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자보가 화제다. 물론 조국 후보 딸에 대한 대자보 이야기가 아니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그저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 휩쓸려 돌멩이들을 던지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들이 정말 분노할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서울 총학생회가 나서 조국 교수를 비판하며 논란은 더욱 복잡해졌다. 총학생회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조국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학교의 주최자들이 모두 야당에 속해 있는 자들이라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냉소한 언론이 서울대와 고려대의 몇백 명 학생들의 집회를 두고는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일이라며 연일 적극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걸 두고 우리는 조금도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 없이, 그저 당당히 촛불을 들면 족한 것인가.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하고 모른 체한,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27일 조 후보자가 졸업한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게재됐다. 글의 내용은 정의의 위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문제에 침묵하거나 외면하던 자들이 조국 교수 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들고 나서는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허무하게 죽어갔다. 그 죽음은 분명 사회적 모순이 만든 살인이다. 하지만 이 사회적 타살에 해당 학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니 관심도 없어 보였다. 몇백 명 학생들 집회를 두고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한다고 연신 읊어대는 언론에 대한 분노도 곁들였다.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촛불인가, 아니면 우리들만큼은 나름 소소한 승리를 거둬서 학벌 타이틀을 따고 언론들의 주목도 받게 한 현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촛불인가.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포용하기 위한 정의인가 아니면 더욱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정의인가"
"조 후보자를 비호할 생각도 없고 나 또한 그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에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그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촛불집회를 열기 이전에 과연 얼마나 당당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후보자 딸의 스펙과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손쉽게 잡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
"우리가 '청년세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을 느껴 그것을 대변하겠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모른 체하고 눈 감아 온 청년세대의 현실이 너무 많고 어둡지 않나"
'K'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우리는 정말 당당한가, 우리가 조 후보자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인가"라고 물으면서 서울대와 고려대 집회가 내세운 주제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과연 우리는 정당하게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는지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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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과 배제 중 어떤 정의를 이야기하느냐며 소위 좋은 학교들 다니는 학생들이 외치는 정의에 대해 언급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공격의 대상을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소위 SKY라고 불리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다. 과거처럼 그저 열심히만 해서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이들 학교다. 엄청난 돈에 수많은 거악들을 저지른 결과물로 얻은 작은 트로피가 SKY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이제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이들 학교에 갈 수 있는 학생은 소수라는 것이 구조적 모순이다.
과연 이들이 쟁취한 작은 성취와 현재 우리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들은 다른 청년 문제에는 침묵만 하고 자신과 비슷한 방법을 취한 고위공직자 딸에만 민감하게 화를 내는 것일까? 이 기괴함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서울대 K는 그들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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