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대변 치워봤나 주호민 향한 현직 특수교사의 분노

주호민 아들과 관련한 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느낌입니다. 교사와 학생의 대립 관계를 구축하려는 일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행위를 제외하고라도 이번 사태는 씁쓸한 부분이 많습니다. 자칫 특수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을 초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님비현상으로 서울에는 특수학교를 새롭게 짓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특수학교를 거부하는 주민들에게 부모들이 무릎 꿇고 사정하는 모습은 서글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죄인처럼 취급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주호민에 대한 특수교사의 분노글 화제

아이를 어떻게든 키워내야 하는 장애를 가진 부모로서는 학교조차 제대로 설립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공청회에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 꿇고 오열하며 사정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주호민 부부의 행동은 선을 넘었습니다. 아동 학대로 현직 교사를 법정에 세운 것은 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분명한 학대 정황이 있다면 모를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과연 이게 법정에 세워서 비난을 가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 사안이 법정에 설 정도라면 주호민 부부도 법정에 서야 할 겁니다. 자신의 아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었고, 평생 트라우마를 느끼며 살아가야 할 범죄를 저질렀으니, 아이를 대신해 부모가 평생 책임져야만 하는 일이 아닐까요?

 

"버스에서 대변 본 지적 장애 제자. 그 아이 놀림받을까 봐, 손으로 얼른 주워 담은 것 상상해 본 적 있나? 자폐장애 제자가 몰래 ○○해서 □□한 거 어디 여학생이라도 볼까 봐 얼른 휴지로 닦고 숨겨줘 본 적 있나? 난 그런 게 단 한 번도 역겹다고, 더럽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나 같은 볼품없는 특수 교사도 그 정도 소명은 영혼에 음각하고 산다"

"나도 교사로 살며 말도 안 되는 분에 넘치는 축복과 칭찬 받아봤지만 '설리반'이란 말까진 못 들어봤다. 주호민 당신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다. 인간의 '자존' 말이다. 제일 추악한 게 밥그릇으로 사람 괴롭히는 거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배재희 특수교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과 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나도 장애 가족 일원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금도를 넘었다"라고 지적하며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첫 문장부터 특수교사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반 학교 교사가 이런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의 수도 떨어지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학생을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 교사는 이런 행위를 소명이라 생각하고 영혼에 음각하고 산다고 밝혔습니다.

주호민 행동에 대한 비난 쏟아지는 이유

자신에게 각인된 소명이라는 말에 울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배 교사가 분노하는 이유는 주호민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간의 자존을 건드렸다 주장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추악한 밥그릇으로 사람 괴롭히는 것이라며, 직업까지 잃어버리고 법정에 서야 하는 동료 교사의 현실을 언급했습니다. 

 

"주호민 당신이 구상한 대로 설리번 선생님을 끝끝내 파멸시키면, 나도 사표 쓴다. 소송의 공포에 시달리느니 스스로 분필 꺾는다. 내 나라가 당대 교육자들에게 특수교육 이만 접으라고 선언한 걸로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이번 일 겪으며 우리 동문들이 그렇게 정신과 많이 다니는 거, 입원까지 한 거 처음 알았다. 우리 특수교사 후배들, 그 학력에, 그 월급 받고 차마 못할 일 감당하고 산다. 동료들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눈물 난다"

"눈물 닦으며 쓰는 글이다. 빨리 사과해라. 당신이 지금 벌이는 짓이 사람 갈구는 일진 놀음이지, 어디 정상적인 민원인가. 그게 지금 소송에 갈 일인가, 이렇게 한 사람을 파멸시켜서 당신네 부부가 얻는 게 무엇인가"

 

배 교사의 글에는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이 글에서 중요한 지점은 이번 사건으로 해당 교사가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와 함께 특수 교사 직을 내려놓는 이들이 의외로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상황에서 힘들게 버티는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게 되면 수많은 특수 아동들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일반 교사는 할 수 없는 특수 교사의 임무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자들을 대신해 손가락질을 대신 받아야 하는 교사의 책무는 무겁고 위대한 것입니다. 특수교사들이 처한 환경은 이번 사태로 인해 폭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주호민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결국 대한민국 특수학교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전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주호민 아들이 전학 갔다는 학교는 이미 난리가 났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호민 가족은 이민을 가야만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 뒤늦게라도해결할 방법은 있다

이번 사건은 주호민 부부가 자신의 자식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교사에 대한 이해는 무척이나 떨어진 행동을 한 것입니다. 자신의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도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 피해 학생에게 사과조차 거부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주호민 부부의 행동은 절대 용서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저 법정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주호민의 입장으로는 문제 해결은 어렵습니다. 닷새동안 막아놨던 댓글창을 열었다는 것은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아니라면 현재 분위기가 어떤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해당 교사와 동료들이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외면한다고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법정으로 끌고 가 결론을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법적인 판결이 어떻게 나든 이미 주호민 부부와 그 아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이 뭔지는 나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