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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스타

조영남 항소심 무죄 그림 대작 판결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by 조각창 2018.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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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작 논란과 관련해 사기 혐의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미술 역사에서 조수를 두고 작업을 하는 것은 일상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사기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판결에 대해 왜 많은 이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현대 미술은 아이디어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달라도 문제가 없다? 그럴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일상이 되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를 의심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술은 여전히 멀다.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받는 것이 그나마 인생에서 미술과 접하는 전부인 경우도 많다.


복잡하고 기괴하기도 한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도 현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하는 의심이 갈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다. 누가 그리고 조각을 하고 설치를 했느냐에 따라 동일한 미술도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이 현대 미술이기도 하니 말이다.


과거처럼 정교한 그림 솜씨를 뽐내는 시대도 아니다. '팝아트'의 대명사이기도 한 앤디 워홀은 미술을 대중화 시켰다. 미술의 대중화가 아닌 과거 한 점씩 정성을 들여 그려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린트 작업을 통해 대량 생산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업 방식을 모두 공개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해서 판매를 한다는 것을 모두 공개하고 판매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조영남이 현대 미술의 조류에 맞는 형식으로 미술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이 지점이다.


조영남은 그동안 언론에서도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해왔다. 이 말은 그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들을 직접 그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전문가가 그림을 그린다고 표현했다면 문제가 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 사건의 미술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하는데, 이는 조영남의 고유 아이디어다. 조수 송모씨는 조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다. 미술사적으로도 도제 교육의 일환으로 조수를 두고 그 과정에서 제작을 보조하게 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이를 범죄라고 할 수 없다. 작품 구매자들은 구매 동기로 여러 사정을 고려하는 점을 보면 작가의 '친작' 여부가 구매 결정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구매자들의 주관적 동기가 모두 같지 않은 만큼 조씨에게 보조자 사용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조영남의 고유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미술사적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을 왜 너희들은 모르냐는 식의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조영남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이런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더했다. 


구매자들의 주관적 동기가 모두

같지 않다는 주장에서는 이번 판결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은 뭐가 되나? 조영남이 직접 그렸다는 이유로 과하게 비용을 지불한 구매한 이들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 그림도 투자다. 자신이 투자한 가격 이상으로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사는 것인데 이를 속였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영남이 대중들에게 더 비난을 받는 이유는 직접 그린 송씨에게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주고 작업을 지시해왔다는 점이다. 조영남은 17명에게 총 21점의 그림을 팔아 1억 5천 300여 만원을 챙겼지만, 정작 그림을 그린 송 씨에게는 말도 안 되는 비용만 지불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왔었다. 


1심에서는 송씨 역시 단순한 조수가 아닌 독자적 작가라고 판단해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아이디어 못지 않고 외부로 표출하는 창작 표현 작업도 회화의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을 2심은 부정했다. 1심 판결을 한 판사가 미술사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식의 판결로 들릴 정도다. 


미술은 여전히 그들 만의 리그처럼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 미술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이들은 일반적일 수 없다. 현대 미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도 이 매매에 방점이 찍혀 있으니 말이다. 판매업자들이 걸작을 홍보로 만들어내고 이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그림도 판매업자의 손에 들어가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는 것은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은 모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걸작이라고 딱지를 붙이면 그게 걸작이 되는 현실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조영남 대작 판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그가 그동안 해왔던 행동들과 거만한 태도가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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