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이후 받지 못했던 상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사실도 영광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벨상 수상은 국가적인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노벨상이 가지는 전 세계적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노벨 문학상은 오래전부터 국내 작가가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어 왔었죠. 고은 시인이 언제나 후보로 언급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한강 작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이미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자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은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대단했습니다. 한국 작가가 해외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은 번역이었습니다.
한국어의 다양성을 제대로 표현해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는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히고 번역을 시작한 데보라 스미스의 열정은 한강이란 위대한 작가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오늘날 산문의 혁신을 일궈냈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습니다. 한강 작품에 대해 한림원 측은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보편적인 정서라는 점에서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한승원 작가는 영화로도 유명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한승원과 한강은 부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한강은 잠시 직장일을 한 후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을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한강은 서정적인 문체와 독특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았습니다.
1995년 한강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펴냈습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흰', 시집 '서랍에 저녁을 두었다' 등을 발표했습니다. 재미있게도 가수 '흰'이 예명을 지은 것이 바로 한강의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하죠.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2),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노랑무늬영원'(2012), '소년이 온다'(2014), '흰'(2016)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 등이 있습니다.
한강은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200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데 이어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강은 일찌감치 '차세대 한국 문학의 기수'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력이기도 합니다. 이상문학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 7인은 그를 차기 한국 문학을 이끌 유망주로 꼽기도 했습니다.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습니다. 이 위대한 수상에 당시 정권은 아무런 축전도 보내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한강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그런 이유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국가적 경사에도 아무런 축전도 보내지 않아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문화부장관이 현재 문화부장관이 다시 되었다는 사실은 기괴하기만 합니다.
블랙리스트 작가가 국가의 명예가 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삶과 그의 작품 속에 들어있는 주제들이 작가의 삶속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7년엔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 속 개인의 아픔과 희생을 조명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해외 작가와 평론가들도 이 작품에 큰 호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림원 노벨 문학상 평가 위원 역시 이 작품을 언급하는 인터뷰도 의미가 컸습니다.
지난해엔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 작가 최초로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제주도민들도 환영하는 이유는 이 지점에 있을 겁니다. 억울하게 학살당한 역사를 제대로 짚어낸 작가에 대한 감사함이 컸으니 말입니다.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 제29회 이상문학상 대상, 제13회 동리문학상,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제12회 김유정문학상,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2023년 한국인 최초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받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상들을 수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정도 수상 소식이라면 작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드러난 이유는 현재 전쟁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자신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즐겁게 인터뷰를 하거나 잔치를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습니다.
120명이 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 중 10여 명에 불과한 여성 작가들. 그중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유럽 남성 위주의 노벨상 수상이라며 비난이 쏟아진 상황에서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그들에게는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2020년 백인들의 전유물처럼 언급되어왔던 오스카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인, 한국의 문화가 그런 서구의 틀을 깨트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성장은 위대함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침략, 그리고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국가. 산에 나무도 없고, 집도 깡그리 사라져 버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국민들에 의해 한강의 기적이 만들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강이란 이름을 가진 작가는 기적을 다시 만들어냈습니다. 근현대사를 그리며 약자의 편에서 문학의 힘을 보여준 한강은 그렇게 기적을 써냈습니다. 기적의 한강은 그의 삶과 문학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한글로 써 내려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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