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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NongDam

올려진 변기 커버의 비밀, 섬뜩한 범죄에 피해자 구제는 어디있나?

by 조각창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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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상하기 힘든 종류의 인간들도 존재합니다.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는 기괴한 집착이 만들어낸 범죄는 그래서 더욱 섬뜩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 속에 감춰진 미친 광기를 그렇게 피해자를 평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내가 사는 공간에 낯선 이가 몰래 들어왔다면 어떨까요? 내가 있는 상태에서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끔찍하지만, 집을 나선 사이 누군가 드나들었다면 그것만큼 찜찜한 일도 없을 겁니다. 빈대보다 못한 인간은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여대생 빈집 상습 침입한 30대 직장인 남성

대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좁은 창틀을 비집고 들어와 여대생의 집을 이용한 황당한 30대 남성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이 남성은 여대생이 외출하자마자 집으로 몰래 들어가 온 집안을 살피며 도둑질까지 했다고 합니다. 

 

대전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A(22)씨는 10일 "낯선 남자가 제 원룸 창문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숨이 막혔다"며 경악했습니다. A씨가 이상함을 느낀 건 지난달 7일 오후. 스마트폰에 'PC 카톡' 알림이 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A씨가 외출한 상태에서 'PC 카톡' 알림이 떴다는 겁니다. 이는 혼자 사는 집안에 누군가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누군가 집에 있는 컴퓨터로 카카오톡 메신저에 접속했다는 표시라는 점에서 섬뜩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때도 A씨는 누군가 침입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전산오류라고 생각했던 A씨는 그로부터 2주 뒤인 지난달 21일 오후에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집 밖으로 나온 사이 또 'PC 카톡' 알림이 떴고, 몇 시간 뒤 귀가한 A씨는 화장실 안 변기 커버가 올라간 것을 보고 순간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여성 혼자 사는 집입니다. 외부인이 올 일이 없는 장소에서 화장실 안 변기 커버가 올라간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와 같이 산다면 이게 이상할 일이 없지만,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는 기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A씨는 청소할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 한 번도 변기 커버를 올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었던 집에서 음료수와 립밤이 사라졌고, 돌리고 나갔던 세탁기는 중간에 전원이 꺼진 흔적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이런 우연이 혹은 자신의 착각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상한 흔적들이 나오면서 A씨는 집 근처 폐쇄회로(CC)TV 관리업체를 통해 영상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주변 CCTV에 그대로 담긴 범행 장면

영상을 확인해보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A씨 원룸 옆 에어컨 실외기를 발판 삼아 창문으로 접근했고,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본 순간 아마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놀랐을 듯합니다.

 

이 남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CCTV 유무를 확인하고 행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침입했고, 이후에는 A씨의 집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좁은 창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여대생 A씨 혼자 사는 집에서 지내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는 것이죠.

 

이것도 당혹스러운데 지난달 7일 오후께는 A씨의 집 창문 앞에서 소변을 누는 모습도 고스란히 포착됐다고 합니다. 이 행위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자가 집에 무단 침입해 립밤 등을 훔쳐간 것 역시 성적인 불순함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침입 시각을 확인해 보니 제가 집에서 나가고 불과 1∼2분 뒤였다. 누군가가 저를 계속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다급하게 주거지를 옮겼다고 합니다. 침입 시각이 자신이 집에서 나가고 불과 1~2분 뒤였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기겁할 부분이죠. A씨가 외출하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왔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피해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했지만, 피해자는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거나, 작은 소리만 들려도 흠칫 놀라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피해자가 여성이라 더 무서운 것도 있지만, 남자라고 해도 이런 피해를 봤다면 그 트라우마는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범행 후 피해자 집 정문으로 나온 가해자

지난달 23일께 A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최근 B씨를 주거침입·절도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CCTV 영상분석과 여러 차례 압수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B씨의 이동 동선, 카드거래 내용 등을 분석해 신원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쉽게 잡힌 것 같지만, 경찰들이 수많은 CCTV를 오랜 시간 확인해 범인을 찾아냈을 것을 생각해 보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그나마 경찰이 발 빠르게 움직여 범인을 잡은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는 유사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회사원인 B씨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세 차례 A씨의 집에 침입해 음료수·립밤 등을 훔쳐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B씨와 A씨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고 하네요. 이는 B씨가 A씨를 어디에선가 보고 주거지를 확인하고 이런 짓을 벌였거나, 이런 집을 찾아다니다 발견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근 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스마트 워치 지급 등 피해자 보호조치에도 신경 쓰겠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이유와 A씨에 대한 스토킹, 추가 침입 여부 등 여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유사 사건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트라우마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게 됩니다. 이 정도면 그저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불법침입죄는 되지만, 직접 사람과 만나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가해자가 과연 반성할까요? 이런 판결로 가해자는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한 모든 처벌을 받았다고 홀가분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라우마 책임은 누가 지나?

하지만 피해자는 이런 판결에 분노하는 것만이 아니라, 불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트라우마 치료를 오랜 시간 받아야 하는 괴로움도 함께 견뎌야 합니다. 재판부는 이런 피해자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드는 모든 비용을 가해자에게 받아내야 합니다.

 

최소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 시스템에 이런 것은 없습니다. 그저 스마트 워치 지급하고 피해자 보호조치 신경 쓰겠다는 경찰말로 위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 치료에 드는 모든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해야만 합니다. 요즘에는 금융치료가 그 무엇보다 무서워하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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