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폐암으로 별세 장례는 영화인장 애도 물결과 냉정함 사이

신성일은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다. 영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대한민국에서 신성일이라는 배우는 꽃미남 배우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루에도 서너 개의 영화를 찍던 말도 안 되는 시절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을 남긴 신성일은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인이다. 

신성일과 엄앵란 결혼은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당대 최고 화제였다. 결혼식을 보기 위해 말 그대로 서울 시민이 다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지금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과거에는 존재했었다. TV도 많지 않았던 시절 영화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였으니 말이다.

향년 81세인 故 신성일은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오랜 시간 암으로 투병을 하면서도 논란을 불러오는 행동으로 인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화배우로서 혁혁한 공헌을 세웠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행동과 발언들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고인은 자신의 자서전에 바람 피운 사실을 자랑스럽게 적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신성일의 행보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렇게 이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엄앵란은 이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이혼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이다. 내가 먹여 살려야 하고, 죽을 때까지 VVIP 특실에서 대우 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시는 것 나는 못 본다. 내 남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

故 신성일이 폐암 진단을 받은 지난해 그의 아내 엄앵란은 수천 만원의 병원비를 부담해왔다. 그리고 이 발언은 지난 3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딸 수화 씨가 밝힌 내용이다. 엄앵란은 남편을 자신이 책임져야 할 큰 아들이라 칭했다. 그들의 결혼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인은 부인에게는 철없는 남편이었다는 의미도 되니 말이다. 자신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책에 적고 이를 당당하게 말할 정도면 집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부부의 연으로 살겠다는 엄앵란의 모습은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으로 다가온다. 

고인은 4일 오전 2시 30분 전남 소재 한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에도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최근 끝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할 정도였다. 그 자리가 대외 활동의 마지막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는 11월 9일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8회 아름다운 예술인상'시상식에서 공로예술인상 부문 수상자로 고인이 선정돼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인이 되어 9일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추모하는 자리로 변하게 되었다. 

고인은 생전에 507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았다. 과거 엉망이었던 시절에나 가능한 출연 편수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편수라는 점에서 기록은 깨어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고인은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했다. 

1964년 '맨발의 청춘', 1974년 '별들의 고향, 1977년 '겨울 여자'등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신성일의 데뷔작에서 처음 만난 엄앵란과 1964년 결혼했다. 데뷔작에서 만난 배우와 결혼해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이들 부부는 아들과 두 딸을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었다.

아들 강석현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1989년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후 그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는 그렇게 이제 영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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