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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명문고 집단 얼차려, 교권은 그렇게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by 조각창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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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명문고라는 곳에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30여 명이 집단으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얼차려를 하고 있는 상황은 기괴했습니다. 80년대나 이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2022년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군대에서도 얼차려를 하면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이런 행동을 아무렇게나 했다는 것은 이전에도 이 정도 수위의 얼차려가 자주 있어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행동이 갑자기 나올 수는 없으니 말이죠.

강원도 모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얼차려

15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20분께 강원도의 A 고교 본관 중앙현관 앞에서 모든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급식 당번을 맡았던 학생 30여 명이 교사에 의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1~3학년의 실장과 부실장들로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얼차려 이유였다고 하네요.

 

3학년은 수능을 앞두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 이런 얼차려가 과연 정상적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민감한 시기에 급식 당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행동을 시킨 것은 교사의 월권이자 폭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얼차려를 받은 학생들도 황당했겠지만 이를 지켜본 학생들이 더 놀란 듯 합니다. 학교 커뮤니티 등에 관련 사진들을 찍어 올리며 교사의 강압적인 체벌을 '똥군기'라고 비판했다고 하니 말이죠. 일부 학생은 강원도 교육청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실을 고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집단 얼차려를 지켜본 한 학생은 체벌이 10분 이상 지속했다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담당 교사가 1분 정도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바로 일어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집단 얼차려에 대한 비판 논란이 인 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졌던 체벌 사진과 글은 모두 삭제됐으며 교육청 국민신문고도 내려졌다고 하네요. 국민신문고를 올린 학생은 교육청에서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교 감사를 시작한다고 해당 사진과 글을 내려야 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감사를 위해 현장 사진과 함께 목격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 말이죠.

강원도 모 고교 얼차려 고발글

"군인도 단체 얼차려를 못 하는데 잘못됐다. 사실을 알아보니 1분가량 엎드려뻗쳐 얼차려가 진행됐는데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신고하면서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 교육청 방침에 따라 지난 11일 아동학대로 시청에 신고했다"

 

"얼차려를 지켜본 아이들은 불만스러웠지만, 체벌을 받은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담당 교사는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학교는 이번 사건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시청과 경찰이 함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학교 교장은 정식 사과도 했습니다. 군인도 하지 않은 일이라며 잘못됐다면서도 사건이 과하게 확대됐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참 한심한 부분이죠.

 

교장은 얼차려 받은 학생들은 조용한데, 지켜본 아이들이 불만을 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괜히 나서서 논란을 만들었냐는 생각이 가득한 발언입니다. 해당 교사는 후회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학교를 다녀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교장의 말과 달리, 해당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생들의 좌율성이 존중되지 않는 학교라는 말은 이곳 분위기를 바로 알 수 있게 해 주죠. 더욱 얼차려를 실시한 교사가 학교 생활에 많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이 상황이 어떤 분위기에서 벌어졌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해당 학교는 과거 대학 진학률이 강원도 상위권인 명문 공립고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과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현재가 과거와 같지 않음을 알게 합니다. 이런 학교 분위기가 결국 학생들의 진학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얼차려 받는 학생들 모습

"좋은 취지라도 얼차려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에도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학생에게 국민신문고 글을 내리라고 말한 적은 없다"

 

교육청 측은 자신들이 학생에게 글을 내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진위 여부를 파악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을 올리고 내린 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교육청이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교육청이나 해당 고교 교장은 교사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체벌은 잘못이지만 학생들도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기 전에 인터넷에 글부터 올리는 행위는 교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만 합니다. 

 

강원도 해당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체벌은 나쁘지만 외부에 알리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교권과 관련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교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유사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교권은 그렇게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가 변했고, 학생 인권이 부각되며 과거처럼 독재자처럼 군림하던 학교 교사의 권위도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권을 어떻게 세우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교육청과 학교, 학생들이 많은 고민들과 논의를 통해 얻어내야 할 답입니다. 체벌이 능사인 시대는 이젠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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