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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최숙현 선수 죽음 뒤 입장 바꾼 감독, 경악스럽다

by 조각창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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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폭행과 가학적 학대를 받았던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의 죽음은 경악스럽기만 하다. 20대 선수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만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체육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폭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경악스럽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에서 감독과 팀닥터에게 말로 옮기기도 어려운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와 성추행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경악이라는 말로도 정리가 안될 정도였다. 트라이애슬론이 인기 종목도 아니고, 선수들도 적다는 점에서 최 선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고인은 더 이상 폭행을 견디다 못해 부산시청으로 옮겼지만 그 좁은 바닥에서 가해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체육회 등에도 진정을 하고 고소까지 했지만, 여전히 풀린 것은 없었다. 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응과 경찰의 수수방관이 결과적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강요했다.

 

가해자 중 하나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글론 감독은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나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자신은 최 선수를 위했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폭행 등 모든 것은 팀닥터가 한 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문제의 팀닥터는 지병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나오지도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

 

문제의 감독은 고인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최 선수가 더는 존재하지 않자 입장을 180도 바꾸고 자신은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건 직접적인 폭행 상황을 증명할 증거도 증인도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 선수가 남긴 증거들을 보면 감독이 방조한 정황들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팀닥터가 때린 것에 대해 깐죽거리고, "죽을래""푸닥거리할래"등의 말로 최 선수를 압박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체중이 늘었다며 "3일 동안 굶으라"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몇 십만 원어치 빵을 사와 토할 때까지 먹도록 강요하는 가혹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짐승보다 못한 자들이라는 확신이 드는 대목이다. 선수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더는 물을 필요도 없다.

 

지난 2월까지 감독이 최 선수에게 '고맙다'거나 '죄송하다'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최 선수가 정말 고마워서 그런 문자를 했을까? 좁은 바닥에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최 선수가 할 수 있는 최선 중 하나는 맞고도 남들 앞에서 웃어야 했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대표하는 선수 역시 고인을 괴롭히고 폭행해왔다고 한다. 그 선수에 대한 수사 역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를 두둔한 감독에 대한 수사 역시 시급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2월 최 선수가 법적 절차를 밟자 가족에게 사과를 한 자가 고인이 되자 태도를 바꾼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경주시 체육회의 행태 역시 가관이다. 고인이 된 최 선수에 대한 입장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그저 감독을 두둔하는 식의 입장을 보인 인사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절대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려 하지도 않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을 불러 이 사건과 관련해 "스포츠 인권을 챙겨라"는 지시를 받고 나서야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동안 4개월 넘게 최 선수가 체육회와 경찰 등에 호소를 했지만, 그들은 외면해왔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나서야 특조단을 구성했지만, 고인이 돌아올 수는 없다.

 

경찰은 종적인 감춘 팀닥터를 찾아내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라는 자가 최 선수가 고인이 되자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추가로 폭행을 당한 선수들이 뒤늦게 용기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더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안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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