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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 택배 차량 논란 갑질인가 당연한 요구인가?

by 조각창 201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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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 논란이다. 아파트 단지 내로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지며 택배 배송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으로만 차가 다닐 수 있게 아파트를 지은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그저 입주자만을 위한 배려라면 이는 최악의 아파트다.


아파트를 지으며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 공간으로 설계를 했다고 한다. 아파트 내 차량 사고도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선택은 향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아파트의 모든 차량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서는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축된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으니 말이다.


"이 동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택배 차량을 개조해야 하는 데 비용도 문제지만 차고를 낮추면 적재 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단지 입구에 차를 대고 수레로 실어 옮겨야 하는데 하루 수백 개나 되는 택배 물량을 수레로 실어 나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택배 기사가 느끼는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파트 한 동이라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손수레를 통해 택배를 배송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를 생각하면 이는 고역이다. 기본적으로 지하로 모든 차량이 통행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지하 주차장에는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개조해야 하는데 그 아파트 하나만 보고 차량 개조를 해서 택배 업무를 할 수는 없다. 택배 기사는 자영업자다. 회사에 속해 있지만 개별적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런 요구는 택배 일을 하지 말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지상에서 차량 없이 수레를 가지고 택배 작업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수백 개나 되는 택배를 언제 수레를 가지고 이동하며 배달할 수 있는 것인가? 해당 아파트 전담 택배 기사도 아닌 수많은 지역 중 하나인데 그 한 지역을 위해 하루 종일 노동을 하라는 것은 갑질이다.


"이곳에 미취학 다자녀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택배차 지상 통행 제한은) 단지 내 안전의 문제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택배 차에 아이가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입주자는 미취학 아동이 있기 때문에 택배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상황이 벌어진 후 내린 조처다. 부모로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차량 사고는 교통사고로 취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의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 내부 차량 이동에 대한 법률을 고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해답이다. 그렇지 않고 택배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인가? 이는 상대적 약자로 보이는 택배 기사들에게 불편을 요구하는 갑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차량 사고에 대한 법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들이 적극 나서 법 개정을 촉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차가 문제니 차를 모두 없애거나 들어오지 못하게 막자는 식의 발상은 황당하다. 이런 논리를 확장하면 지구상에 모든 차량을 없애면 교통사고 문제는 사라지니 그렇게 하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도시 첫 입주자들이니 이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후 이사가 활발해지게 되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하 주차장으로 택배 차량도 들어갈 수 없는데, 이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다리 차도 고층 아파트가 늘어나며 기본이 된 상황에서 사다리 차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입주자 자신들에게 필요하면 허가를 하고, 타인의 노력이 더해지는 것이라면 입주자 편의가 우선인 것은 분명 갑질이다.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자 택배 회사들은 해당 아파트에 배달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나섰다. 


서로 입장을 주장하고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파트 측에서 공동으로 택배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단지 내 이동이 가능한 수레들을 준비해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방법도 존재할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로 외부 차량이 들어오는 것이 싫으면 외부와 접한 공간에 택배 등 화물을 받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택배 차량이 통행이 가능한 높이로 지하 주차장을 조성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차량을 없애겠다며 예고된 불편을 생각하지 못했다면 아파트 건설 업자의 문제가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장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정답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요구하는 만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해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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