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무관이 갑질한 사건은 까도 까도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상황들입니다. 해당 사무관은 교사가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설명하고 있지만, 증거들은 다릅니다. 다른 교사로 교체된 후에 그가 보인 행동은 악랄한 보복과 협박이었으니 말입니다.
6급 교육부 사무관이 자신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 담임에게 문건을 보냈습니다. 그저 학부형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들 상태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교사가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바라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죠. 하지만 이 자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했습니다.
일선 교사들이 교육부와 일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부에서 일선 교사에게 직접 공문을 보내는 일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심각한 문제이거나 엄청난 상을 수여하기 위함일 테니 말이죠. 문제의 사무관은 교육부 서식으로 담임에게 문건을 보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교육부 서식으로 문건을 보낸 것은 자신이 어떤 지위에 있는 존재인지 드러내, 자신의 말을 잘 들으라는 협박이라는 의미입니다. 그저 이상한 단체에서 만든 '왕의 DNA'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보낸 것이 전부라는 말은 거짓이라는 겁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직원 갑질 조사 관련 주요 경과' 자료에 따르면, 해당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 19~21일 사이 자녀 담임이었던 B씨를 아동학대로 경찰과 세종시청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같은 달 19일에는 세종시교육청에 진상조사와 B씨의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그 이후인 지난해 10월 25일 공직자통합메일을 활용해 근무시간 중 자녀의 정보와 일명 '왕의 DNA'을 비롯한 9가지 솔루션이 담긴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편지는 새로 자녀 담임을 맡은 C씨에게 보냈다고 하죠. 그러나 B씨는 A씨 신고로 인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경찰에서 아동학대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올해 5월 30일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교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의미죠.
B씨는 지난해 12월 A씨의 신고를 받은 세종시청 사례판단 기구에서 아동학대(방임, 정서학대) 판단을 받았으나 이 역시 올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재심을 거쳐 '아동학대 아님' 재결을 받았습니다. 교육부 직원이 교사를 고발한 모든 것이 혐의없음으로 종결 난 것이죠.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전날 교육부 기자단을 통해 배포한 사과문에서 자녀가 경계성 지능을 갖고 있고 일명 '왕의 DNA' 편지는 치료기관의 자료 일부라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치료기관이라는 비과학적 업체의 자료는 사실이지만, 이를 강요하는 과정은 추악함 그 자체였습니다.
A씨는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당시)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반면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A씨가 아동학대를 이유로 B씨의 직위해제를 교장·교감, 세종시교육청에 요구하면서 요구를 듣지 않으면 언론에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갑질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손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곳에 직위해제를 요구했다면 증거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전한 이들 역시 목격자가 될 수 있죠. 노조는 A씨가 공직자통합메일을 활용해 관련 내용을 후임 담임교사 C씨에게 보내 B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C씨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A씨는 공직자통합메일을 활용해 내용을 보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교육부 직원임을 그대로 드러내 압박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후임 교사에게 전임 교사를 '시정잡배'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는 사실은 충격입니다.
"최근 보도를 통해 밝혀진 교육부 직원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무척 부끄럽게 생각한다. 교육부 책임이 크다.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속 직원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가 있을 예정이다"
교육부 장상 차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권회복 보호 강화 방안' 시안 발표 공청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했습니다. 부끄럽게 생각하며 교육부 책임이 크다고 하지만 이는 립서비스일뿐입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투명하게 설명하고 엄정한 조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교육부는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승진을 시켰습니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된 처벌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여론이 거세니 그럴듯하게 사과 형식을 취하지만 이들은 다 똑같은 존재들일뿐입니다. 해직을 시킨다고 해도 다시 복직하는 무수한 공직자들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자료는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이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우리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전달해 드렸다.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는 상처가 되셨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종이 알리미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서 제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히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당시 선생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문제의 이 사무관은 13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사과문을 통해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무관이 얼마나 상대를 능욕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그의 사과문이 잘 보여줍니다.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을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발언일 뿐이죠.
자신의 직업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질 것이라 생각 못했다는 것 역시 거짓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공무원으로 살던 자가 이런 관계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일까요? 그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포장하는데 능숙한 인물임이 잘 보입니다.
'시정잡배'라고 교사를 폄하하고 욕했던 자가 마치 성인군자처럼 공정하게 일처리를 한 듯 사과문을 작성한 것만 봐도 절대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최근 드러난 갑질의 전형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사과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논란들을 계기로 제대로 갑질이 사라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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