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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전한길 강사 분노 욕설이 문제가 아니다

by 조각창 20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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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강사가 분노한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시족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강사들의 인기 역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메가스터디 강사로 시작해 EBS에서도 활약했던 그는 공시족들에게는 스타 강사로 널리 알려진 한국사 강사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왔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학원 강사들은 오직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가르치는데 능통한 인물들이다. 학교와 달리, 오직 하나의 목적을 가진 그들이라는 점에서 시험 문제에 대한 지적은 다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공시생들 사이에 스타로 알려질 정도면 그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혹시나 이 해설 강의를 출제하신 교수님이 볼 리는 없겠지만 문제를 이따위로 출제하면 안 된다. 이건 반성해야 한다. X발 (문제를) 이렇게 내면 어떡하느냐. 이건 가르치는 강사나 대학교수도 맞출 수 없는 문제다. 출제하는 의의가 뭐냐. 대학 교수님이 출제하시더라도 수험생들 눈높이에 맞춰내야 한다. 대학교 전공자들에게 내는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


"시험이라는 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똑똑한 애를 합격 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건데, 이 문제는 공부해도 맞출 수 없는 문제 아니냐. 이런 건 변별력이 꽝이라는 뜻이다. 출제하시는 분은 알고 냈느냐. 이 한 문항으로 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운명이 달린 사람은 이 한 문제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출제자가) 알고 있느냐, 이 뜻이다. 앞으로 출제하더라도 신중하게 해 달라는 뜻이다"


전한길 강사는 지난달 24일 2018 서울시 지방공무원 7급 필기시험에 대한 문제 풀이 강의를 하면서 이와 같은 분노를 표출했다. 논란이 된 문제는 한국사 7번 문항이었다.  역사 서적 4점을 제작 연대 순으로 배열하는 문제였다. 이 중 고금록(1284년)과 제왕운기(1287년)의 제작 시기가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수험생들 사이에서 극악의 난이도로 평가됐다.


문제를 출제하는 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경우 제작 시기가 3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역사 서적 4점의 제작 연대 순을 알아맞히는 식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출제할 수 있다. 1280년대에 발행된 책의 순서. 그것도 단 3년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 서적들의 순서를 알아 맞히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대학전공자들을 위한 문제도 아니고 공무원 시험 문제다. 서울시 공무원이 이 분야 전문가를 뽑는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공무원 7급 필기시험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 강사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될 수밖에 없다. 변별력도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문제를 낸 출제위원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런 식의 문제를 내버리면 수험생들은 말도 안 되는 것들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떤 식의 문제가 나올지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면 과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한국사만 출제하는 것도 아닌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 스타 강사인 최태성 역시 비판에 참여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공시족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면 과연 수험생들은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나? 자신들은 그저 책에서 보고 출제를 하면 그만이지만, 이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들은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답답해 할 수밖에 없다. 


전한길 강사가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욕설이 아닌 문제를 낸 출제위원의 사고 방식이다. 학교도 아니고 학원에서 욕을 했다. 물론 수강생들 앞에서 욕을 하는 것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욕설 논란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많은 청년들은 공시족이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지다. 이런 상황에서 변별력을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문제를 출제한다면 이는 수많은 공시족들을 우롱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상식에 부합하는 문제를 내는 것이 출제위원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럴 능력이 안 되면 출제를 포기하는 것이 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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