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우병우 멘붕으로 이끌었던 한 방의 힘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 받는 스타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김경진 의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어쩌면 청문회에 최적화된 인물인지도 모른다. 취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니 말이다. 화를 내지 않고 조용하게 상대를 흔드는 기술은 직업이 준 능력이었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모두가 다 아는데 끝까지 모른다고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가 17~18년 검사를 했더니 그 모습이 순간 나왔던 것 같다"

" 가끔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자백을 하지 않는 피의자들이 있다. 그럴 때는 자백을 포기하는 대신 객관적 증거 자료를 가지고 기소를 한다. '너에게 자백 받는 것에 있어서는 네가 이겼다' 하는 검사 생활 시절의 자세가 나온 것 같다"

최순실이 검찰 압수수색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질문 과정에 대해서 질문을 했지만 우병우는 거짓말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철저하게 '모른다'를 외치기 위해 청문회에 나선 우병우로서는 당연하니 말이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려니 그것 자체가 힘들었을 듯하다. 

우병우가 청문회 내내 특유의 불퉁거리는 표정과 자세들은 이런 거짓말이 가져온 지겨움이었을 테니 말이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나오기는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서 철저하게 거짓말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야만 하는 처지니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래도 검찰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우병우니 말이다. 

김경진 의원은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우병우의 청문회 상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었다. 청문회에서 김경진 의원은 우병우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는 하셨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의미가 뭔지 몰랐다. 

의원과 증인 사이에서 인간적인 예우를 갖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검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잡범들을 취조할 때 이런 방식을 쓴다고 한다. 친근감을 심어준 후 원하는 답을 이끄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우병우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증거인멸 같은 거, 저도 다 검사 출신인데 그런 걸 누구든지 간에 시키겠습니까. 그런 것 적 없다"

우병우가 김경진 의원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태도를 계속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을 잡범으로 취급하는 검찰 2기 후배의 모습에 화가 났을 것이다. 나이는 김경진 의원이 한 살 더 많지만 소년 장원을 한 우병우는 웬만해서는 모두에게 나이 어린 선배가 되니 말이다. 

여유 있게 질문하는 의원들을 내려보듯 하던 우병우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흔들린 것은 김경진 의원의 질문들이었다. 조용하게 화도 내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취조하는 과정은 우병우로서는 못 견뎠을 것이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취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독일에 있는 최순실이 내일 검찰에서 압수수색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검찰 내에, 대한민국 검찰 내에 최순실의 수족들이 그렇게 쫙 깔려 있을까. 대통령이 알려줬을까. 우병우 민정수석이 알려줬을까. 검찰 총장이 알려줬을까. 누군 가는 알려주지 않았겠습니까"

"이걸 계기로 국민들에게 이 얘기는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검사 출신이지만 이런 검찰, '이런 썩어 빠진 검찰' 때문에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조용하게 하지만 강력하게 발언을 이어가던 김경진 의원의 이 발언은 사이다를 넘어선 속 시원한 진짜 한 방이었다. 스스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우병우가 김 의원에 의해 잡범이 되어버렸다. 이것 만으로도 솔직히 청문회 볼 맛이 났다. 

수사권이나 강제권이 없는 청문회에서 진실을 제대로 알아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특히 간사한 검사 출신에게 진실을 얻어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우병우라는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최선인지 잘 보여주었다. 

팩트 폭력에 비위를 상하게 하는 상황극은 우병우 같은 자들이 절대 못 견디는 방식이니 말이다. 슬슬 놀리다 '이런 썩어 빠진 검찰'이라는 발언 속에 우병우와 그의 일당들에 대한 분노가 모두 담겨져 있었다. 그런 자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김경진 의원이 한 방이 속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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