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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제는 정례화가 절실하다

by 조각창 2018.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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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금강산으로 출발한 그들의 짧은 만남은 5시에 끝났다. 3시부터 시작된 2시간의 짧은 만남은 아쉬움만 컸을 수밖에 없다. 길게는 70년 이상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들에게 2시간은 너무 짧다. 이산가족 고령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며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참가한 모든 이들은 각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가족 상봉을 한 이들은 천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헤어진 가족 한 번을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매년 수백 명씩 꿈만 품은 채 사망하고 있는게 현실이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 직계 가족은 만나지 못하고 손녀를 만나는 할아버지와 형님이 돌아가셔서 형수님과 만나 서럽게 울던 이산가족의 모습은 그 자체 만으로도 서글픈 우리의 역사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어야만 했던 그들에게 이는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이산가족을 앞세우는 일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2015년 이산가족 상봉이 있기는 했지만, 정치적 수단이 아닌 정례화를 통해 최소한 현재 살아남은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싶을 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함께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5만 6천 862명이 전부다. 수백 만 최소 수십 만명의 이산가족이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렇게 가족도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칠순이 넘은 아들을 보자 마자 오열을 하며 "상철아"라고 아들 이름을 부르며 껴안고 울던 92세 이금섬 할머니의 서글픈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울 수밖에 없게 했다. 전쟁통에 가족 모두 피신을 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아들과 헤어져 홀로 남한에서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삶은 지독한 고통과 자책, 그리고 서러움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들을 보며 이금섬 할머니가 느꼈을 감정은 결코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잘못도 아닌 전쟁을 일으킨 자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이 만나지도 못하고 살아왔던 세월. 이제는 이걸 종식 시켜야만 한다.


"정기적인 상봉 행사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화상상봉·상시상봉·서신교환·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다. 특히 오래전에 남북 합의로 건설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건설 취지대로 상시 운영하고 상시 상봉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산가족 정례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산가족들이 정기적인 상봉, 그리고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화상, 상시, 서신 교환과 고향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라고 했다.


이미 방식들은 나왔지만 이를 얼마나 빠르게 가능하도록 만들 것인지가 문제일 것이다.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이산가족에 한해 남과 북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단계적으로 이산가족들이 상시 면회를 하고 고향 방문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물꼬를 이번에는 터야만 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사망한 이들만 무려 7만 5천 741명이나 된다. 7월에만 316명의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고령이 된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생존자 중 70년대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면 많은 이산가족들이 눈을 감기 전에 끝내 가족을 만나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절박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에 한해서는 모든 것을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이산가족들이 상시 만날 수 있도록 합의를 해야 한다. 이산가족이 원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상시 창구를 만들어 이들이 비록 함께 살기는 힘들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니 말이다. 


1985년 9월 이뤄진 남북 고향방문단 교환과 이번 이산가조 상봉 행사를 포함해 22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이 전부다. 한 번의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절대 다수의 이산가족은 신청만 한 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남과 북 이산가족에 한해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남과 북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신과 영상 통화를 통해 언제든 원하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 이뤄질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빠른 시간 안에 강구해 실행해야만 한다. 그게 최소한 남겨진 이들을 위한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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