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6399 [Ep.03] 폐허 위에 핀 휴머니즘 :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 :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그리고 오발탄이 쏘아 올린 연민지난주, 우리는 남미의 광장에서 카메라를 총처럼 겨누며 세상을 바꾸려 했던 뜨거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이탈리아로 갑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무너지고 연합군의 폭격이 멈춘 자리. 거리는 온통 잿더미였고, 사람들의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영화인들에겐 스튜디오도, 화려한 조명도, 심지어 필름을 살 돈조차 넉넉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0(Zero)'의 시간.바로 그 폐허 위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슬픈 예술 사조인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신사실주의)'이 태어납니다.가장 처참한 시기에 그들은 어떻게 가장 숭고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 2025. 12. 21. 거장의 설계도 (3): 류이치 사카모토, 소리와 침묵 사이 - 영원한 울림 사카우리는 앞서 감정을 지휘하는 마법사(엔니오 모리꼬네)와 소리를 건축하는 공학자(한스 짐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소리를 채집하는 구도자'를 만날 차례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그는 암 투병 중에도 양동이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녹음하며 "나는 이제야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인위적인 작곡이 아니라,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소리들을 발견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의 [거장의 설계도] 마지막 시간은, 소리와 침묵의 경계에서 영화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악보를 펼쳐봅니다.1. : 자연이라는 거대한 악기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에서 음악은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습니다... 2025. 12. 21. 거장의 설계도 (2): 한스 짐머, 무한히 상승하는 건축적 사운드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에 '선율(Melody)'을 입혔다면, 한스 짐머(Hans Zimmer)는 영화에 '질감(Texture)'과 '부피'를 입힙니다. 그의 음악은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라기보다는, 관객의 심장을 물리적으로 조여오는 거대한 진동에 가깝습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복잡한 세계관 속에서 그의 음악은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지탱하는 '철근 콘크리트' 역할을 합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의 [거장의 설계도] 두 번째 시간은, 감성보다는 수학과 물리학으로 소리를 건축하는 현대 영화 음악의 혁명가, 한스 짐머를 해부합니다.1. 셰퍼드 톤(Shepard Tone): 무한히 상승하는 불안 영화 를 보며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하셨나요? 그것은 단순히 전쟁의 참상 때문이 아.. 2025. 12. 20. 거장의 설계도 (1): 엔니오 모리꼬네, 시간을 지휘하는 휘파람 영화가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설 때, 배우의 얼굴은 희미해져도 귓가에 맴도는 선율 하나가 며칠이고 가슴을 때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방금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마법에 걸린 것입니다. 그는 단순히 화면에 음악을 입히는 작곡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벽돌을 쌓아 영화의 공기를 바꾸고, 시간의 흐름을 조각해낸 '청각의 건축가'였습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새로운 시리즈 [거장의 설계도]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영화 음악을 '배경(Background)'에서 '전경(Foreground)'으로 끌어올린 불멸의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악보를 펼쳐봅니다.1. 황야의 설계자: 소음도 악기가 된다 1960년대, .. 2025. 12. 19. [Preview] 대홍수 : 넷플릭스 SF는 물살을 거스를 수 있을까? 2025년의 끝자락, 넷플릭스가 다시 한번 한국형 SF 재난 블록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입니다. 지구의 마지막 날,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 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공지능 연구원 안나(김다미)와 인력보안팀 희조(박해수). 설정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영화 팬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내놓았던 한국 SF 영화들이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빈약한 서사로 쓴맛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단순히 '기대작'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국형 SF의 계보'와 '재난 영화의 진화'라는 두 가지 축으로 미리 해부해 보려 합니다. 과연 는 넷플릭스 K-SF의 잔혹사를 끊어낼 '노아의 방주'가 될 수 있을까요?1. 넷플릭스 K-SF : .. 2025. 12. 19. [Let Me In #4] End : 기차는 지옥으로 가는가 어떤 사랑은 파멸을 예고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듭니다. 왜냐하면 파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간 우리는 12살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엘리의 서늘한 동행을 지켜봤습니다. 이제 기차는 출발했고, 두 사람은 블라케베리를 떠났습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 하나가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과연 오스카의 미래는 행복할까? 아니면 우리가 영화 초반에 보았던 늙은 하칸의 비참한 최후가 곧 오스카의 미래일까? 오늘은 4부작의 마지막 순서로, 이 아름답고도 잔혹한 엔딩이 품고 있는 '비극적 순환(Cycle)'과 그 너머의 의미를 사유해 보려 합니다.1. 수영장의 대학살 : 가장 잔인한 구원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수영장 씬은.. 2025. 12. 18. [Let Me In #3] Variation : 두 개의 제국, 두 가지 고독 어떤 이야기는 국경을 넘으며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갖기도 합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스웨덴 원작 이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지 불과 2년 만에, 할리우드는 맷 리브스 감독을 통해 이 이야기를 다시 썼습니다. 제목은 으로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리메이크를 원작의 아류작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의 관계는 조금 특별합니다. 스웨덴의 원작이 무너져가는 복지국가의 틈새에서 피어난 '사회적 연대'를 그렸다면, 미국의 리메이크는 냉전 시대의 삼엄함과 종교적 죄의식 속에서 피어난 '개인의 구원'을 그립니다.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지만, 악기가 바뀐 탓에 전혀 다른 슬픔으로 들려오는 두 개의 변주곡. 오늘은 이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각기 다른 사회가 '괴.. 2025. 12. 17. 미각의 구조학 (3): 굶주림의 정치학 - 숟가락 계급론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서 나올까요? 어떤 철학자는 이성(Reason)이라고 말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존엄성은 오직 '배부름'에서 나옵니다. 배고픔 앞에서는 도덕도, 윤리도, 정치도 무력해집니다. 그래서 모든 독재자는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식량을 무기화했습니다. 굶주리게 하거나, 혹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거나.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미각의 구조학] 마지막 편으로, 한정된 자원(음식)을 둘러싼 가장 적나라한 계급 투쟁, '굶주림의 정치학'을 파헤칩니다.1. : 양갱의 진실, 꼬리칸의 비극봉준호 감독의 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검은색 연질의 '단백질 블록'(일명 양갱)을 배급받아 연명합니다. 그들에게 맛을 논할 자격은 없습니다. 오직 열량만이 중요합니다. 영화 중반부, 커티스(크리스.. 2025. 12. 16. [Let Me In #2] Blood : 피보다 붉은 유대, 그리고 대체 가족 어제 우리는 눈 덮인 블라케베리의 차가운 풍경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그 창백한 설원 위에 붉게 떨어지는 핏방울, 그리고 그 피로 맺어진 기이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12살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엘리. 세상은 이들을 '정상'의 범주 바깥으로 밀어냈습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살인을 꿈꾸는 소년, 그리고 살기 위해 매일 밤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소녀. 이 위험한 두 존재가 서로를 알아봤을 때, 그들의 만남은 로맨스를 넘어선 '생존을 위한 연대'가 됩니다.1. 포식자와 희생양, 거울을 마주하다 오스카는 학교에서 '돼지'라고 불리며 끔찍한 괴롭힘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숲속에서 나무를 칼로 찌르며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하죠. 그의 내면에는 이미 억눌린 .. 2025. 12. 16. 미각의 구조학 (2): 시스템을 먹어치우다 - 식인과 금기의 구조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기(Taboo) 중 하나는 바로 '식인(Cannibalism)'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것은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최후의 경계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영화들은 이 금기를 깨부수며 스크린 위로 '인육'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의 로맨틱한 식인이나, 의 성장통으로서의 식인까지. 왜 현대 영화는 다시 이 끔찍한 행위에 주목할까요?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미각의 구조학 두 번째 시간으로, 식인이 단순히 공포를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타인을 소유하려는 욕망'과 '약육강식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구조적 은유임을 파헤칩니다.1. : 사랑, 너를 뼈까지 삼키고 싶어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은 식인종(이터)들의 로드 무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호러라기보다.. 2025. 12. 15. [Let Me In #1] Snow : 복지국가의 유령들은 왜 맨발로 걷는가 12월의 중순입니다. 창밖의 온도가 내려갈수록 우리는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떠나볼 곳은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창백한 도시입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2008년작 은 흔히 '뱀파이어 로맨스'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감정은 공포나 설렘보다는, 뼈가 시릴 듯한 '고독'과 기이한 '슬픔'입니다. 영화 내내 짓누르듯 깔려 있는 그 무거운 침묵과 하얀 눈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1982년 스웨덴이라는 사회가 감추고 싶어 했던 거대한 우울의 은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4일간, 이 서늘한 북유럽의 설원 위를 걸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엘리가 만난 그 공간, '블라케베리(Blac.. 2025. 12. 15. 미각의 구조학 (1): 가난의 맛, 부자의 맛 - 잡식성 자본주의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는 행위'는 단순한 생존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적나라한 '계급의 전시'입니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먹고, 누군가는 과시하기 위해 먹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난의 맛마저 '별미'로 소비합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새로운 시리즈 [미각의 구조학]을 통해, 영화 속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계급 전쟁을 '맛'보려 합니다.1. : 짜파구리에 한우를 넣는다는 것봉준호 감독의 에서 가장 상징적인 음식은 단연 '채끝살 짜파구리'입니다. 짜파구리는 본래 서민들의 저렴하고 친근한 인스턴트 식품입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아내 연교는.. 2025. 12. 14. [Ep.02] 총이 된 카메라 : 배고픔은 헐벗은 진실이다 :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서울의 봄을 깨운 저항의 미학지난주 우리는 독일의 차갑고 기괴한 밀실에서 인간 내면의 붕괴를 목격했었죠. 오늘은 그 정반대의 곳으로 떠나보려 합니다. 이곳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극장도, 잘 짜인 세트장도 없습니다. 대신 작열하는 태양과 땀 냄새, 그리고 흙먼지가 가득한 거리만이 존재합니다. 바로 1960년대, 혁명의 열기로 들끓던 라틴 아메리카입니다.영화사에서 가장 뜨거웠고, 가장 거칠었으며, 동시에 가장 용감했던 시절. 그들은 왜 "카메라가 총이 될 수 있다"고 믿었을까요? 오늘 우리는 단순한 예술이기를 거부하고 무기가 되기를 자처했던 영화들, 그리고 그 불꽃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우리에게까지 옮겨붙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1. 할리우드를 향한 선전포고 : 제3의 길.. 2025. 12. 14. 청각의 구조학 (3): 침묵은 가장 큰 비명이다 - 소리의 부재가 만드는 서스펜스 By Jena극장 안, 수백 명의 관객이 일제히 숨을 멈춥니다.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합니다. 현대 영화는 끊임없이 소리를 채워 넣으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관객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모든 소리가 사라진 '침묵(Silence)'의 순간입니다. 소리가 없다는 것은 정보가 없다는 뜻이고, 정보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청각의 구조학] 마지막 편으로, 배경음악(BGM)을 제거하고 '소리의 부재'를 무기로 삼은 영화들이 어떻게 극장을 거대한 긴장의 진공 상태로 만드는지 분석합니다.1. : 음악이 사라진 자리엔 '현실'만 남는다 코엔 형제의 걸작 에는 배경음악(Score)이 단 1초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2025. 12. 13. 오블리비언 : 완벽하게 디자인된 거짓말, 스카이 타워 SF 영화에서 '종말(Apocalypse)'은 으레 칙칙하고 어두운 잿빛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녹슨 기계, 비 내리는 거리... 우리가 익히 봐왔던 나 의 풍경들이 그러했죠. 하지만 2013년,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종말의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름 위 1,000미터 상공에 떠 있는 '스카이 타워'.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러운 흰색 가구, 전면 통유리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그리고 투명한 수영장까지. 이곳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낙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보면 문득 서늘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왜 이토록 완벽할까?" 오늘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탁월한 디자인과 미장센을 통해, '통제.. 2025. 12. 13. 청각의 구조학 (2): 벽 너머의 지옥 -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괴리 By Jena여기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있습니다. 화사한 꽃밭, 풀장에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행복한 부부. 하지만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 이곳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간헐적인 총성, 굴뚝의 웅웅거리는 기계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소리. 이곳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담장 바로 옆, 루돌프 회스 사령관의 사택입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영화 를 통해, '보이는 낙원'과 '들리는 지옥'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청각적 괴리(Dissonance)를 분석합니다.1. 시각은 거짓말을 하고, 청각은 진실을 말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운드는 화면을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슬픈 장면에는 슬픈 음악이, 긴박한 장면에는 빠른 효과음이 깔리죠. 하지만 조.. 2025. 12. 12. Gattaca : 결함이 있는 인간만이 별에 닿는다 1997년, 앤드류 니콜 감독이 그려낸 미래는 잿빛 디스토피아도,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으로 뒤덮인 사이버펑크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세상은 1950년대의 클래식한 건축물과 우아한 트렌치코트, 그리고 정제된 침묵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세상. 하지만 그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차가운 계급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영화 는 유전자 공학이 지배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의 가치를 오로지 생물학적 데이터로만 판단하는 사회를 고발합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이 현실이 되고 MBTI가 새로운 신분증처럼 통용되는 2025년의 우리에게 이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혈액 속에 있는가, 아니면 보이지.. 2025. 12. 12. 청각의 구조학 (1): 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 들린다 - 공포의 주파수 By Jena혹시 공포 영화를 화면을 끄고 소리로만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을 소리로만 접했을 때, 그 공포는 시각적 경험을 압도합니다. 기괴하게 긁히는 금속음, 텅 빈 복도를 울리는 세발자전거 바퀴 소리, 그리고 심장을 조여오는 타자기 소리까지.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Seeing)'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무의식을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는 감각은 '듣는 것(Hearing)'입니다. 눈은 감으면 그만이지만, 귀는 닫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영화의 진짜 지배자, '청각의 구조학'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실체를 추적합니다.1. : 오버룩 호텔은 소리로 존재한다 이 무서운 이유는 잭 니콜슨의 표정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소리의 .. 2025. 12. 11. [About Time #4] Life : 오늘을 위한 시간 여행 지난 4일간 우리는 팀의 벽장을 함께 드나들었습니다. 서툰 고백을 다시 하고, 비 내리는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와 마지막 산책을 했죠. 이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입니다. 영화의 엔딩, 팀은 놀라운 결정을 내립니다.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과거로 갈 수 있는 신(God)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왜 스스로 그 능력을 포기했을까요? 오늘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긴 진짜 선물, '오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1.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하루 팀은 깨닫습니다. 아버지가 알려준 '하루를 두 번 사는 비결'조차 뛰어넘는 단계를요. 그것은 바로 '시간 여행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짜증 나는 직장 상사, 꽉 막힌 도로, 쏟아지는 커피... 이.. 2025. 12. 11. 공간의 구조학 (3): 무너진 세상의 유일한 성채, 배제와 혐오의 공동체 By Jena서울의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빌딩도, 다리도, 정부도 사라진 폐허 속에 오직 하나, '황궁 아파트 103동'만이 기적처럼 서 있습니다. 영화 가 보여주는 이 초현실적인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리얼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집니다. 우리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세상이 무너져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마지막 동아줄(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Impossible Project]는 공간의 구조학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아파트라는 견고한 성채가 외부인을 '바퀴벌레'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안의 집단적 이기주의를 직시하려 합니다.1. "아파트는 주민의 것": 민주주의의 탈을 쓴 파시즘 영화 속 입주민 회의에서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외부인을 쫓아내기.. 2025. 12. 10. [About Time #3] Goodbye : 산책, 탁구, 그리고 마지막 사랑 이야기인 줄 알고 웃으며 보던 관객들이 눈물을 쏟게 만드는 구간입니다. 은 로맨스 영화의 탈을 쓴 '부자(父子)의 드라마'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팀에게도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면, 아이가 바뀌어 버리는 '나비 효과' 때문에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오늘은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하는 아들의 마지막 시간 여행을 따라가 봅니다.1. 아버지의 비밀 공식 (Dad's Formula)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팀에게 행복을 위한 자신만의 공식을 알려줍니다. 거창한 부나 명예가 아닙니다. "하루를 두 번 살아라." 처음엔 평범하게 살며 긴장과 걱정으로 놓쳤던 것들을 겪고, 두 번째는 똑같은 하루를 살되 .. 2025. 12. 10. 이전 1 2 3 4 ··· 30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