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의 미학 — 란티모스 6부작 · Vol.6 (완결)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더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 《Kinds of Kindness》
지금까지 란티모스의 세계에서 복종을 강요한 것은 가족이었고, 사회였고, 운명이었고, 권력이었고, 창조주였습니다. 모두 외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Kinds of Kindness》(2024)에서 통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 당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당신의 삶에 구조와 의미를 준다고 말하는 사람.
배우 조 알윈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친절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강압적 통제이고 권력 불균형이다." 이것이 복종의 가장 완성된 형태입니다. 알아채기 가장 어려운 형태.

목 차
원점으로의 귀환 — 《가여운 것들》 이후의 란티모스
《가여운 것들》은 란티모스의 가장 화려하고 접근하기 쉬운 영화였습니다.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엠마 스톤의 여우주연상.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입니다. 《Kinds of Kindness》는 그 직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정반대 방향을 향합니다.
화려한 스팀펑크 미장센 대신 평범한 현대적 배경. 한 명의 주인공 서사 대신 같은 배우들이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세 편의 이야기. 해방의 서사 대신 복종과 통제의 반복. 란티모스는 《가여운 것들》로 넓어진 관객에게 다시 불편함을 돌려줍니다. 이 영화는 《송곳니》를 만들었던 란티모스, 에프티미스 필리포와의 다섯 번째 공동 작업입니다. 원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세 개의 이야기, 하나의 질문
영화는 세 편의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같은 배우들(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윌렘 다포, 마거릿 쾰리)이 각 이야기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로버트(제시 플레먼스)는 상사 레이먼드(윌렘 다포)의 모든 지시를 따릅니다. 언제 결혼할지, 어디 살지, 무엇을 먹을지까지. 어느 날 레이먼드가 특정 차 사고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로버트는 거부합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너집니다. 두 번째 이야기. 형사 다니엘(제시 플레먼스)의 아내가 실종 후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는 돌아온 아내가 진짜 아내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 한 종파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성을 찾는 임무를 맡은 에밀리(엠마 스톤). 그녀는 믿음과 복종 사이에서 자신을 잃어갑니다.

세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러나 같은 구조를 공유합니다. 누군가가 타인의 삶을 완전히 통제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통제는 언제나 친절이나 사랑, 또는 더 나은 것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됩니다.
'친절(Kindness)'이라는 제목의 의미
영화의 원제는 'R.M.F.'였다가 'And'로, 최종적으로 'Kinds of Kindness'가 되었습니다. 이 제목이 이 영화 전체의 열쇠입니다. 친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란티모스가 보여주는 친절은 모두 통제를 포함합니다.
레이먼드는 로버트에게 삶의 구조를 줍니다. 그것은 친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구조는 로버트의 자율성을 완전히 소거합니다. 종파 지도자들은 에밀리에게 소속감과 목적을 줍니다. 그것은 친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소속은 자아를 지우는 조건입니다. 배우 조 알윈의 말이 정확합니다. "친절로 쓰면 친절이지만, 실제로는 강압적 통제다."

이것이 이전 편들의 통제와 다른 점입니다. 《송곳니》의 아버지는 명백하게 감금했습니다. 《더 랍스터》의 호텔은 규칙을 명문화했습니다. 그러나 《Kinds of Kindness》의 통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처럼 생겼습니다. 배려처럼 생겼습니다. 이것이 가장 완성된 형태의 복종입니다. 스스로 복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복종.
RMF — 세 이야기를 묶는 침묵의 인물
세 이야기 모두에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R.M.F.(요르고스 스테파나코스). 그는 대사가 없습니다. 각 이야기에서 짧게 등장했다가 사라집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사고로 죽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란티모스는 이 인물에 대해 "특정한 것을 상징하지 않는다, 원하는 해석을 대입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존재 자체가 의미를 만듭니다. 세 이야기는 각각 독립적인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RMF는 그 세계들을 관통합니다. 마치 통제와 복종이라는 패턴이 시대를 관통하듯, 공간을 관통하듯. 그 패턴은 한 이야기 안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Sweet Dreams로 시작해 Brand New Bitch로 끝나는 이유
영화는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로 시작합니다. 애니 레녹스의 목소리가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이용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들은 당신에게 이용당하고 싶어 한다." 이 가사가 영화 전체의 요약입니다. 통제와 복종은 언제나 양방향입니다.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받기를 원하는 자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영화는 엠마 스톤이 COBRAH의 'Brand New Bitch'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 두 음악 사이의 거리가 이 영화가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꿈꾸며 시작하지만(Sweet Dreams), 그 꿈 안에는 항상 지배와 복종의 구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것을 요구합니다(Brand New). 그러나 그것이 진짜 자유인지, 란티모스는 또다시 대답하지 않습니다.
복종의 미학 — 6편이 완성한 것
6편에 걸쳐 란티모스는 하나의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인간은 왜 복종하는가. 그리고 6편에 걸쳐 그는 여섯 개의 다른 답을 제시했습니다.
《송곳니》는 말합니다. 언어가 세계를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언어를 배운 사람은 복종이 당연하다고 느낀다. 《더 랍스터》는 말합니다. 혼자이면 동물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제도에 복종한다.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는 말합니다. 운명 앞에서 인간은 책임을 포기한 채 복종한다. 《더 페이버릿》은 말합니다. 권력을 얻기 위한 복종이, 결국 또 다른 복종으로 귀결된다. 《가여운 것들》은 말합니다. 복종의 구조 안에서도 해방은 가능하다. 그러나 출발점이 통제였다면, 그 해방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Kinds of Kindness》는 말합니다. 가장 위험한 복종은 친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여섯 편의 영화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복종은 강요되는 것만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선택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자발적으로 느껴질수록, 우리는 그것이 복종임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란티모스의 영화들이 불편한 이유는 잔인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복종의 미학 — 란티모스 6부작 전편
Vol.1 《송곳니》(2009) — 언어를 통제하면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가
Vol.2 《더 랍스터》(2015) — 사랑을 제도화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Vol.3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2017) — 공정한 불의가 가능한가
Vol.4 《더 페이버릿》(2018) — 권력의 자리에서 여성은 어떻게 싸우는가
Vol.5 《가여운 것들》(2023) — 몸이 자기 것이 되는 과정
Vol.6 《Kinds of Kindness》(2024) — 선의라는 이름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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