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300억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효성 그룹 일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황당하기만 하다. 무기 징역에 전액 환수 조치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효성 그룹에 유리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고민만 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것이 법이다.
추악한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참 허망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형을 받는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시간 때우기로 끝날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돈만 있으면 형량도 거래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궁금하게 한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천 300여 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죄로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기징역 정도가 내려진 듯하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1천 352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은 횡령 액수만큼 내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3년이라니 이게 법인가? 1천 억이 넘는 돈을 횡령한 범죄자다. 그런 자에게 사법부가 내린 형이라고는 3년이 고작이다. 횡령은 중범죄다. 국가의 법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는 점에서 강력하게 처벌을 해야만 한다.
"피고인의 포탈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포탈 세액 합계도 거액이다. 처음부터 탈세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에 대해 양형 이유를 밝혔다. 비록 거액을 탈세했지만 처음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함은 아니었다는 것이 법정의 판단이다. 그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1천 억이 훌쩍 넘는 돈을 탈세했는데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지 않았으니 3년 형을 선고한다는 것이 과연 이해될 수 있는 일인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이 내려졌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재벌가 판결은 거의 전부 집행유예로 끝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 명예회장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역설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재판부의 판결은 한심하기만 하다.
"범행을 인정하고 횡령금 전부를 변제했다"
아버지와 함께 기소된 장남 조현준 회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형적인 재벌가 판결이 등장했다. 그 횡령금 변제라는 것도 자신의 돈인지도 의문이다. 태어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평생 부족한 것 없이 살아왔던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으로 그 엄청난 돈을 그 나이에 벌어 들일 수 있었다는 말인가.
검찰은 조 명예회장과 임직원이 분식회계 5천 10억원, 탈세 1천 506억원, 횡령 698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배당 500억원 등 8천억원의 기업비리를 저질렀다며 2014년 1월 기소했다. 경악스러운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무려 8천 억에 달하는 기업 비리가 고작 3년과 집행유예라니 누가 이해 할 수 있겠는가.
8천억에 달하는 기업비리는 재판부에 의해 2016년 1월 1심에서 탈세 1천 358억 원과 위법배당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8천 억짜리 범죄가 1천 억짜리 범죄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형량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1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1천 365억이 선고되었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구속도 하지 않은 선고였다.
아들인 조현준 회장은 법인카드로 16억을 사적으로 써 횡령했다. 부친 소유의 해외자금 157억 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 받아 약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엄청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해외자금유출 혐의도 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를 판결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1심은 조 회장에게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인카드 사용만 죄이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70억에 달하는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는 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조 회장에게 내린 판결이라는 것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이 전부였다.
판결에 대해 효성 측은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저 IMF 사태 당시 국가적 위기 극복과 회사 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을 개인적인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조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받아내기 위해 상고하겠다는 의미다. 기막힐 일이다.
이명박의 사돈 기업으로 유명한 효성. 최근 조 회장은 홍콩에서 고가의 물건을 몰래 들여오다 걸리는 추악한 상황도 벌어졌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조차 하지 않는 자에게 재벌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나서서 죄를 감해주기 위해 여념이 없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영원한 진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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