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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2차 가해로 2심 13년 형으로 가중, 너무 당연한 결과다

by 조각창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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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선수를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폭행한 조재범에 대해 2심은 가중 처벌했다. 통상적으로 2심에서 감형이 되는 경우들이 일상적이지만, 가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조재범의 범죄가 심각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선수인 심석희가 이런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듯하다. 그가 용기를 내서 세상에 밝히지 않았다면 조재범은 뻔뻔스럽게 잘살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범죄에 맞서는 순간 세상은 조금씩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만약 심석희 선수가 두려워 침묵을 선택했다면, 가해자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힘들고 두려울 수도 있지만,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독버섯처럼 자리한 범죄자들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고인은 3년에 걸쳐 강간과 추행 등 모두 27회에 걸친 성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피해자는 믿고 의지해야 할 지도자로부터 범행을 당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가 항소심 법정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새로운 주장을 했으나, 피해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피고인의 주장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10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충 2심까지 넘어오면 감형을 하는 경우들이 허다했다. 거짓 반성문을 써내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해자가 피해자라도 되는 듯 온갖 억울함을 표현하는 범죄자들을 판사들은 믿고 감형을 시켜준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2심 재판부는 조재범이 심석희에게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 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잔인하고 집요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코치라는 입장을 앞세워 권력형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 범죄자가 아닐 수 없다. 

 

조재범은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 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상황을 생각해보면 심 선수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을지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코치나 감독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만큼 운동선수들에게 그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자들이란 의미다. 그런 자가 어린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런 성범죄자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같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범죄를 당하고 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뒤늦게 신고를 했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2차 가해다. 피해자는 가해자보다 약하다. 그리고 그런 범죄에 피해자가 된 이들 중 몇이나 제대로 저항하고 바로 신고해서 처벌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도 얼마나 될까?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운동선수들에 대한 성범죄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악랄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면 절대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지속적으로 범죄를 부정하다, 항소심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이를 재판부는 2차 가해라고 확신했다. 당연하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합의하에 한 행위라는 것만큼 지독한 가해는 없다. 

 

조재범에게는 범죄사실 중 심 선수가 고등학생이던 2016년 이전의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그런 점에서 13년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가 한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라는 점에서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이 사건의 판결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것이다. 운동 현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면 인생이 끝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조재범 사건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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