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설정 총무원장이 종단 역사상 최초로 불신임 가결로 물러나게 되었다. 온갖 꼼수를 부리며 자신이 했던 말도 지키지 않고 연말까지 총무원장 직을 맡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었다. 하지만 이번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되며 그의 주장처럼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조계종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권력을 두고 많은 다툼들이 있었다.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자리는 그 어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온갖 논란에 휩싸인 설정 총무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후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16일 오전 10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총회 임시회에서 설정스님 불신임안이 상정도 재적의원 75명 중 56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반대는 14표, 기권 4표와 무효 1표가 나왔다. 압도적인 표차이로 불신임안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설정 스님은 자신의 불신임안을 표결하는 자리에서 "종헌과 종법을 위반한 사항이 전혀 없다"는 말로 자신을 향한 지적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으로 불신인암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계종 역사상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상정돼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되었지만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오는 22일 원로회의에서 현재 원로의원 24명 중 과반인 12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에서 해임된다. 임시회의를 통해 불신임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원로회의 결정이 아직 남았다는 의미다.
설정 스님이 해임이 된다고 조계종이 정상을 찾을 것이라 보는 이들은 적다. 수많은 설정 스님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승 전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 주류측과 개혁성향의 야권이 시각을 달리하며 또 다른 분쟁을 예고하고 있으니 말이다.
학력 위조, 친자 논란, 재산 문제 등 설정 스님을 둘러싼 논란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리고 조계종 주류 측이 벌인 경악할 만한 범죄들은 'PD수첩'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었다. 조계종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부정한다고 부정될 수는 없다.
조계종 개혁을 원하는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오랜 시간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그저 내가 싫어 하는 것이 아니라 불자로서 제대로 된 종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이 그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권력을 가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방식으로 조계종이 나아가기 바란다는 점에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과거와 달리, 불교가 차지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져 가고 있다. 한때는 국교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역할을 잃었다. 그리고 조계종을 둘러싼 알력 싸움이 무한반복되듯 이어지고 있으며 대중들의 불교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불교가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잡았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설정 스님이 그들에 의해 물러나게 되었다. 종교 내부에서 개혁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종계종이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어둡다.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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