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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흉기난동 가해자 아닌 피해자 故 김혜빈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by 조각창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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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끔찍한 범죄로 이제 스무 살인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분당 흉기난동으로 벌써 두 명의 고인이 나왔다는 사실은 허망하기만 합니다. 첫사랑인 부부가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선 길에 최원종에 의해 허무하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차를 몰고 와서 길을 걷던 시민들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로 들어가 무차별 칼질을 한 최원종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일부 언론에서는 최원종이 천재였다는 말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분당 흉기난동 사망자 스무살 김혜빈

천재였는데 이런 범죄자가 되었다는 그 글 속에는 가해자가 안타깝다는 뉘앙스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보도는 피해자를 두번 세 번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 공부를 좀 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이런 기사를 내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무엇을 위함이었을까요? 그가 병이 있는데 치료 받지 않아서 그랬다는 말 역시 이 범죄를 정당화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러니 감형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연장된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왜 피해자 가족들은 고인이 된 그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일까요? 이런 잘못된 시선과 행태 때문입니다. 억울하고 허망하게 삶을 마감한 그들의 마지막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기사조차 짧은 단신으로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28일 오후 9시 52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이 사건 피해자인 20세 여대생 김혜빈 씨가 숨졌습니다. 김혜빈 씨는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22)이 몰던 모닝 차량에 치인 피해자로, 뇌사 상태에 빠져 연명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미대 1학년인 김혜빈 씨는 부모님에게 손을 안 벌리겠다고 미술학원에 아르바이트를 하거 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을 걸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최원종은 그렇게 자신 어머니 차로 보행자를 악의적으로 돌진하고 차에서 흉기를 들고 시민들에게 마구 휘둘렀습니다. 당시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6일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김혜빈 씨마저 숨지며 이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무고한 시민 12명도 다친 상태입니다.

반성도 없는 분당 살해범 최원종

수원지검 성남지청 전담수사팀(팀장 송정은 형사2부장)는 29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죄로 최원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최원종은 범행 전날에도 흉기 2개를 준비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려 했으나 포기해 살인예비죄도 적용됐습니다.

 

검찰은 최원종이 폐쇄적인 심리상태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타인이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망상을 호소하는 내용을 접하면서 상태가 악화해 '망상이 현실이란 확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생각에 극도의 폭력성을 발현시킨 사건으로 규정했다고 하네요.

 

학문적인 서술은 이 사건을 파악하고 추가 사건을 줄이는 과정에서는 유용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문장들은 오히려 화를 불러올 뿐이죠. 당장 내가 일상의 평범한 공간에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극심한 불안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원종이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망상상태를 제외하면 상당한 학업능력을 갖췄고, 가상화폐나 주식을 투자하거나 프로그래밍 능력도 보유한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합니다. 범행 전에 '심신미약 감경' 등을 검색해 범행 후 감형을 의도한 점도 뒷받침됐다고 합니다. 이는 계획범죄라는 중요한 정황도 될 겁니다.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외동딸이었다. 밝고 장난기가 많았고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했다"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장례식장에서 고 김혜빈(20) 씨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김씨의 유족은 고인을 장난기 많고 착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랑스러운 외동딸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친구들의 기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어떤 인물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친구들은 "웃긴 녀석"이라고 짧게 말했다고 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미대생은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참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족들이 김혜빈을 기억해주기 바란 이유

고인이 된 김혜빈 씨는 자신의 SNS에 직접 그린 그림을 곧잘 올리며 '세상이 주신 것들에 감사하다'는 등의 글귀를 함께 덧붙이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스무 살 미대생은 최원종이라는 절대 용서될 수 없는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처음 소식을 듣고 흉기에 다친 피해자일 거로 생각했는데 차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을 거라곤 상상 못 했다. 그 이후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쾌유를 빌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했다"

 

"사람들이 가해자 최원종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는지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보다는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혜빈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김씨 친구나 유족들은 같은 취지로 김 씨의 이름과 영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악랄한 범죄자에 대한 집중보다는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혜빈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기억해 주기 바라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김 씨의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8시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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