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윤창호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 가해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소 징역 5년이 아닌 3년이라는 기준은 집행유예를 여전히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여전히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 놨기 때문이다.
법사위에 처음 상정된 원안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최소 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이었다. 그럴 경우 음주운전에 대한 예방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수정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한 편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분노로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상향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의 의지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윤창호법'이 발휘되자마자 현역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 벌금 200만원이 구형된 상황에서 이들은 여전히 다음은 자신 차례라는 두려움 때문에 최소 형량을 조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확정된다. 수정안이 나오지 않는 한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한 '윤창호법'은 반쪽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 배우 박해미의 남편인 황민에게 검사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황민은 음주운전 사고로 동승자 2명을 숨지게 했다.
28일 오전 10시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정우성 판사 심리로 진행된 2차 공판에서 검사는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법적 최고형인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여전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윤창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구형이다.
"오늘 아침 유족 측에서 의견서를 냈는데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합의를 위해 연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선고기일을 지정하되 만약 유족 측과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선고기일을 변경하겠다. 현재로써는 특별한 자료가 없다"
황씨 측 변호사는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선고기일을 변경해 달라 요청했다. 합의를 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금액만 맞으면 합의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판사는 유족 측에서 의견서를 통해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합의할 의향이 없는데 선고기일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황민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20살 어린 학생과 전도유망한 30대 뮤지컬 배우가 사망했다. 사고 상황이 녹화된 영상이 공개되며 이 사건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든 이들은 깨달았다. 만취 상태에서 과속에 칼치기까지 하다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용서가 되지 않는 범행이었다.
음주운전 사고가 빈발한 상황에서 황민 사건은 많은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 선고가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큰 사고로 일가족이 사망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감형되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황민 사건 선고로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선고 기일이 확정되지 않아 어떤 1심 판결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 검사의 6년 구형이 감형이 될 여지는 유족과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이 '윤창호법' 통과 후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면 다른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2심으로 넘어가 구형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인명사고를 낸 음주운전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뀐다. 황민의 경우 이전에도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다시 음주운전으로 두 명의 무고한 이를 숨지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강력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나 다름 없다. 처음부터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운전대를 잡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음주운전은 강력하게 처벌 받아야 한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윤창호법'이 여전히 부실하다고 비난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황민 사건은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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