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 후보가 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지난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판사가 내린 판결은 그의 모든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법부의 최고 자리에 오르려는 자가 이런 일그러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엉망이라는 사법부는 더욱 기괴한 곳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한 국가의 중대한 직책에 오르는 자는 철저하게 검증되어야만 합니다. 작은 허물이라도 드러나게 된다면 그건 결격사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이균용 후보자가 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며 논란은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오래전 오판이 만든 결과가 아닙니다. 언론들을 통해 공개된 내용들을 보면 최근까지 이 후보자는 성범죄에 대해 무한히 관대한 선고를 해왔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선고를 하는 이가 과연 대법원장 후보자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고인은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술에 상당히 취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그 범행도 미수에 그쳐 법익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대하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도 그동안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여 대학에 입학하는 등 어느 정도 독립자존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학업을 계속하며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재판장이 바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9월 늦은 밤 가해자인 남성이 버스에서 20대 여성을 뒤쫓아 가면서 벌인 사건입니다. 집인 아파트로 들어가는 여성의 뒤를 쫓아 공동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에 들어서는 여성을 강제로 껴안으려다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며 고함을 지르자 도망쳐, 미수에 그쳤습니다.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칩입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0년 5월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년 3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초범, 범행 인정, 미수를 언급했지만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4개월 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3개월과 함께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는 엄벌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과했고, 대학 입학해 회사생활도 하고 있으니 감형해야 한다는 것이 이 후보자의 사고였습니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대학가고 회사 다니면 감형해줘야 한다는 논리 외에는 없습니다. 이 정도면 가해자의 편에 선 판사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려울 수준입니다. 이보다 더한 사건에서도 이 후보자의 가해자 비호하기는 넘쳐났습니다.
2018년 20대 남성이 고3 수험생인 여성이 이별을 요구하자 주목으로 온몸을 때리고 강간했습니다. 여기에 부모에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흉측한 범죄였습니다. 2020년 7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고 피고인에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형량 역시 배심원들의 선택을 고려했습니다.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아무런 피해회복 조치도 하지 않고 피해자는 무거운 처벌을 원하고 있다. 다만, 사건 강간상해 범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손과 다리 등의 좌상으로, 그 정도가 중하지 않으며, 피해자는 당시 만 18세로 성년에 거의 근접한 나이였다"
2심 재판부는 다시 한번 황당한 괘변을 늘어놓으며 5년으로 형을 낮췄습니다. 악랄한 범죄지만 상처가 크지 않고 피해자가 만 18세로 성년에 근접한 나이라는 이유를 들어 감형했습니다. 미성년자가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으니, 강간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인가요?
피해자 상해진단서에는 '다발성 좌상으로 압통, 멍, 부종이 확인되고, 우측 수부 및 좌측 슬관절 부위는 심하여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20여 차례 폭행을 당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었지만 이 후보자는 이를 무시하고 가해자의 입장만 대변했습니다.
"피고인은 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아르바이트 수입을 꾸준히 저축하는 등 장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피고인의 어머니가 지지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하다"
재판부는 또한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는데 그 이유가 가관입니다. 다시 한번 대학이 언급됩니다. 대학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래를 준비하고 있으니, 폭행 강간을 해도 감형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정상인가요?
"피고인의 강간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중하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강간미수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이 후보자는 2020년 9월 강간치상·감금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원심의 징역 5년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강간미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니 봐줘야 하며,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지도 않았으니 감형해야 한다는 것이 이 후보자의 판사로서 논리였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심각하게 부족한 이를 대법원장에 임명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요?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성범죄를 포함한 강력범죄 등에 엄정한 판단과 형을 선고했음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법관으로서 신중하게 역할을 수행한 결과라며 몇몇 사안으로 이 후보자를 비난하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많은 좋은 판결이 있었다고 해도, 언론에서 공개된 내용들만 봐도 자격미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재산신고 누락까지 드러났습니다. 이 후보자가 판사로서 우석제 전 안성시장에게 재산신고 누락을 따끔하게 질타하고는 자신은 재산신고 누락을 하고서는 착오라는 말로 정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타인의 죄는 무겁고 자신의 죄는 한없이 가벼운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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