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뜬금없이 도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기자들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논란을 빚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점에서 기자를 피해 도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바미당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에 간다던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의 옛 싱크탱크 사무실을 찾은 것을 기자가 포착했다. 아주경제 기자가 안 전 후보를 목격하고 인터뷰를 하려 하자 비상 계단을 통해 7층에서 1층까지 뛰어 내려가는 모습이 그대로 포착되었다.
"절대 도망간 것이 아니고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계속 언론 접촉을 피하는 와중에 기자가 물어봤기 때문에 역시 피하려 한 것 뿐이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도망을 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일자 언론 접촉을 피하는 와중에 나온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옹색하다. 그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잠시 피하겠다는 안 전 후보의 행보는 언제나 이처럼 기괴하다.
대선 패배 후 드문불출하는 듯하더니 속초 한 식당에서 발견되어 의문을 만들기도 했었다. 잠행 아닌 잠행 뒤 정치적 행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안 전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정치에 대한 갈증을 심한 그의 행보는 지속적으로 정치적이다.
독일로 떠난다며 사라진 안 전 후보가 다른 곳도 아닌 싱크탱크를 찾은 것은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 더욱 바미당의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안심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가 그들에게는 민감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싱크탱크를 찾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면 담백하게 입장을 밝히고 떠나면 그만이다. 기자가 등장하자마자 다른 곳도 아닌 비상계단을 통해 7층에서 1층까지 뛰어 내려가듯 도주하는 모습을 정상적으로 바라보기는 너무 어렵다. 이 정도면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어 도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에 장기 체류를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비자가 필요한데 다음 주 쯤 나올 것이라고 한다. 독일행은 8월 이나 9월 초에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걸 탓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잠시 쉬는 혹은 피해 있는 상황이라니 그런 삶을 살든 그건 안 전 후보의 몫이다.
故 노회찬 의원의 사망에 온 국민이 한탄하는 상황에서도 안 전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바미당 유승민 전 대표도 조문을 했다. 국내에 머물며 이런 행보도 하지 않던 안 전 후보가 싱크탱크를 찾은 후 도주를 하는 행태가 정상적으로 보이기는 어렵다. 조문은 개인적인 선택이나 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바미당 전당대회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행동으로는 최악이니 말이다.
"기자 분이 안철수 전 대표를 너무 좋지 않게 표현하시는데 안철수 전 대표는 뭔가 이런 상황에서 음험한 계략을 꾸미는 분이 아니다. 보궐선거 때 공천 개입도 화끈하게 '3등 후보' 언급하면서 때와 장소에 맞지 않지만 솔직하게 하셨는데 전당대회 개입 쯤은 기자 보기 부끄러워 도망가실 분이 아니다. 그냥 바쁘셔서 그러셨을 거다. 네, 정말로… 정말… 정말… 아… 진짜 또 시작이네"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는 안 전 후보를 위하는 듯하면서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안철수 전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서로 사이가 안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 선거에서도 공천을 받은 후에도 안 전 후보로 인해 미뤄지며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 힘들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안 전 후보와 이 후보 사이의 갈등은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바미당 소속 의원들의 관계로 보이기도 하다. 화학적으로 섞이기 쉽지 않은 이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물론 오래 함께 하다 보면 서로가 닮아갈 테니 이 역시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란 생각도 든다.
자기 사람을 공천 하기 위해 바미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을 비꼬는 이 후보의 조롱은 이들 관계가 절대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식의 행동을 한 안 전 후보가 전당대회 개입이 두려워 기자를 피해 도망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은 전당대회 개입은 하고 있고, 이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단 의미다.
"또 시작이네"라는 문구 속에 이준석 후보가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그들이 느끼는 안철수 전 후보의 모습이 바로 그 단어에 모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직 자기 사람을 당 핵심에 넣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는 그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자 조롱이고 한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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