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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드라마 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이기에 가능한 연기, 장애 편견을 없앤다

by 조각창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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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이가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나와 다르니 격리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순간 온갖 편견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 뿐이니 말이죠.

 

박은빈 주연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ENA와 넷플릭스에서 방송 중입니다. ENA가 뭔지 모를 이들이 더 많을 듯한데요. 과거 스카이 TV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낯선 채널이지만 이 드라마는 지상파까지 포함해 수목드라마 최강자가 되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변호사가 되어, 거대 로펌에서 사건을 맡아 해결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연적인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지만 그 설정이 과하지 않습니다.

 

영우 아버지 우광호는 자폐가 심해 말도 하지 않는 딸만 키우는 싱글대디입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그렇게 키우던 영우는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의 망상으로 인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자, 말문이 트였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고, 말문도 닫은 채 자신의 세상에서만 살던 영우가 처음 꺼낸 것은 법이었습니다. 아버지 책을 읽고 외운 영우는 그렇게 법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우가 학교를 평범하게 다닐 수는 없었죠.

 

그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영우. 그런 딸을 위해 강화도로 이사까지 갔지만,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골은 착하다는 막연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니 말이죠.

 

그곳에서도 공격 대상이 된 영우를 구해준 것이 바로 동그라미였습니다. 영우의 유일한 친구인 동그라미는 돌+아이였고, 그런 그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영우와 절친이 되었죠. 영우가 거대 로펌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표의 힘이 컸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수석에 시험 점수 역시 만점에 가까운 인재이지만, 누구도 우영우를 탐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때문이었죠. 하지만 법무법인 한바다의 한선영 대표 변호사는 그를 선택했습니다. 한선영과 영우 아버지 광호는 학교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광호가 운영하는 김밥집을 찾은 선영은 그렇게 영우를 받아들였죠. 흥미로운 것은 선영이 영우 엄마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선영은 업계 최고가 되고자 하지만, 그 자리는 태산의 몫이었습니다.

 

태산을 넘어 최고가 되고자 하는 선영이 우영우를 받아들인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이죠. 영우 친모가 바로 태산을 이끄는 태수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후 출생의 비밀은 복잡한 노림수들로 이어지게 될 듯합니다.

 

매회 새로운 사건들을 만나고 그렇게 법정에서 사건을 맡아 해결하며 우영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노부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시작해, 동성애 결혼을 하는 재벌가 딸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회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남자가 형을 죽였다는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냉정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죠.

 

이 사건으로 인해 영우는 자신이 믿음을 주는 변호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하죠. 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해냈지만, 자폐를 가진 존재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그의 말은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준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만화 같은 극적 상황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풀어낸 작가의 능력은 그래서 대단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그래서 이 드라마를 더욱 단단하게 해줬습니다.

4화에서는 유일한 친구인 동그라미 아버지가 형들에게 속아 빚까지 질 위기를 다룬 이야기는 영우에게 편견을 가졌던 권민우 변호사를 변하게 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대표의 힘으로 그 자리에 있어 부당하다 생각한 권 변호사는 우영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며 동료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우영우'는 박은빈이기에 가능했던 드라마였습니다. 완벽하게 극중 인물로 변신해 연기하는 박은빈의 연기력은 말 그대로 대단했습니다. 그의 연기도 좋았지만 출연진들 중 연기력으로 문제가 될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착한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주야장천 거대 담론에 막장극만 판치는 드라마 판에 '우영우'가 던지는 파장은 클 듯합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해도 충분히 시청자들이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채널 시대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영우'는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지상파 TV의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이제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는 시청자의 태도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우영우'는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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