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Entertainment/스타

전도연 열연 우습게 만든 길복순 변성현 감독의 일베 흔적들

by 조각창 2023. 4. 2.
728x90
반응형

넷플릭스에 공개된 전도연 주연의 영화 '길복순'은 발표와 함께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새롭거나 색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내에 직업 킬러가 있다는 설정이 새로울 수는 있지만, 수십 년 전에 이미 이런 설정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길복순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평점
4.5 (2023.01.01 개봉)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이연

이 영화에서 뭔가 도덕적인 가치나 사회적 의미를 얻으려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소비하는 영화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굳이 새롭다면 엄마 킬러가 주인공으로 국내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과 그 엄마가 딸과 사는 모습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를 보여준다는 것 정도일 듯합니다.

넷플릭스 길복순 일베 인증한 장면

전도연이 생활형 주부 킬러로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최근 끝난 드라마와 정반대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죠. 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으며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청부살인업자들을 모아 규칙을 만들며 체계화시킨 살인청부업체 MK는 전설이 되었고, 기준이 되었습니다.

 

미성년자는 죽여서는 안 되고, 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해야 하며, 반대로 회사가 허가한 작품은 꼭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이를 어기면 킬러로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최악의 상황, 죽을 수도 있는 그들만의 규칙이었습니다. 돈 받고 사람을 죽이며 규칙을 세운다는 것 자체도 아이러니하죠.

 

시작과 함께 야쿠자를 제거하라는 작품을 받은 길복순은 그를 손쉽게 제거하기 보다는 대결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을 사무라이라고 외치는 이 야쿠자는 재일교포였습니다. 일본어만 사용하며 사무라이의 가치를 언급하는 그에 맞선 길복순은 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도끼로 상대합니다.

 

수를 읽는 습관이 있는 복순은 자신이 긴 검을 가지고 싸우는 야쿠자를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며, 무기를 바꾸겠다고 제안합니다. 기고만장해진 야쿠자는 당연하게 그러라고 하지만 이내 총에 맞고 쓰러지며 욕을 합니다. 

 

한국어를 알면서도 일어로만 이야기하고 사무라이를 찬양하던 야쿠자의 최후는 총이었습니다. 길복순은 방법을 찾지 못하자 바로 총으로 제거해 버린 것이죠. 이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코드입니다. 죽음이 주가 되는 이야기 속에 코믹 요소를 곁들인 이 에피소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일베 감독이 망친 영화 길복순

킬러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길복순이지만, 딸만큼은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습관처럼 딸과 이야기하기 전부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복순이지만 언제나 대화는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 복순은 은퇴를 생각하지만 그를 짝사랑하는 MK 오너이자 스승이기도 한 차민규와 사건들로 엮이며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영화 자체는 무난했습니다. 다양한 장르들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한국 영화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길복순'은 충분한 가치가 존재했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를 만든 변성현 감독이 일베라는 사실이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야쿠자와 싸우는 장면에서도 그가 도도하게 사무라이 정신을 앞세우고, 일어만 사용하다 황당하게 죽으면서야 한국 욕을 하는 장면에서도 그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이 장면은 백번 양보해서 그저 코믹함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복순이 살인 의뢰를 받는 봉투 겉면에 쓰인 도시와 국가 표기였습니다. 파란색 씰로 봉인된 봉투 겉면에는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등으로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유독 '순천-전라'만 '순천-코리아'가 아닌 '전라'로 표현됐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봉투의 씰 역시 유일하게 빨간색을 띄고 있습니다.

 

서울은 코리아고 순천은 왜 코리아가 아닌 전라라고 표기한 것일까요? 다른 나라이기 때문일까요? 이는 전라도를 빨갱이라고 비하하는 일베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정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감독이 만들어낸 표현이라는 점에서 일베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극중 길복순이 중학생 딸과 토론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등장했습니다. 10만 원 지폐에 들어갈 인물에 대해 말하며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등 위인들을 언급하다 "다 사람을 죽였어"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독립투사를 살인마라 표현하는 일본을 따른 대사

전쟁을 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다 적을 사살한 것을 사람을 죽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밖에 없죠. 물론 이 장면은 딸이 엄마가 살인청부업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억울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과거 위인들을 언급하고, 전쟁을 통해 적을 섬멸한 위대한 장군들을 이야기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의 역사적 위인인 안중근 의사를 '살인자'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순천을 표기하며 악의적으로 전라도를 폄하하고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방식과 동일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아들에게 살인청부한 정치인을 비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악랄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변성현 감독은 2017년 트위터에 "데이트 전에는 홍어 먹어라. 향에 취할 것이다" "문 안 초딩 싸운" "이게 다 문씨 때문이다" 등의 글을 작성해 일베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길복순'에서 자신이 일베라는 사실을 정성껏 드러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혐오와 일그러진 역사관을 가진 자가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