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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 이효리 바람의 집과 문재인 대통령 감동의 마지막 한 마디

by 조각창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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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기념일이다. 생중계로 진행된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했다. 권력이 제주 도민 3만 명을 학살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픈 상처다. 12년 만의 대통령 참석으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제주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제주 4.3 사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최초로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12년이 흘러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지난 해에는 대선이 있었으니 말이다.


"섬, 4월의 바람은/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4.3 사건 추념식 사회를 맡은 이효리는 1947년 발생한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 아픔을 추모하는 이종형 시인의 '바람의 집'을 천천히 낭송했다. 차분하게 진행하는 이효리는 전혀 부족함이 없이 행사를 이끌었다. 시를 읽는 모습에서 우리가 알던 이효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진정성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시청에서 이효리에게 사회를 제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라고 하기도 어렵고 한 네티즌이 자신을 4.3 사건 유가족이라고 밝히며 이효리에게 사회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는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진짜 유가족인지 알 수도 없는 자의 그런 행패는 오히려 대중들의 비난만 받을 뿐이었다. 


제주로 내려와 정착해 살고 있는 루시드폴이 4.3 사건을 기리기 위한 노래를 만들었었다. 그 노래를 기념식에서 부르는 장면도 좋았다. 기존의 딱딱한 느낌을 내던지고 보다 부드러운 기념식이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효리에 대한 일부의 우려는 그저 기우였음을 그녀는 스스로 잘 보여주었다.


"좌와 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어섰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 난다.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식 연설은 감동 그 자체였다. 4.3 사건은 좌와 우 극렬한 대립이 만든 참혹한 비극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민은 학살을 당해야 했다. 그런 아픈 역사가 있음에도 여전히 제주 4.3 사건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있음을 주지하는 장면은 속이 시원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 받는 시대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자.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다.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다.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기도 하다.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좌와 우 상관없이 '정의'를 앞세웠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지에 대한 입장 정리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화두이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공정하지 않다면 진보든 보수든 무의미하다는 말로 이념 갈등과 좌우로 나누려는 정치 집단에 대해 단호한 한 마디를 했다. 


제주 4.3 사건이 더는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했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즉시 처리하고 국회에서 처리가 되어야 할 일들은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특별법 제정은 국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다시 언급한 셈이다. 


모두를 울컥하게 만든 것은 바로 마지막 한 마디였다. 모든 연설을 끝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70년이라는 지독한 세월을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내지도 못하고 살아왔던 유가족들에게 이제는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는 의미다. 


더는 숨죽인 채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의 모든 마음이 마지막 문장인 '봄'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감동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봄'에 비유했듯,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실과 배상에 대한 오래된 과제에 대한 해답을 '봄'에 담았으니 말이다. 왜 투표를 잘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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