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멀티골 토트넘 맨시티 꺽고 4강 진출 슈퍼손이 해냈다

슈퍼손이 진정한 슈퍼손의 존재감을 보였다. 새벽에 치러진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손흥민은 멀티골을 넣고 팀을 역사상 최초로 4강전으로 이끌었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영국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케인의 공백은 의미가 없었다. 손흥민은 두 골을 초반에 몰아넣으며 진정한 에이스가 누구인지 증명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는 시작부터 골이 터지며 축구 경기의 재미를 만끽하게 했다. 맨시티 홈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열기는 심판의 휘슬 소리가 선수들에게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 상황에서 초반 분위기를 이끈 것은 맨시티였다. 전반 4분 스털링이 멋진 골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전반적으로 토트넘보다 맨시티가 우세하다. 선수층도 넓고 말 그대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해 후보로 밀릴 정도의 스쿼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토트넘은 선수 영입도 없이 부상 선수까지 나온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0-1로 뒤진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7분 손흥민은 맨시티 수비수가 걷어내는 공을 가로채 바로 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넣었다. 맨시티 골키퍼가 방향을 잡은 것과 반대편으로 슛을 한 손흥민의 공은 골키퍼 다리를 맞고 골대로 들어가고 말았다.

 

손흥민의 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분 뒤 모우라가 전방으로 치고 올라오다 에릭센에게 패스를 했고, 에릭센은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다시 연결했다. 손흥민이 있던 지역은 '손흥민 존'이라 불리는 공간이었다. 공을 잡자마자 앞에 있던 알리를 비껴가는 멋진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골키퍼가 와도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손흥민은 단 10분 만에 두 골을 만들어내며 맨시티를 멘붕으로 이끌고 말았다. 하지만 맨시티의 공격력은 최강이었다. 리그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맨시티는 곧바로 반격에 나서며 베르나르도와 스털링의 연속골로 3-2로 재역전을 시켰다.

 

후반 아구에로의 골까지 이어지며 4-2까지 점수차가 벌어졌지만, 요렌테가 골을 넣으며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VAR을 통해 핸들링이 아닌 골로 확정되는 순간 두 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골반을 맞으며 손도 함께 맞은 상황인데 심판은 골로 인정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면 토트넘의 4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포기하지 않았고 연장 시간 스털링이 극적인 골을 넣으며 4강 주인이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VAR로 인해 이 골은 노골로 선언되었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후반 두 팀의 승패는 VAR로 결정되고 말았다.

 

손흥민의 두 골로 인해 토트넘은 팀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후반 초반 손흥민이 데 브라이너에게 반칙을 하며 받은 엘로우 카드로 인해 4강 1차전을 뛰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쉽기만 하다. 손흥민 없는 토트넘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신없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놓치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모두 칭찬받아야 한다. 항상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잘했다. 골을 넣었지만 내가 잘한 게 아니다. 난 부족했다. 팀이 만든 결과다. 준결승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끝이 아니다. 코앞까지 왔다. 집중하겠다. 4강 1차전 경고 누적은 아쉽다.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준비됐을 것이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팀은 다들 강팀이다. 잘 준비해야 한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소감이다. 엄청난 능력을 보이며 팀을 4강으로 이끈 선수지만 여전히 겸손했다. 선수들이 모두 칭찬 받아야 한다고 했다. 두 골을 넣었지만 자신이 잘한 게 아니라 부족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팀이 만든 결과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4강 1차전을 뛰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아약스와 대결을 하는 토트넘은 기회이자 위기이다. 아약스만 넘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니 말이다. 

 

영국 현지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퍼 소닉' 슈퍼손의 맹활약에 경기 MOM을 주는 것도 당연하니 말이다. "러블리 터치, 뷰티풀 피니시"라고 영국 현지 중계진이 손흥민의 골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만큼 아름답고 놀라운 골을 손흥민이 넣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역사를 쓴 손흥민 그 자체가 전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