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前 남친 최종범 구속영장 기각 비난 쏟아지는 이유

구하라 전 남친인 최종범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이번 영장 기각을 보면 여전히 남성의 시각이 지배하고 있음이 명확하기만 하다. 여성이 느꼈을 공포와 불안에 대한 고민보다 그저 욱해서 저지른 행위 일 뿐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은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을 절망하게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사법부만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보수적인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바로미터가 바로 사법부다. 시대가 변화하며 범죄도 변한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법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최종범)가 피해자(구하라)에 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얼굴 등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자 격분해 사진 등을 제보하겠다고 말한 점, 피의자가 제보하려는 사진 등의 수위와 내용, 그것이 제3자에게 유출됐다고 볼 만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 점. 그밖에 소명 되는 일부 피의 사실 등에 비춰봐도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할 이유가 없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구속까지 할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무조건 구속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가능한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도 찬성이다. 

사안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건에 따라 구속이 많아져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의 경우가 그렇다. 현재 여성 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여성을 향한 혐오 범죄 등이 논란이 되었던 만큼 잘못된 시선들과 행동들을 바로 잡아나가는 계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종범에 상해 협박 강요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22일 법원에 이를 청구했었다. 하지만 영장판사가 기각하며 최종범은 구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원론적으로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그 이유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최종범이 동영상으로 협박한 이유가 구하라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상처를 입게 되어 사진 등을 제보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구속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위와 내용, 그리고 제 3자에게 유출되지 않았으니 구속할 이유가 없다는 판사의 주장이 문제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협박을 해도 외부에 노출만 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단 식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협박한 것은 심각한 범죄다. 경찰과 검찰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 조사로 최 씨가 외부로 유포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은 했다. 하지만 구하라가 빠르게 문제를 언급하고 방어하지 않았다면 유출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 문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언론사에 극단적 발언을 해서 연예인인 전 여친을 협박한 것이 그저 욱해서 상대가 공격을 했기 때문에 방어 목적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동영상을 보내며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연예인인 구하라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 CCTV에 등장했던 무릎 꿇은 장면은 그래서 섬뜩하다. 이런 식의 협박이 그저 발 빠르게 움직여 동영상 유출을 막은 것이 오히려 죄를 묻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면 그건 무엇을 위함인지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으로 구하라는 연예인으로서 치명타를 입었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구속할 이유도 없다는 재판부. 이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 정도 범죄는 범죄도 아니라는 잘못된 시그널만 심어주고 끝난 것은 아닌지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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