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유시민 작가가 나간 자리를 채웠다. '썰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유시민 작가가 하차하며 아쉬움도 컸다. 그나마 노회찬 의원이 온다는 말에 기대가 컸고, 첫 방송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증명했다. 유시민 작가와 노회찬 의원은 이미 오랜 시간 호흡을 같이 해온 인물이었다.
정의당 의원과 당원들이었던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의 '노유진'이란 팟 캐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그들의 맛깔스러운 입담은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까지 진행하며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그 느낌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자유한국당은 머릿속을 바꿔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으면서 정책에 대한 태도는 그대로다. 남북 평화에 대한 입장은 보수층조차 지지하기 힘든 냉전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왜 우리나라 보수는 꼭 재벌 편만 들어야 하냐. 중소기업 사장 편 들면 안되냐"
"왜 한 줌도 안 되는 초 기득권층만 대변하려고 하냐. 건강한 보수층을 대변하면 안 되냐. 왜 자유한국당에는 친박 대 비박만 있냐. 친국민은 왜 없냐. 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면 수명 단축에 한 몸 바치겠다. 위기의식이 없어 보이니 해산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자한당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온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을 향해 쏟아낸 말들에 노회찬 의원의 힘이 느껴진다. 지방선거 참패한 후에도 변하지 않는 자한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것은 현역의원이기 때문에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날선 비판을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저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다. 잘하면 변할 수도 있겠다는 말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야당이 건재해야 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말로 대충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은 그런 뻔한 이야기 대신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해체 외에는 답이 없다는 강력한 발언을 쏟아냈다.
노 의원의 이런 강력한 발언이 자한당에게는 약이다. 그들이 바뀔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노 의원의 발언 속에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시작해 이제는 여당이 된 민주당이 욕심만 내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만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놔서 잘 하던 '개헌' 논의가 파기되었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자한당이 해체 아니면 답이 없음을 확신하게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위기 속에서 자신을 비호하기 위해 내놓은 '개헌' 안을 가지고 이런 식의 비난을 하는 한심한 자가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이라는 사실 자체가 비극이다.
'개헌' 자체를 외면하고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자들이 바로 자한당이다. 당 대표이자 자기당 대통령 후보가 6.1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하겠다는 주장까지 했음에도 그들은 자기 주장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개헌'을 하지 못한 것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서 자한당의 미래는 없음을 확신하게 한다.
"근데 편하다는 것 만으로 이 관행을 유지할 거냐. 횡령할게 아니라면, 굳이 기밀로 몰래 쓰고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못할 용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국회 특활비 폐지'에 대한 소신은 분명했다. 직접 특활비를 받은 사실을 과정을 통해 증언한 노 의원은 당 차원에서 모두 반납하고 있는 중이다. 5만원권으로 은밀하게 특활비를 건네는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 사무처에 있었던 박형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모습도 씁쓸했다.
"대법원 규칙에 디가우징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소거 조치라고만 명시돼 있다. 취재해 본 결과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퇴임한 박보영 대법관, 김용덕 전 대법관의 PC는 디가우징 하지 않았다. 사법 농단과 관련해서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에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 보관하기로 했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디가우징과 관련해서도 의도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박보영 대법원장, 김용덕 전 대법원장의 PC는 디가우징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사법 농단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PC가 재수사를 앞두고 디가우징이 된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 디가우징을 하던 시점부터 '법원 특활비'가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돈으로 사찰을 하고 그렇게 사법 거래와 법원 장악을 해왔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부분은 왜 노회찬 의원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하는 합리적 의심은 그저 뜬구름 잡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아니니 말이다.
노동자의 편에서 평생을 살았던 노회찬 의원과 재벌들의 낙수효과를 주장해왔던 친이계 박형준의 충돌은 당연했다. 경제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은 쉽게 풀릴 수 없는 문제다.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실패했으니, 왜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답이라는 노회찬 의원에 맞서 그것만이 아니라 모두가 문제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박형준의 모습은 명확한 한계로 다가왔다.
첫 방송을 마친 노회찬 의원. 그가 '썰전'에 와서 다행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현역 의원이라는 한계가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들도 있다. 그리고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논리와 풍자를 곁들인 노회찬 의원의 첫 방송으로 인해 '썰전'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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