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n번방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도 하지 않고, 겨우 몇몇에게만 중형을 내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조주빈에 대해 42년 형이 선고되었지만 피해자를 생각해보면 과연 이게 적당한 형량인지 여부는 의아합니다. 사형을 시켜도 부족해 보이는 범인에게 42년 형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희망만 전해줬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주빈과 일당이 체포된 후에도 n번방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A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엘'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방송에서 공개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죠. 더욱 조주빈이 체포된 후에도 여전히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스러웠습니다.
A씨는 수시로 텔레그램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방을 개설·폐쇄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한다면 체포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8월 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다고 합니다.
텔레그램이 익명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탈퇴하면 잡아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죠. 탈퇴한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에서 그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 텔레그램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협조하지 않기로 유명하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 지난달 19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분석이 아닐 수 없죠. 그의 흔적들을 찾아 분석해 그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죠.
이후 약 한 달 만인 이달 23일 현지 경찰과의 공조 수사(작전명 '인버록')로 시드니 교외에 있는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A씨를 검거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송환에 앞서 호주 경찰이 A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고도 하네요. 호주에서도 범죄자가 된다는 점에서 A씨는 국내에서 처벌을 받고 풀려나도 호주로 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외국의 경우 아동성착취에 대해서는 국내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하니 말이죠.
주범인 '엘'이 붙잡힌 만큼 공범과 방조범을 검거하기 위한 국내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공범 3명을 구속했습니다. A씨가 제작한 영상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피해자 신상정보를 게재한 피의자 3명도 구속 송치했죠.
경찰은 이외에 성착취물을 유포·소지하거나 시청한 5명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고 나머지 공범과 방조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는 총 21명이라고 하니 수사는 잘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문제는 이렇게 법정에 세워도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n번방 성착취물 400개 넘게 가지고 있던 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재판부의 행태는 이 사건은 지속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충남 당진에서도 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판매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 군(18)을 지난 20일 구속했다고 24일 밝히기도 했습니다. A 군은 2018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직접 촬영한 영상 4개를 포함해 청소년 성 착취물 500여 개를 제작하는 등 성 착취물 1,500여 개를 소지하고, 이 중 900여 개를 판매해 1,63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군은 조주빈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조주빈이 40년 넘는 형을 선고받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국내외에서 여전히 유사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 뿐입니다.
한국 경찰이 호주에 파견돼 범인 검거에 기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 수사 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척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는 탁월함으로 다가오지만, 아무리 잡아들여도 재판부가 솜방망이만 휘두르면 유사 범죄는 줄어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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