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NongDam

신유용 성폭행 코치 신상 공개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

by 조각창 2019. 1. 15.
728x90
반응형

신유용은 용감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24살이라는 아직은 어린 나이인 그녀가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2차 피해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을 감추려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2차 피해 때문이다.


직접적인 성폭행도 힘겹고 두려운 일인데, 이를 알리는 순간 찾아오는 2차 피해는 죽음의 공포까지 불러온다. 힘들게 용기를 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는 현실은 참혹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세게 불던 지난 해에만 해도 2차 피해는 상당히 컸다.


심석희 선수가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진 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심석희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진 미투 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많이 싸우면서 실체가 무엇이고 어떤 것이 사실인지 조금씩 대중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짓말과 진심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생기고 있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들에게 증거는 찾기가 어렵다. 증언으로 대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해자는 오히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하기 마련이다.


조재범이나 그 가족들이 오히려 심석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것과 같다. 일단,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직접적이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신유용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 16살 소녀가 자신을 가르치는 코치에게 당했다. 그 상황에서 무슨 증거를 남길 수 있다는 말인가?


심석희와 신유용은 모두 선수다. 운동 선수로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다. 그리고 문제의 가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가르친 코치들이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두 선수를 잔인한 폭력으로 길들여왔다. 코치의 말에 순종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조재범이나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유도 코치가 서로 연락을 취하며 범행 모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수법은 너무 비슷하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린 제자들을 어떻게 사육하고 유린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코치라는 그들에게는 절대적 권위를 앞세워 폭력을 일삼았고 이게 성폭행까지 이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어린 선수들은 부모 걱정부터 하며 홀로 감내하고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신유용이 방송에 나와 증언하는 내용들을 보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해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따까리'라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통해 코치의 수발을 들게 하는 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스포츠 시스템 전체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심석희와 신유용과 같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들이 여전히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하는 협회나 문체부,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범죄자들을 다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모두 공범이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상관없는 문화 속에서 잘못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면 가해자는 철저하게 숨겨진다. 오직 피해자만 세상에 알려져 2차 피해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이번 신유용 사건 역시 동일하다. 가해자인 코치는 숨었다. 그가 누구인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현행법상 그가 누구라도 밝힐 수도 없다. 그 순간 명예훼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유용은 스스로 이번 사건을 '신유용 사건'이라고 표현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보다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임해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그녀의 용기가 잘 드러난 대목이다. 경찰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증언하기로 했던 이들도 포기한 성폭행 사건은 그래서 모든 것이 힘들다. 


협회 등에서는 피해자는 신고를 하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신고한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말은 없다. 신유용 선수가 분개하는 것도 그것이다. 신고를 해도 보호 받고 계속 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없는 한 누군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질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가해 코치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런 분노 때문이다. 가해자는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정작 피해자는 추가 피해에 아무렇지도 않게 노출되는 세상에 대한 분노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을 방치할 것인가?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을 눌러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