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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103.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이창동이 이야기하는 한국현대사의 한토막

by 조각창 2008.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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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능력들은 다양하게 표현되어질 것이다. 소설가나 영화 감독이나 공통점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호흡하는 유용하고 대중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왔던 날들을 이렇게 멋지게 정리할 수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그 시절이 비참하고 힘들었을 지언정 그 날들을 정리해 타인에게 이야기를 건내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없었던 방식으로 진행된다. 열차가 달린다. 자세히 보면 열차가 거꾸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있다. 영화는 그렇게 현재의 모습에서 다시 과거의 모습들로 돌아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 남자를 통해 그 남자가 겪어온 한국 현대사의 굵직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하며 어떻게 파괴되어지는가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완전히 망가져버린 한 남자 영호(설경구)를 쫒는다. 불법 총기를 구입하고 인생 포기전 자신에게 못되고 굴었던 사람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그는 이혼한 아내가 있다. 그 아내를 찾아가봤자 자신을 반기는 것은 반쯤 열린 문에서 꼬리를 흔드는 개밖에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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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생각도 가물가물한 여인 윤순임(문소리)의 남편이 곧 죽어가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사랑한 영호를 찾아 온 것이다. 그녀를 찾아가는 길에 산 박하사탕. 그와 그녀를 엮어주는 기억의 꼬리이기도 하다.
 
영호는 70년대 공장에서 일하는 순진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야유회에서 순임을 만났고 그들은 사랑을 키워갔다. 영호가 80년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영호와 순임의 삶은 크게 달려져있었을 것이다. 80년 광주로 내려가게된 영호와 영호의 군대. 그들은 차마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엄청난 일을 겪게 된다. 군인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유기하고 그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자아자체가 손상되어져 버린 영호.
 
그는 그렇게 공장을 버리고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대공보안과에서 일하며 학생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잡아내고 그들을 고문하는 역할에 빠져들며 순수했던 영호의 모습은 사라져 간다.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인 순임이 어렵게 찾아온 자리에서 그는 순수함의 상징을 무참히 버려버리고 망가져버린 시대만큼이나 망가진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영호는 자신을 따랐던 식당 딸 홍자(김여진)과 결혼한다. 마음에도 없었던 결혼은 형식적일 수밖에는 없는 것. 그들은 그렇게 서로 살아갈 뿐이다. 동료와 동업한 가구점의 흥망을 통해 그는 이혼을 하고 망가져버린 삶속에서 총을 사기 위해 찾았던 바닷가에서 우연히 차에서 들었던 고향 모임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다가오는 기차를 바라보며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는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환구조가 아닌 역순환구조이다 보니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영화사에 이창동이라는 인물은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온다. 소설가가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그가 펼쳐놓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유희의 영화가 아닌 시대를 고민하는 영화들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그는 노정권이 들어서며 문화부장관이라는 그전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행정직을 맡기도 했었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80년 광주의 봄 이후 현대사를 살아오는 우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호라는 평범한 우리시대의 청년이 80년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을 통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지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돈도 없었던 공돌이 영호. 그는 80년 그날 그 사건의 중심에 섰다는 이유로 그의 삶은 그전의 삶과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전형적인 가해자 입장에서 많은 악덕들을 자행하고 자기 스스로 철저하게 파괴되어져 가는 인간상은 80년 광주의 그 날 이후 우리의 현대사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하사탕을 감싸는 일을 했던 순임은 영호에게도 첫사랑이었지만 박하사탕의 하얀 이미지와 함께 순수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락해버리고 절망해버린 영호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절규를 하게 한 인물도 죽어가는 순임이었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순임을 포기해야만 했던 영호에게 죽어가는 순임은 망가져버린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존재였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의 명칭을 영화로 차용했다는 것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영화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 괜찮은 영화가 나올것이란 믿음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조폭들이 등장했던 <초록 물고기>부터 정신지체아의 순수한 사랑과 왜곡된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던 <오아시스>까지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던져왔었다.
 
 
우리시대 이런 감독과 함께 영화를 논할 수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무척이나 큰 축복일 것이다.
5월이 가기전 공중파 방송에서 보여준 이 영화는 다시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그 시기로 영화처럼 되감기를 해볼 수있었던 시간이었다. 난 그 시대들을 어떻게 살아왔던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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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블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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