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누구를 위한 법인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낙태가 죄는 세상에 대한 분노다. 후진적 법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폐지는 당연해 보인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종교적인 입장을 앞세워 태아도 생명이니 함부로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도 낙태는 죄악이라는 주장을 그들은 펼치고 있다.

 

낙태죄가 사라지면 여성들이 문란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도 펼친다. 기본적으로 여성은 문란하고 책임감도 없는 존재라는 기본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논리다. 비논리를 논리로 펼치려니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여성을 악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다. 임신 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30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중국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낙태죄 폐지의 정당성을 이야기했다. 국가가 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여성은 더는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라는 명확한 선언이다. 낙태죄는 국가가 이를 강제하는 법이라는 명확한 선언이다.

 

낙태죄의 근간은 여성이 임신을 하면 함부로 낙태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당연하다. 왜 여성들에게 함부로 이런 강요를 할 수 있는가? 더욱 이를 법으로 만들어 처벌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유산 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 건강권 보장,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명 개정,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형법 제269조 폐지를 외치는 이유다.

 

"가장 작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이 가장 안전해야 할 모태 속에서 위협받는 것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테러와 집단학살 못지않은 최악의 비극이다. 낙태죄라는 명백한 기준이 헌법에서 사라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핸들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생명윤리의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 것이다"

"대한민국이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진정한 인권의 나라가 되고, 우리 사회가 미래에도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로서 존속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 낙태죄는 결코 폐지돼서는 안 된다"

 

낙태죄를 반대하는 이들은 같은 시각 모여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낙태죄 폐지를 테러와 같은 최악의 비극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범죄보다 비극이라는 주장이 가지는 공포 자극은 그들의 논리의 빈약함을 잘 드러낸다. 낙태죄 폐지를 고장 난 자동차로 비유하는 것 자체도 여성을 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 정도로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이를 집단학살에 비유하는 이들의 과격함은 폭력 그 이상의 행동이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당장 세상의 모든 여성이 낙태를 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니 말이다.

 

여성은 더 이상 무언가의 도구가 아니다. 여성은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 낙태를 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들이 장난처럼 낙태를 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우려는 존재할 수 없는 기우일 뿐이다. 여성들이 낙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낙태죄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년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현실적인 성교육을 통해 사회 전체가 변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낙태죄로 오직 여성에게만 짐을 지우는 한심하고 구태한 사고를 버리고 여성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해 가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우리 시대 낙태죄는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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