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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삼순이가 있다면 일본에는 진짜 못난이 미유키가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엔 일순 삼순이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절대 못난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못나이라 우기며 나왔던 삼순이. 비록 살이 좀 쩠지만 그 미모가 어디가랴...어찌되었든 기존 여배우의 이미지를 버리고 산뜻해진 이 삼순이는 하나의 트랜드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었다.
올 초에는 일본에서 정말 못난이가 등장하는 미모지상주의 파괴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었다. 김선아가 주는 섹시함도 미모도 갖추지 못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코미디언 출신의 살찐 주인공의 등장은 일본내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을 듯 하다.
남들이 보면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외모를 가진 미유키(무라카미 토모코)는 배우가 되기 위해 도쿄로 이사와 라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예기획사에서 연기연습을 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 동거하는 친구들은 모두 잘나고 이쁘다.
잘나가는 버라이어티 작가인 오사무(이나가키 고로-SMAP 멤버, 위험한 소년3, 개인교수, 소믈리에, 최면, 기묘한 이야기, 음양사, M의 비극....)는 유명 모델을 애인으로 두고 있는 잘나가는 유명인이다. 항상 즐겁고 웃긴 이야기만 생각하는 그에게 어느날 천사가 찾아온다.
방송국 복도에서 우연히 CF 촬영 때문에 발레복을 입고 있던 살찐 미유키를 보는 순간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고 외친다. 물론 그가 고민하는 버라이어티에 걸맞는 최고의 배우로서 말이다.
그렇게 그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웃음 제조기)에 반해 자신의 쇼 프로에 등장시키려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지만, 미유키는 초지일관 자신의 꿈인 배우가 되기위한 길만을 생각한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의 길을 걷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사 사장은 미유키에게 더이상 배우로서는 가망이 없으니 더이상 노력하지 말라 전한다. 그리고 어느순간 사랑을 하게된 오사무에게 예전의 애인이 다시 찾아오게 되고 고백다운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도쿄를 떠나 자신의 집으로 귀향을 하게 된다.
언제나 자신을 닮은 미유키에게 강직한 모습만을 보인 아버지는 그렇게 풀죽어 돌아온 딸이 너무 안스럽다. 그리고 기획사에선 미유키를 위해 미유키의 고향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미유키의 후배들을 MC로 보내게 된다. 미유키가 배우가 아닌 충분하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개그우먼으로서의 자질을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실의에 빠져있던 미유키는 다시 힘을 얻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다시 동경으로 향한다.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드라마는 보잘것 없는 한 여인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려 했나? 한국의 삼순이처럼 그럴싸한 능력도 없다. 유학도 갔다오지 않았다. 그리고 삼순이처럼 키가 크지도 않고 말이다. 150에 공처럼 둥글둥글하고 라면집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며 배우를 꿈꾸는 그녀는 어쩌면 우리 소시민들의 일상과 꿈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멋진 인물들을 꿈꾸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다. 연애인들처럼 대단한 외모를 가지지도 못했고 그런 외모를 따라가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는게 현실이다.
드라마의 제목인 <못난이의 눈동자를 사랑해>를 보면 주인공인 남자 배우인 오사무로 묘사되지만 정작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못난이인 미유키이다. 너무 보잘것 없어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하기도 힘들었던 이 못난이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 외의 모든이들은 그저 조연일 뿐이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결과를 알려주고 시작한다. 어차피 이 둘은 결혼을 해서 아들, 딸 둘을 낳아 잘 살것이다란 메세지를 주며 그들이 어떻게 맺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이 드라마는 분명 평범한 여성들의 로망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남자, 여자 모두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다. 최근의 경향이라고는 하지만 남자들도 화장을 하고 여자 못지 않게 외모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는 DNA를 통해 잘난 사람들 외에는 후세를 둘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는 영화같은 예측들이 충분한 가능성으로 보여지는 세상이다.
아직은 일부이지만 미국에서 싱글맘들은 최고의 정자를 찾아 많은 돈을 들여 2세를 얻는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하나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7명 정도의 아이들이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데 참 씁쓸한 뉴스가 아닐 수없었다. 최고의 학벌과 최고의 건강상태를 지닌 DNA만이 선택되어져 만들어질 미래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앞서서 보도되었던 뉴스처럼 가상의 가족처럼 일부 다처제에 태어난 한 가족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외모지상주의는 미디어의 힘이 크다. 언제나 우린 주변에서 볼 수없는 미남 미녀들속에서 살아간다. 절대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없는 멋진 남녀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또 다른 멋진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고...참 재미없고 힘들다.
미(美)라는 것은 평범하지 않고 특출나기 때문에 미(美)라는 명칭이 붙는거 아닌가? 모두들 동일한 미모를 가진다면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미는 아니겠지...그런 상황이 빚어진다면 다른 변별성을 갖춘 용어가 태어날 것이고 또 우린 그 특별난 용어에 올인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정말 보잘것 없는 여주인공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갖춘 미모의 여인들과 사귀었어도 정작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있는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못난이였다. 항상 웃을 수있고 즐겁게 해줄 수있는. 이는 주인공이 웃음을 쫒는 인물이고 웃음을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맞춰진 설정이지만, 사랑은 그렇게 선남 선녀들이 만나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산술적으로 따져서 나오는 것이 사랑의 조건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 자체가 엄청 재미있고 그러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지루해져 하품이 나오기도 하고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들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순이보다 미유키가 나오는 일본판 삼순이가 더 좋았던 것은 더욱 사실적이었다는 것일 것이다.
작년엔 일본에선 못난이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엄청난 미모를 가진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전차남>이 최고의 인기였었다. 남자와 여자가 상대적으로 못난이인 이 두 주인공이 등장해 우리가 상상해왔던 꿈을 이뤄내는 과정들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로망이 드라마를 통해 실현된다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못난이가 있기 때문에 잘난이가 있는 것이다. 잘난이들만이 있다면 너무 무미 건조하지 않은가? 못난이인 우리가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잘난이들에게 즐겁게 살 수있도록 여유롭게 바라봐 주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 무리하게 따라하기 할 필요없이 말이다. 다수이기에 못난이일 수는 없다. 스스로 못난이라고 하지 않는한 우리들은 그 누구도 못난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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