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를 태우고 가는 구급차를 술에 취한 취객이 길을 막아 세웠다고 합니다. 이런 자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민망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술을 마셨다고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구급차를 막고 길을 내주지 않는 도로 위 미친 차량들을 우린 종종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취객이 구급차를 막았다는 것은 처음 듣는 듯합니다. 술을 마셨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구급차를 막아서고 행패를 부린 것도 모자라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한 50대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모욕·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를 지난 20일 밤 10시 20분쯤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심정지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의 진로를 약 10분간 방해하고 함께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서울 영등포소방서와 영등포경찰서는 20일 밤 10시13분쯤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심정지 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서였습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 인근에 도착한 밤 10시 15분쯤 A씨 일행 3명은 소방 펌프차 앞을 막아서고 약 10여 분간 발길질과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황당함을 넘어 기괴한 이 취객들의 행동에 영등포소방서는 경찰에 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냈습니다. 경찰이 추가로 출동하고 나서도 A씨는 경찰관 3명을 밀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이 깡패다 XXX아"라고 폭언을 가하는 등의 행패를 부렸다고 하네요.
경찰은 A씨와 함께 소방 펌프차의 진로를 막아선 A씨의 지인 2명도 함께 불러 조사했다고 합니다. 이들 2명은 소방관에 대한 공무집행 혐의만 받아 체포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A씨 등 3명은 당시 술에 취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소방관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는 체포되지 않다는 사실이 기괴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소방관의 업무는 중대합니다. 화재를 잡는 주업무에 긴급하게 이송해야 할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무집행 방해하면 즉시 체포되어 처벌받아야 함에도 불구고, 소방관 업무를 방해했으니 체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게 됩니다.
50이 넘는 나이를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을 누가 뭐라 할까요? 최소한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남들에게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애들도 아니고 술 마시고 구급차를 막아서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는 행위가 정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강력한 처벌이 이어져야 하지만 우리 법은 술에 여전히 관대합니다.
이런 인간이길 포기한 자도 자신의 가족 앞에서는 근엄함을 보이거나 도덕을 언급하겠죠. 이런 자의 표리부동은 그래서 기가 찹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주변에서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술을 마시고 취해서 했으니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요? 평소의 성격이 술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술탓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성해야 할 자에게 법의 심판이 제대로 내려지길 바랍니다.
PC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모씨(남·52)는 신고 수 시간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의 사후경직이나 피부색 등으로 사망한 지 이미 좀 많이 지난 것 같다고 판단해서 경찰에 인계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망한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출동했다는 점에서 취객의 난동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법에서는 중요하게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구급차가 사망한 이를 수습하기 위함인지, 생명을 구하기 위함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결과론을 들어 판결하면 안 될 겁니다.
사망한 김씨는 지난 18일 PC방 이용을 시작했고 20일 오전 9시 10분쯤 직접 충전 기기로 걸어가 이용시간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씨는 다시 자리로 돌아간 이후 PC 전원을 켜지 않았다네요. 김씨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데다 PC도 시스템상 꺼진 것으로 나와 직원들은 한동안 김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약 전원을 켰다면 직원들 역시 손님이 있다고 인지하고 관심을 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추가 충전을 해야 하는 구조라면 찾아가 알리는 상황도 만들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전원을 켜지 않은 구석진 자리에 오전 9시 이후의 시간대는 관심받기 어려운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간이 지난 같은 날 밤 10시 13분 해당 PC방 사장이 의자에 뒤로 기대 눈을 감고 있는 채로 숨져있는 김씨를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곧이어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고 김씨는 현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았고 밤 11시 10분쯤 운구용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다고 합니다.
사망한 김씨는 지난 2007년 노숙인 지원센터인 서울 영등포구 보현의집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서울 용산구의 다른 노숙인 시설인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니 그의 삶이 어땠는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어쩌면 차가워지는 날씨를 피하기 위해 PC방을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 미쳐 몰두해 사망한 것이 아닌, 쉴 곳이 필요해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도시 빈민들은 늘어가고 그렇게 집마저 없는 이들은 거리를 집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복지의 사각지대에 완전히 노출된 이들을 구할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런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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