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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주저 없었던 방화범 억울한 피해자 어떻게 하나?

by 조각창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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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화재가 일어나며 7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판결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저지른 자는 주저함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CCTV 영상 속 그의 모습을 보면 대구와 함께 거대 화재로 억울한 희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여전히 그 트라우마가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대구 지하철 사건처럼 방화범이 직접 현장에서 불을 질렀다는 점이 동일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이 유사합니다. 하지만 과거 사건에 방화범은 살고, 이번 사건에서 방화범도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겠죠.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난 불은 발생 후 20여분 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순식간에 7명이 숨지고 4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큰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화재 발생 후 빠르게 진압되었지만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것도 문제입니다.

 

대구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수성구 범어동 W빌딩 2층 203호에서 불이 난 것은 오전 10시 55분이었습니다. 불이 나자 차량 50대와 160여명의 진화대원·구조대원이 출동, 22분 만인 11시 17분에 진화작업을 마쳤습니다. 빠르게 화재를 진화한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화재를 진압했지만, 7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로 귀결되었습니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203호에서 범인 포함 7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건물에 있던 다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와 의뢰인 등 41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부상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방화 용의자가 집에서 뭔가를 들고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소송 결과 등에 불만을 품은 소송 관계인이 자신의 몸에 강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화 용의자가 좁은 사무실 내에서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과 사무실 여기저기에 뿌리고 불을 질러 순간적으로 폭발과 함께 화염이 사방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신나로 불을 질렀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입니다.

지하 2층, 지상 5층 중 불이 난 지상 2층에 5개 사무실이 있지만 발화지점인 203호는 계단과 거리가 먼 곳에 있고 폭발과 함께 짙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악의 조건들이 모두 갖춰진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네요.

 

범어동 법조타운에 있는 여타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밀폐된 구조로 돼있어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건물은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라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에서 벗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설치되어 있었다면 범인은 현장에서 죽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여 더욱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더욱 이 건물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 하나와 엘리베이터 하나가 있지만 비교적 좁은 데다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복도는 폐쇄된 구조여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부상자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CCTV 영상도 공개된 상황입니다. 방화 용의자가 대구 법무빌딩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간 지 20여 초 만에 불꽃이 일고, 30초 정도 되는 순간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탈출하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방화 용의자 A(53)씨는 9일 오전 10시 53분쯤 파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점퍼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채 붉은 가방을 뒤로 메고 통 모양의 물체를 흰 천으로 덮어 두 손으로 안은 채 계단을 걸어 2층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마스크를 쓴 A씨는 오른손으로 가방을 뒤지면서 주저 없이 사무실로 들어갔고, 23초 뒤 사무실 입구 쪽에 불빛이 일더니 검은 연기가 일기 시작했고, 그 후 8초 뒤에는 정장 차림의 남성 한 명과 여성으로 추정되는 두 명이 황급히 뛰쳐나오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범인은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해당 변호사는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간 상황이라 사무실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죠. 어떤 억울함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 삼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이런 식으로 타인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용납될 수 없습니다.

 

자신만 죽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은 결국 남겨진 가족들을 평생 죄인으로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방화범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이 일을 하거나 의뢰를 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죽어야 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방화 용의자 A씨(사망)는 대구 수성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의 시행사와 2013년 투자 약정을 했다고 하네요. A 씨는 6억 8천여만 원을 투자했고, 일부 돌려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 3천여만 원과 지연 손해금을 달라며 시행사(법인)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시행사(법인)만 A씨에게 투자금 및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행사 대표 B 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고, A 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돼 해당 판결은 확정이 됐습니다. 그러나 B 씨가 대표이사인 시행사는 A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이에 A 씨는 지난해 다시 B 씨만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해당 사건에서 방화범이 고소한 B씨를 변호한 이가 바로 방화 사건이 벌어진 사무실 소속 변호사였다고 합니다. 변호인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뿐입니다. A 씨와 문제가 있는 것은 B 씨였음에도 왜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를 했는지 황당하기만 합니다. 

 

방화범의 죽음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이 사건에 사망한 여섯 명의 억울한 죽음과 남겨진 유족들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건물 자체가 수많은 이들을 죽이고 위험에 빠트렸다는 점에서도 이번 기회에 최소한 스프링클러는 의무적으로 달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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