포룸 북쪽, 30미터 높이의 대리석 기둥 하나가 서 있다. 표면에는 다키아 전쟁의 전 과정이 새겨져 있다 — 2,5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황제 트라야누스만 약 60번 가까이 얼굴을 비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려면 기둥 밑동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스물세 바퀴를 돌아야 한다. 위쪽 나선은 지상에서 육안으로는 사실상 식별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애초에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맞을까 — 아니면 애초부터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을까.← 이전 편: Ep.03 · 돌려가며 읽는 신화 — 그리스 도기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손에 쥐여줬나다키아 전쟁을 돌기둥에 새기다트라야누스 원주는 113년, 다키아(지금의 루마니아 일대) 원정에서 두 차례(101~102년, 105~106년).. 2026. 8. 25. 자본주의가 도시를 삼킬 때 — 《독립시대》와 《마작》, 에드워드 양의 1990년대 에드워드 양은 1997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시아 전체의 상황이 지금 끔찍합니다." 《고령가소년살인사건》(1991)과 《하나 그리고 둘》(2000) 사이, 그는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독립시대》(1994)와 《마작》(1996). 크라이테리언은 이 두 영화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20세기 말 타이베이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포착한다. 점점 세계화되고 과잉 자본주의화된 세계에서 인간 관계를 탐구하는 에드워드 양의, 가볍지만 그에 못지않게 능숙한 터치." 무겁고 서사시적인 전작들에서 풍자 앙상블 코미디로. 형식은 달라졌지만 에드워드 양이 보는 대상은 같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도시를 삼키고, 인간 관계가 상품화되고, 공자의 가르침이 주식 시세와 충돌하는 1990년대 타이.. 2026. 8. 24. 감독이 관객을 속이는 방법 — 맥거핀과 서브플롯의 언어 [영화 용어 사전 : 영화 서사 용어 ③]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종종 속습니다.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아 헤매는데, 영화가 끝나고 보면 그것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맥거핀(MacGuffin)입니다. 또한 주인공의 이야기 뒤에서 조용히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 전체의 의미를 바꾸는 서브플롯의 힘도 있습니다. 감독이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 이번 편에서 그 비밀을 정리합니다.[Index: 이 글의 목차]1. 맥거핀이란 무엇인가 — 히치콕이 발명한 속임수2. 맥거핀의 작동 방식 — 왜 관객은 속는가3. 서브플롯이란 무엇인가 — 주변 이야기의 힘4. 서브플롯이 메인플롯을 완성하는 방식5. 맥거핀과 서브플롯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지난 편: ㉒ 캐.. 2026. 8. 23. 네오리얼리즘의 세 가지 번역 — 인도, 브라질,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 언어 또 다른 시선으로 세계영화사 · Another History of World Cinema · Ep.05-5네오리얼리즘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이탈리아에서 죽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로 나갔다. 그런데 그 방식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에서 네오리얼리즘을 흡수한 영화인들은 그 형식을 자신들의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변환했다. 인도에서는 사티아지트 레이가 런던의 어느 극장에서 〈자전거 도둑〉을 보고 나와 "이제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글라우베르 호샤가 "굶주림의 미학"이라는 선언문으로 네오리얼리즘을 식민지적 분노로 전환했다. 한국에서는 유현목이 〈오발탄(1961)〉을 만들었고, 5·16 군사정권이 이 영화를 상영 금지했다. 이 에피소드는 그 세 개의 번역이 .. 2026. 8. 23. 우리는 왜 세상이 이해 불가능하다고 믿었는가 — 《고령가소년살인사건》, 에드워드 양 Vol.4 에드워드 양 — 타이베이의 해부학 · Vol.4《광음적고사》《해탄적일천》 → 《청매죽마》 → 《공포분자》 → 《고령가소년살인사건》 → 《하나 그리고 둘》영화는 화면 가득한 텍스트로 시작합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이후, 수백만 명의 중국 본토인이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피신했다. 그들의 자녀들은 부모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많은 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안전감을 강화하기 위해 거리 갱단을 결성했다." 이 텍스트가 이 영화의 전부를 담습니다. 《고령가소년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 1991)은 1960년 대만을 뒤흔든 실제 살인 사건을 원작으로 합니다. 에드워드 양이 열세 살에 기억한 사건. 1991년 사이트 앤 사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토니 레인스.. 2026. 8. 22. 유리창 너머의 세계 — 에드워드 양의 카메라가 타이베이를 보는 방식 뉴 레프트 리뷰의 레오 찬젠 첸은 에드워드 양을 "좌절한 건축가"라고 불렀습니다.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던 사람이 영화감독이 된 것. 그 배경이 그의 카메라 언어 전체를 설명합니다.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건축가처럼 설계됩니다. 공간이 먼저 존재하고, 그 안에 인물들이 배치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축 재료는 유리입니다. 아이오와 대학교의 학술 논문은 이것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유리 매체를 전경에 내세우는 에드워드 양의 새로운 반영적 미학을 향한 제스처." 센시즈 오브 시네마의 사울 오스터리츠는 에드워드 양 영화들의 공통 특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빠른 요약이나 설명에 저항하는 복잡성." 그 복잡성의 원천은 유리창 너머에 있습니다. 에드워드 양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반사를 통해 보이.. 2026. 8. 20. 이미지가 현실을 삼킨다 — 《공포분자》, 에드워드 양 Vol.3 에드워드 양 — 타이베이의 해부학 · Vol.3《광음적고사》《해탄적일천》 → 《청매죽마》 → 《공포분자》 → 《고령가소년살인사건》 → 《하나 그리고 둘》프레드릭 제임슨은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恐怖分子, 1986)에 대해 단 하나의 분석을 남겼는데, 그것이 영화 이론사에서 이 작품의 위상을 확정했습니다. 그의 1995년 저서 《지정학적 미학》의 한 장 전체가 이 영화를 다룹니다. 세번스 아트의 학술 분석은 제임슨의 테제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공포분자》를 단순히 포스트모던 영화가 아니라, 포스트모던 영화로 만들었다." 스프링어 링크의 학술 분석은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 뉴웨이브의 많은 거장들 중에서 프레드릭 제임슨 같은 고위 문화 비평가의 주목을 끈 유일한 인물이다... 2026. 8. 19. 애니메이션의 세계사 Ep.03 · 돌려가며 읽는 신화 — 그리스 도기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손에 쥐여줬나 이집트의 화공들이 벽 위에 등록선을 그었다면, 그리스의 도공들은 그 등록선을 손에 쥐고 돌리기 시작했다. 도기는 평평한 벽과 다르다. 원통형이거나 배가 불룩한 곡면이고, 손으로 쥐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 물리적 특성 하나가 독서의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야기를 보려면 도기를 돌려야 했다. 지금 우리가 책장을 넘기며 다음 칸을 확인하는 행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전 편: Ep.02 · 최초의 칸 — 이집트 무덤벽화는 어떻게 순서를 발명했나코린토스에서 아테네로 — 흑색상 기법의 탄생과 확산그리스 도기 회화의 첫 주도권은 아테네가 아니라 코린토스에 있었다. 기원전 7세기 후반, 코린토스의 도공들은 검은 유약으로 인물과 동물의 실루엣을 그리고, 그 위에 날카로운 도구로 세부선을 긁어내 명암과.. 2026. 8. 18. 이전 1 2 3 4 ··· 319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