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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방송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 기술이 만든 기적

by 조각창 202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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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에게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일정 부분 모두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점점 우리의 입지를 좁게 만들기도 하지만 편리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전에는 느낄 수 없는 편리함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기계가 인가는 대처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MBC 스페셜'이 준비한 '너를 만났다'는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어린 나이에 암으로 먼저 하늘로 간 아이를 잊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VR 기술을 통해 아이를 다시 불러왔다. 나연이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대한 비슷한 상황과 목소리를 재현해낸 모든 과정은 감동이었다.

네 아이를 둔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 세상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 가족은 말 그대로 행복하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나이 차가 많지 않은 첫째와 둘째는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해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가는 길목만 되면 아픈 엄마.

 

목이 갑자기 붓기 시작한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향하는 엄마는 두렵다. 하늘로 먼저 간 셋째도 그렇게 목이 부어서 병원을 찾았다 혈액암 판정을 받아 하늘로 먼저 갔다. 그 두려움이 둘째의 증세와 겹치며 불안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단순한 감기라 생각했던 나영이가 3년 전 그렇게 떠났으니 말이다.

 

7살 어린 아이를 먼저 보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은 여전히 어린 세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참아내고 몰래 아파하는 것이 최선인 엄마와 아빠의 삶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아빠가 꿈에서 나연이를 보고 서럽게 울다 옆에서 자던 아내가 깨워 일어났다고 한다.

 

꿈에서라도 딸을 봤다는 말에 부럽다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마음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부모에게 가장 아픈 것은 먼저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것이다. 딸이 태어난 날을 왼손에 문신으로 세겨둘 정도로 엄마에게 먼저 간 나연이는 소중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 사연만 없으면 너무 평범하고 아름다운 가족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아이들과 부모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막내와 특별하게 가까웠던 넷째. 그런 언니를 어린 나이에 떠나보낸 막내는 사진으로 언니를 추억한다. 그 기억이 만들어진 것인지 정말 기억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아이는 언니를 그리워한다.

 

큰 아이이지 오빠는 동생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했다. VR 촬영도 반대했다. 그 아이가 담고 있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은 그렇게 아프게 남겨져 있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생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신중했던 아이가 모든 것을 허락하며 기억한 동생은 착했다.

 

언제나 웃던 동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세상은 아이들에게도 큰 아픔이고 고통이었을 것이다. 단짝 친구에게 동생이 하늘 나라로 먼저 같다는 이야기를 한 둘째 역시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항상 동생 이야기만 나오면 울고 있는 모습이 어린 아이에게도 힘겨웠을 것이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지만 꿈에서 만날 수 없고 내 꿈에서 나연이는 웃지 않는다. 나의 죄책감 때문인지 늘 원망의 눈빛이었다.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 꾸고 싶었던 꿈을 꾼 거 같이."

 

"나의 사랑스러운 세 아이들의 웃음이 우리 나연이의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 슬프지만은 않다. 나연이를 그리워하고 아파하기보다는 더 많이 사랑하면서 내 옆의 세 아이들과 많이 웃으며 살고 싶다. 그래야 나연이를 만날 때 떳떳할 수 있을 거 같으니"

 

나연이 엄마는 아이의 투병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작성했었다. 그렇게 아이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그 공간에 방송된 아이와의 만남에 대한 소감을 적었다. 이게 사실이 아닌 꾸며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아주 잠시였지만 꿈에서도 그리던 나연이를 아주 잠시나마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해했다.

남은 세 아이가 나연이 빈 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며 이제는 슬프지만은 않다는 엄마의 표현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나연이와 만나는 VR 세상. 그곳에서 아이와 처음 만나는 순간 엄마는 한없이 울었다.

 

아이가 살아돌아올 수는 없다. 그리고 나연이와 똑 같지도 않지만, 나연이를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나 간절함으로 다가왔다. 나연이 생일에 편지를 써서 태워 하늘에 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감히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기술은 그렇게 우리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너무나 그립지만 꿈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아이를 VR을 통해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아프지만 항상 아파할 수 없는 그래서 아이들과 더 행복해져야 할 나연이 가족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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