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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NongDam

범죄와의 전쟁과 공지영, TV조선 영화자본과 영화인

by 조각창 201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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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신작인 '범죄와의 전쟁'이 큰 성공을 거두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TV조선의 자본금이 들어간 이 영화를 봐서는 안 되겠다는 말을 남기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30여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녀의 SNS는 대단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영화인들은 전면적으로 그녀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TV조선의 영화 제작 투자 사업은 종편 콘텐츠 확보를 위함이다




자본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거대 자본이 악마의 손길과 동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거대 자본의 뒤에는 그 거대 자본을 만들도록 도운 음모론들이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들쳐보기 시작한 요즘 아버지 세대의 추억인 '범죄와의 전쟁'과 종편과의 전쟁 사이에 춤추는 대중들의 모습은 씁쓸한 현실의 자화상 같기만 합니다.

수구언론들에게 종편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이 정권의 무례함은 언론을 급격하게 후퇴시켰습니다. 한나라당에 의해 강제적으로 입법화된 '미디어법'은 약탈적 광고시장을 종편에게 내주면서 언론이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습니다.

방통위는 방송의 경쟁체제 돌입은 서로를 위함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 정권 들어 내세운 치열한 줄 세우기의 폐단이 수없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들의 논리는 지배권을 가진 소수가 모든 시장을 약탈적으로 쟁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만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수구언론들이 페이퍼 시장에서 행했던 약탈적 광고를 종편사업자로 들어와 방송 시장마저도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 광고 시장을 교란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방송을 졸속으로 이끌 수밖에 없게 합니다.

종편과 SBS에 약탈적 광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KBS는 수신료를 올려 그 보상을 하지만 공영으로 묶인 MBC는 그 중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정권은 자신들이 물러난 후 가장 심각하게 치부를 드러낼 MBC를 고사시키는데 모든 힘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시장 교란 현상을 초래한 이 정권과 방통위, 그리고 종편 사업자들에 대해 대중들이 혐오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중동 불매운동을 벌이듯 많은 이들이 종편 채널 지우기에 앞장서는 것은 이는 오랜 시간동안 그 병패가 무엇이고 그들로 인해 피폐해진 현실을 그대로 경험해야 했던 대중들은 더 이상 그들의 약탈적 지배력을 간과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불씨가 영화계에까지 번질 수밖에 없는 것은 종편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종편 사업자들이 사업적 파트너로 영화 펀드 사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돈벌이만 된다면 그 어떤 존재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들에 대한 호불호는 무의미할 뿐입니다. 그저 자신들의 금전적 파트너가 되어 수익 개선에 도움만 된다면 아무런 상관없는 자본 집합체들의 손잡기는 이상할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TV조선은 대성창투와 조합을 만들고 MBN은 소빅창투와 소빅펀드를 만들어 영화 제작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개봉이 되면서 종편에 대한 비판은 자연스럽게 영화에도 동일한 자대로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SNS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는 공지영 작가가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범죄와의 전쟁'이 TV조선의 자본을 받아 제작된 영화이기에 봐서는 안 되겠다는 글을 올리고 많은 이들이 동참하며 논란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공 작가에게 비판을 하고 이에 팔로워들은 영화 관계자에게 공격을 가하고 다른 영화 관계자는 비아냥 글로 공 작가의 말을 비판하며 전입가경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치졸한 논쟁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마이웨이'논란과도 비슷한 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이번 논란의 중심은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영화 제작 시스템이 부른 근본적인 위기입니다.  

자본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의 속성상 어떤 자본이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써야하는 영화인들의 힘겨움이 존재합니다. 영화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조폭의 자금부터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현실에서 종편 사업자가 부분 참여한 자본이 영화에 투입되었다고 보이콧이 된다면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제작에 대해 어깨 너머라도 아니 이야기라도 들었던 이들이라면 영화 한 편 만들기 위해 제작비 조달하는 문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한 편당 평균 제작비가 30억을 넘어선 상황(물론 부러진 화살처럼 저자본의 영화들도 존재하지만)에서 그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유명 배우들과 스타 감독들이 나서는 될 만한 영화들에는 알아서 펀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들은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고 문지방일 닳도록 들고 나야 겨우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는(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일 뿐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제작을 못하는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상황에서 자본 부분 참여를 한 종편으로 인해 어렵게 만든 영화가 보이콧을 당하는 상황은 억울할 것입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덫처럼 옭아 멘 종편의 손길이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제작자나 제작을 받아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절실함에서 나온 어쩔 수 없음으로 다가오겠지만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종편과 관련된 모든 것은 모두 거부하겠다는 강경파가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정상 참작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종편 사업자들이 영화펀드에 참여한 것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이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영화에 펀딩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세운 종편에 대한 투자의 일환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투자되어 제작된 영화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종편 방송의 콘텐츠가 되어 방송이 될 것이고 이는 곧 종편 사업자들의 사업 확장에 혁혁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 내세워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종편 사업자들이 개국 전부터 스타들을 내세워 마케팅에 집중하고 스타 마케팅으로 근근이 버티는 이유도 약탈적 광고시장이 열리면 엄청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벌어들인 자금으로 막강한 콘텐츠들을 손에 넣게 되면 자연스럽게 종편이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종편 사업자들과 결탁된 영화펀드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종편이 자리를 잡고 그 악마적 본성을 이 땅에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리게 하는데 일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딜레마로 다가옵니다. 종편 사업자들이 킬러 콘텐츠들을 확충하고 그렇게 방송 지배력을 강화했을 경우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병패들은 이미 종이 신문 시장에서 봐왔기 때문입니다.  

제작비가 시급하고 힘겨운 영화인들에게는 단비 같은 자금일지 모르지만 이런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 종편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맞는 말입니다. 서로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그 가치의 차이는 분명해지니 말입니다. 영화인들이 느끼는 힘겨움과 고통들을 이해하면서도 대중들의 비판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은 초기 그들의 행보를 잘 막아내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둑이 터지듯 그들은 암처럼 모든 것을 잠식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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