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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생리컵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by 조각창 2017.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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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생리대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대체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라면 필수적인 용품이지만 비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함이 거론되고 있다. 


생리대 시장은 엄청나다. 여성이라면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생필품이지만 가격을 국가에서 정하거나 할 수 없는 품목이다. 시장 경제에 그대로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은 담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경쟁을 하지만 시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그들은 담합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생리대 시장은 불황이 존재하지 않는 불변의 공간이다. 전쟁이나고 수많은 이들이 사망한다고 해도 남겨진 이들 중 여성들은 필수적으로 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생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생리대 시장은 영원불멸의 호황 업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저귀와 함께 생리대는 불황을 모르는 엄청난 시장이라는 것 만은 명확하다. 통계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2013년 국내 생리대 시장 규모가 1조 5천 억 정도였고, 세계적으로는 90조의 시장이다. 기저귀 시장 역시 전 세계적으로 90조 시장이라는 점에서 둘은 비슷한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국내 생리대 가격이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더 비싸다는 것이다. 썰전에서 방송되었던 내용을 보면 한국은 개당 331원으로 가장 비쌌다. 일본은 181원, 프랑스 218원, 덴마크 156원, 미국 181원으로 책정되었다고 한다. 국내가 왜 이런 선진국들보다 더 비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많게는 두 배 이상 가격이 비싼 생리대는 시장 지배자들에 의해 가격이 고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담합 수준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 선두 주자인 유한킴벌리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한 후발 주자들 역시 가격을 굳이 내릴 필요성을 못 느낀다. 


물론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규모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돈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시장 지배자를 이기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 하자. 이런 상황에서 시장 지배자가 과연 침묵하고 있을까? 


도발한 업체가 망할 때까지 저가 정책은 이어질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고 해도 망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문제는 그 후발 주자가 망한 후 가격은 마치 마법처럼 다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수밖에는 없다. 이런 시장의 생리는 자연스럽게 서로가 손해를 보지 않은 선에서 균형을 맞추며 알아서 담합하는 수준이 되고는 한다. 


이런 절대불변의 시장에 생리컵이 등장했다. 이는 낮은 가격에 한 번 사면 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돈 걱정도 생리대를 자주 사용해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게 된다. 처음 적응하는 과정이 힘들 수는 있지만 적응만 끝나면 그 어떤 생리대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평생을 사용할 수 있다. 


생리컵은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화학물질로 인해 부작용도 없다. 가끔 벌레까지 나오는 황당한 생리대와는 차원이 다르게 깨끗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생리컵이 큰 사랑을 받고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시판이 불가능하다. 


식약청에서 생리컵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사용을 할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막힌 상황이다. 이는 생리컵 대중화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생리컵 판매를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다.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생리대 판매업체들이 자신들의 사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생리컵 판매를 그냥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청이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있고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상 실험, 독성 검사 등 생리컵 안전성을 입증하는 작업에 약 2억이라는 고액이 필요하다. 누구든 생리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돈을 들여서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실리콘을 다루는 업체에서는 나설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식약청 안전검사 비용을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이미 전 세계 5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생리컵. 미국에서만 이미 70년 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위험하다는 논리가 선뜻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1조 5천억이 넘는 엄청난 시장인 생리대. 하지만 고가의 생리대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이 되고 있는 생리컵의 일상화는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이는 어쩌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건 시장 논리가 아닌 인권과 생존에 대한 문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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