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NongDam

별세 마광수 즐거운 사라로 각인된 전 교수의 사망 소식이 씁쓸하다

by 조각창 2017. 9. 5.
728x90
반응형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 교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소설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농도 깊고 자유분방한 소설로 모두를 놀라게 했으니 말이다. 


마광수 전 교수는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1975년 25세에 대학 강의를 시작했다.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후 1984년부터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젊고 자유로운 마광수 교수는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며 소위 스타 교수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사망한 마광수 전 교수는 향년 66세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1분께 마광수 전 교수는 자신의 자택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현장에는 유산을 자신의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넘긴다는 내용과 시신 처리를 그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장과 유서를 본다면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보다 자세한 경위를 조사해봐야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드러난 정황을 보면 타살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수직에서 내려온 후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마 전 교수는 지난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도발적인 수필집을 내며 한국 사회에 파문을 던졌다. 지금도 이런 글 자체가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시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도발적이었다. 성적인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 전 교수는 단순히 산문이나 소설만이 아니라 강의 중에도 솔직하게 자신의 성 담론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강의 중 학생들에게 거침없이 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해서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젠더 논쟁이 심해진 상황에서도 곡해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당시에는 성 자체를 감추고 살던 시대라는 점에서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파격적인 산문집에 이어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에 이어 1991년에는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다. 두 작품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특히 '즐거운 사라'의 경우 출판되자마자 8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언론과 문학계에서 음란소설로 규정하며 마 전 교수는 결국 검찰에 의해 '음란문서유포죄'로 전격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소설 하나가 몰고 온 파문은 엄청났다. 황당하지만 야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일이 1990년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실화였다.


"문학은 상상력의 모험이며,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 문학은 기존의 가치 체계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요,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인해 연세대에서 면직조치까지 당한 마광수 전 교수는 야한 작가라는 낙인이 찍혀 문학계에서 왕따가 되기도 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마 전 교수는 문학은 상상력의 모험이라 했다.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그의 발언은 무척이나 와 닿는다.


지금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너무 앞서간 마 전 교수에게는 이 모든 것이 고통의 연속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92년 10월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돼 두 달간 수감생활을 한 뒤 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연세대에서는 면직 됐다가 98년 복직 되기도 했다. 

 

마 전 교수는 2000년 재임용 탈락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40여권의 저서를 쏟아냈다. 마 전 교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문학 세계는 그렇게 그의 가치를 남긴 채 외롭게 떠나게 되었다. 그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솔직한 그의 문학 세계가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다시 한 번 품게 된다.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 눌러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