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을 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투쟁 모습이다. 아주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지양되어야 할 투쟁 방식이기도 하다.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착각이다. 과거처럼 극단적 투쟁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당위성을 대중들에게 설파하는 것이 최선이 되어야 한다.
대중들이 인정하면 대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사회가 움직이는 시대가 되었다. 택시 사업이 어렵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물론 택시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아닌 현장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기사들의 삶이 힘겹다는 의미다. 언제나 어려운 것은 을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몫이니 말이다.
"카풀이 제지되는 날까지 나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달라"
10일 오후 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대 택시기가 최모씨가 분신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의 내용 중 핵심이다. 분신을 시도해 인근 병원에 옮겼지만 숨졌다. 사망한 최씨는 택시노조 대의원으로 알려졌으며 카풀 반대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카풀이 시행되면 택시 사업자가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택시 사업이 과거와 달리 불황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양한 이유들이 모여 결국 경쟁이 힘든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경쟁해야 할 택시 사업자 수가 너무 많은 탓이 크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거나 그 경계를 넘어서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택시 기사들의 삶이 좋아질 수 있는 여건들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택시 사업자는 여러 이유와 혜택으로 사업을 이어가지만, 거기에 속한 기사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공유 경제가 일상이 되며 국내에서 들어왔지만 문제가 많다며 불법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풀은 택시 기사들에게는 다시 한 번 불안을 재촉하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 보인다. 택시들끼리 경쟁하는데도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에 새롭게 들어오게 되면 과부화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왔고, 앞으로도 쉽게 풀릴 수 없다. 분신은 안타깝다. 하지만 분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망 소식에 애도를 보내는 이들과 함께 택시 업계 스스로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불신이 팽배한 택시에 대한 불만이 시민들 사이 너무 팽배하다.
실제 골라 태우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택시를 한 번 타기 위해 거리에서 수십 분을 서성이고 애원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 이들은 다양한 유사 서비스가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라도 택시의 불친절에 맞서고 싶어한다. 골라 태우고 불친절한 택시에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상황이다.
새로운 운송 서비스가 도입되고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당사자들 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고 그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합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매끄럽지 못한 것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서비스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택시 업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부터 해야만 한다. 경쟁력을 갖춘 택시라면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 시대에서 택시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분신이 카풀 시스템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카풀 제도에 대한 문제들도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그게 정답이라고 보는 이들도 없다. 그저 수많은 사업들 중 하나로 보일 뿐이다.
카풀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공유 경제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많은 수로 늘어날 것이다. 택시 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군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들이 너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회적 함의가 절실한 시대인 것은 명확하다.
사람들이 직접 일할 수 있는 구조는 사라져 간다.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며 미국에서는 일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자유주행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택시 기사 없이 자율주행하는 차량이 손님을 모시는 시대가 이미 왔다는 것이다.
죽음이 더는 투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분신을 해서라도 바꿔야만 하는 시대와 현재는 많이 다르다. 그런 방식이 아닌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협상력을 키워가는 것이 방법이다. 힘들겠지만 택시 기사부터 변해야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현재처럼 외면 받는 상황에서 그들의 투쟁은 공허해 보일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방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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