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편안하게 집에서 음식을 먹는 시대가 왔습니다. 물론 이런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소비자는 돈으로 그 노동을 사는 방식으로 편리함을 이용합니다.
이런 변화에 빠르게 선점하며 엄청난 돈을 번 것은 배달 웹 업체들이죠. 식당도 소비자도 자신들이 일정 부분 돈을 추가로 내서 배달 웹에게 지불하는 형식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직접 배달하는 배달기사들이 존재합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정말 배달기사를 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도 있습니다. 배달도 엉망으로 하는 이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합니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손님에게 주문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하게 합니다.
JTBC '사건반장'에 이 사건이 소개되며 신종 갑질로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29층 사는 여성과 가족 신상 캐기가 시작되어 본질을 벗어난 논란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신상 캐기는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이 사건을 다르게 보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모든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주문자의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늦은 것을 두고 애써 올라와 내려가는 배달기사에게 음식 회수를 요구하는 행위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갑질일 수밖에 없습니다.
"본업은 따로 있고 제 개인적인 대출 빚을 갚고자 (배달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된 신입 기사다. (29층 배달) 당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아파트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손님 집의 호수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손님에게 전화까지 걸었으나 이마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배달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옆 단지로 배달하러 갔다. 이후 돌아와 손님에게 재차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게 사장이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고, 배달 관리자도 손님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는 저는 연락을 기다리면서 일단 2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신상까지 공개되며 본업에도 문제가 생기가 되자 배달기사는 그날의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개인 채무든 뭐든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책임지려는 행동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다니는 회사가 겸업 금지라는 점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현관 공동 비밀번호가 있다면 배달시 알려주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배달을 시키고 연락이 올 수도 있기에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관 비밀번호도 없고, 주문자는 아무리 연락해도 받지 않으면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게 다른 거주자를 따라 현관에 들어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29층까지 올라가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29층 오르는 게) 사실 너무 힘들었으나 제 상황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돼 계단을 올랐다. 당시 손님은 제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안 돼 가게와 배달 업체에 연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손님의 연락을 못 받았다"
"제게 온 손님의 첫 연락은 (음식 배달 완료 후) 계단을 내려갈 때, 14층과 15층 사이쯤이었다. 전화의 내용은 '주문 취소했으니 다시 와서 음식 가져가라'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 음식을 회수해 가게에 드렸다. 저는 어떤 사유로 손님이 주문 취소했는지, 가게 사장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려던 게 이런 상황이 됐고, 저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 것 같아 속상하다"
계단을 올라가던 A씨는 배달 관리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손님이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답하며 통화를 종료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손님이 전화를 했다고 하지만, 받은 적은 없고, 첫 연락은 계단을 내려갈 때 14층과 15층 사이였다고 합니다.
겨우 29층까지 올라가 배달을 완료하고 내려가니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겼다는 이유로 회수해가라는 말을 했다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주문자는 가게 사장이 화나게 해서 웹에 글을 올렸다는 말을 하며, 아이들 음식에 민감해서 그랬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런 행동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판을 이어갔죠. 아이들 음식에 그렇게 민감하다면 자신이 직접 정성들여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다 변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찜닭을 시키고 우리 아이도 올라왔으니, 배달 기사도 올라오라는 행동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5층 이내라면 힘들어도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29층입니다.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었다면 한층이라도 내려와 라이더 음식을 받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전화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것마저 하지 않고, 온갖 변명을 하는 행위는 주문자의 잘못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 사정으로 대출을 받았고, 상황이 힘들어져 (배달 업체) 이중 취업을 했다. 본업은 겸직이 안 돼 회사에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 또 모든 라이더에게 감사하다. 사실과 다른 추측성 댓글로 제게 잘못이 있다는 말조차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일단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배달기사는 이 논란으로 인해 이중 취업으로 인해 회사에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배달한 것이 죄가 되어 회사 징계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주문자는 당연한 권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도 노동자임에도 이런 행동으로 인해 결국 많은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당 아파트 앞에서는 배달기사들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배달로 편리함을 얻었지만, 이를 전달하는 배달기사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내가 돈 줬으니 그 정도는 해야지라는 한심한 생각과 행동만 하지 않아도 편리함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기본을 어기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 기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어느 가족의 가장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잘못한 일이 있다면 꾸짖어야 마땅하지만,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비하하고 깔보는 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은 한심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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