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골든글로브, 봉준호 기생충 외국어 영화상 수상 쾌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골든 글로브 2020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감독, 각본, 외국어 영화상 등 3 분야에 올랐던 '기생충'은 아쉽게도 한 분야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영화로서는 처음 수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이다.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작품과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높은 권위의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영화제보다 더 권위가 높다고 여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상식에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 나는 외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통역이 여기 함께 있다. 이해 부탁드린다.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죠.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이미 영광입니다"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봉준호는 장벽에 대한 언급을 했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막을 보는 것을 귀찮아 하는 미국 관객들에게 영어 이외의 영화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1인치도 안 되는 장벽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발언은 당연하다. 미국 중심의 대중문화 시장이 오랜 시간 고착화되며 영어 이외의 문화는 거부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으니 말이다. 봉 감독이 오스카를 로컬 영화제라고 단언한 것과 유사하다.

 

다른 영화제들이 만들어진 작품 중 최고를 뽑는 것과 달리, 오스카는 미국에서 개봉이 된 영화들 중에서 상을 주기 때문에 로컬 영화제라는 봉 감독의 발언은 당연했다. 이 발언으로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런 봉 감독이 이번에는 자막에 대한 언급까지 했다는 점이 흥미롭고 반갑다. 

 

외국어 영화상에 이어 봉준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 '두 교황'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도 유력했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충분히 본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미국이라는 한계는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다. 물론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당연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말이다. 평론가들의 평가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기생충'에 대한 본상 수상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감독에게는 너무 중요한 감독상 후보에도 오른 봉준호 감독은 앞서 각본상 후보에 올라가기도 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비롯해 '1917'의 샘 멘데스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과 함께 수상 후보에 올랐다. 쟁쟁한 감독들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감독상 수상은 샘 멘데스 감독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있었지만, 쟁쟁한 대결 구도에서 샘 멘데스가 감독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각본상과 마찬가지로 아쉽게 다가온다. 작품상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많은 전문가들은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는 발언들이 쏟아졌음에도 미국에서는 '기생충'을 외국어 영화상을 주는 것으로 통일한 듯한 느낌이 든다. 2월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욱 보수적인 오스카는 봉 감독에게 외국어 영화상도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로컬 영화제이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오스카에도 후보로 올랐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그렇게 새로운 신기록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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