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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시 괴물로 써낸 미투, 문화계 전반으로 확대될까?

by 조각창 2018.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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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이 자신이 쓴 시 '괴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해 발표했던 이 시는 적나라하게 문단 내 성희롱과 성폭행 사실을 고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에 언급된 특정한 인물은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시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이 밝힌 내용은 충격이었다. 문단 내 성범죄는 일상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문화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고발했다. 몇 년 전에도 유명 소설가와 시인들이 성추행과 성폭행과 연루되어 비난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하지만 후속 조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가 등단한 무렵엔 일상화 되어 있었다. 92년에 등단하고 94년에 시집을 냈는데, 그 즈음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 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싶을 정도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가진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문예잡지에서 거절 여성에겐 원고를 청탁하지 않고, 그녀의 작품에 대해선 한 줄도 쓰지 않으며, 원고도 채택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피해를 입증할 수도 없다. 그들은 '작품이 좋지 않아 거절 했다'고 말한다. 그런 걸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고, 그게 계속 반복되면 그녀의 작가 생명은 끝난다"


최 시인은 자신이 '괴물'이란 시를 쓰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작년 문예지에서 페미니즘 특집으로 시를 써달라고 청탁이 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받은 청탁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에 '내가 이 문제를 건들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란 마음으로 시 '괴물'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괴물'에는 누가 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유명 시인이 있다. 하지만 최 시인은 특정 인물 하나를 염두에 쓰고 쓴 시는 아니라고 했다. 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 대한 경험들이 들어와 전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현실과 시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 종일 '괴물'이 화제가 되자 가해 당사자로 알려진 원로 시인은 '30년전 술자리에서 후배 문인을 격려하고자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는 말 그대로 비겁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시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 생각한다. 그는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 제가 목격했고 제가 피해를 당했다. 셀 수 없이 피해자가 많다"


최 시인은 이런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와 관련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구차한 변명이라고 했다. 30년 전 격려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었던 과정이라는 것이다. 셀 수 없이 피해자가 많다는 말 속에 원로 시인의 말도 안 되는 사과는 더욱 사건의 중대성을 키우고 있다. 


성추행과 성폭행이 일상이 되고, 이를 거부하면 보복을 하기 시작한다는 최 시인의 발언은 충격이다. 이는 증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시가 좋지 않다며 거부하면 이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잔인하고 악랄하게 이어지는 이 복수는 어떻게 막기도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최 시인의 경우도 이런 요구를 거절해서 원고 청탁도 받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수십 명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고, 그런 문화를 방조하고 묵인하는 분위기라는 폭로는 그래서 더 충격이다. 문단에 깊고 넓게 퍼져있는 이 문화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폭로로 인해 최근 동성 감독을 성폭행한 여성 감독 논란과 함께 문화계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대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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