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이가 악성 댓글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10대 고교생은 친구를 떠나보내고, 악의적인 댓글들에 더는 참아내지 못했습니다.
함께 그날 이태원을 찾은 A군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오히려 살았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만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생존자는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적극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그에게 악성댓글은 그 무엇보다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친구들과 함께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핼러윈에 참가한 것이 왜 그들을 사는 것조차 지옥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신의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엇을 하든 안전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게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가 해야만 하는 책임입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것이 불법적인 행위인가요? 그들이 안전해야 할 서울 시내 도로에서 무참히 사망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인 것인가요?
이런 최소한의 안전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건 국가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놀다 사망해도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당연한 책임소재를 가리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놀다 죽으면 국민도 아니라는 말인가요? 이런 한심하고 잔인한 자들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또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는 등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고등학생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악성 댓글'에 따른 고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숨진 10대 A군의 어머니는 "꼭 전할 말이 있다"며 14일 MBC뉴스 인터뷰에 응했다고 하죠.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은 지난 10월 29일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구경을 갔다가 '밤 10시 30분까지 집에 오라'는 부모의 당부대로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에 친구들과 함께 인파에 갇혔다고 합니다. 40분 넘게 깔려 있던 A군은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됐으나,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하죠.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도 하기 어려웠던 그들에게 이번 핼러윈 축제는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을 겁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하던 도중 문제의 장소에서 40분 넘게 깔려있었다고 합니다. 다들 알고 계시듯 그 골목이 지하철 역으로 가는 빠른 길이라는 점에서 이곳으로 향한 것은 너무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사망한 A군은 자기 친구들 죽음에 대해 모욕하는 댓글들을 보며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부모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핼러윈 축제에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죠. 그 공간이 주는 활기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많은 이들은 그곳을 찾았을 뿐입니다. 국가가 안전하게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말이죠.
당시 A군은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구를 떠나보낸 A군의 심정이 이해되는 대목이죠. 다친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마지막 떠나는 친구들을 보려는 그 아이의 마음은 악성 댓글을 쓴 자들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된다고 그래서, 병원에서 안 된다는 걸 중간에 퇴원시켜서 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의사의 만류에도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이해한 아버지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참사 이후 A군은 일상 회복을 위해 애썼다고 전해집니다. 1주일 만에 등교해 학업에 몰두했고, 병원 상담도 다녔지만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을 보며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악성 댓글을 볼 수 없게 하는 방법은 세상과 단절인데 그게 쉬울 수는 없는 일이죠.
A군은 결국 휴대전화에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를 적어놓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A군이 남긴 마지막 동영상에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지독한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 고1 학생에게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겁니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친구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없어졌으니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다.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
A군 어머니의 말은 악성 댓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 나이 청소년들에게 친구는 자기가 사는 세상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은 그 소년에게 세상은 무너진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정신과 치료와 함께 우울증과 자책감을 버리고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남겨진 이의 몫입니다. 이런 상황에 이들의 죽음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섬뜩함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그런 악랄한 댓글은 그렇게 기적처럼 살아남은 어린 소년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건 정상일 수가 없습니다.
악성 댓글을 단 자들은 모두 살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최소한 인간이라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다 사망해야만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그건 그 어떤 상황에서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태원 압사 사건 희생자들은 조롱받을 그 어떤 이유도 없는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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