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Entertainment/드라마 리뷰

9. 네 멋대로 해라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결코 잊을 수없는 로망.

by 조각창 2008. 2. 29.
728x90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잊은 사람들도 많고 모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폐인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드라마 명작임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갑자기 왠 <네 멋대로 해라>인가?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경이와 복수가 다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박성수 감독은 양동근과 함께 새로운 TV드라마를 연출하고 이나영은 새로운 영화를 촬영중이다. 비록 인정옥 작가의 작품이 상업성에 밀려 무기한 연기가 되었지만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이 시기에 다시 한번 본 이 드라마의 잔상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함을 느꼈다.
 
소매치기 청년이 뇌종양으로 얼마 못산단다. 그런 청년에게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 천사같은 여인을 만나 어렵지만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진실된 사랑에 삶의 기쁨을 느낀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의 요약으로 볼 수있을 것이다.
 
고복수는 이혼한 아버지와 산다. 그건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의 일이다. 복수는 어린 시절 이혼한 가정에서 아버지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졌다. 몇년만 참으라는 말과 함께. 그는 소매치기의 삶을 살며 몇번의 교도소 출입을 했다. 아버지는 이제 나이들어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복수의 삶을 되돌려 놓기위해 혼신을 다한다. 그러나 복수는 여전히 소매치기의 일을 버리지 못한다.
 
경은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밴드의 키보디스트이며 작곡가이다. 그녀는 순진하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밴드의 보컬 언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긴다. 그녀는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들의 앨범을 내려 모았던 돈 500만원을 찾는다.
 
그들은 그렇게 만난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온 경. 그 경을 목표로 접근하는 복수.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목숨과 바꾼 그 운명의 끈은 그들을 어떻게 옭아 멜 것인가?

복수는 경을 만나며 새로운 삶을 다짐한다. 그리고 경은 소매치기인 복수를 통해 용서를 배우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갖는다. 복수는 경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쓰러지며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음을 알게 되며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만난 경. 그리고 복수는 경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한없이 커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만난 스턴트맨의 삶. 복수를 새로운 삶으로 인도한 동기이다.
 
경의 아버지는 호텔을 경영한다. 그렇다고 타고난 부자가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지금의 부를 쌓아올린 자수성가 부자이다. 그런 아버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경멸한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경을 몹시도 싫어한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당신의 부인을 끔찍이도 사랑한다. 경은 혼란스럽다. 나와 가족. 물과 기름같은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복수를 만났다. 자신의 가장 아픈 기억에 일조한 복수를 만났다. 밉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복수라는 인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매치기에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이 청년 복수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복수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경과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을 탓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복수의 아버지와 자신 때문에 소매치기가 되어버린 복수를 보며 다시 삶의 구렁텅이로 들어선 어머니. 복수의 가정은 그렇게 와해되고 뭉치게 된다. 홀로 남은 복수...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경이 복수의 가족이 되며 그에게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게 된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두려운 복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복수와 경에게는 그들을 사랑하는 또다른 이들이 있었다. 소녀가장 미래는 복수와 오랜 세월 같이 지낸 부부와도 같은 존재이다.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미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복수와 그녀의 동생이다. 그런 복수에게서 어느날 다른 여자의 향기가 난다..그녀는 직감적으로 복수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경을 만나고 결코 미워할 수없는 경과 그녀는 이상한 우정을 맺는다. 그녀는 슬프다. 자신이 너무 사랑한 복수. 그 복수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의 행복을 위해선 자신이 물러서야 하는 상황이 무척이나 답답하고 슬프다. 경을 좋아하는 한기자는 타고난 부자이다. 부업처럼 가진 기자라는 직함. 경도 한기자가 싫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기자는 자신의 틀안에 자신을 묶으려 하고 그런 과정에서 경은 그와는 너무 다른 복수가 자신에게 들어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복수에게는 너무 대단한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 누구도 갈라 놓을 수없는 끈끈함으로 둘러 쌓이게 된다.

이 드라마가 나온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꾸준히 그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 담겨져 있었던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삶에 열광하는 폐인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열광하게 만들었는가?
 
일단 기존의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뇌종양에 걸린 20대 중반 소매치기 청년과 부자집 딸이며 밴드를 이끌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이야기. 언뜻 보면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드라마 공식은 이 드라마에서 찾아 보기는 힘들다.
 
주연인 이나영과 양동근의 연기력 만큼이나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는 이 드라마를 더욱 찰지게 만들 었다. 복수의 아버지로 출연한 신구의 연기는 가히 신의 경지라고 칭해도 좋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울었었던 자살장면. 그로 인해 망가진 가정 그리고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아버지가 아들이 뇌종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함을 알고 자책하며 죽어가는 모습. 강렬하다. 어머니역의 윤여정 역시 이름에 걸맞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미래역의 공효진은 내가 본 그의 연기중 최고였었다. 이 드라마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하면 미래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긍정적이고 멋진 배역이 바로 미래였다. 아마도 공효진이 아니면 이 연기를 그렇게 맛깔스럽게 만들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동건과 이세창의 조연도 좋았다. 그들을 새롭게 볼 수있는 기회였음이 좋다. 정두홍의 연기는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공은 인정옥 작가의 글의 힘일 것이다. 일단 제안은 박정수감독이 먼저 내 놓았다고 한다. 뇌종양에 걸린 20대 청년의 삶을 그려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인정옥 작가는 복수와 경을 만들어냈고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들어 냈다.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는 문장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드라마내내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들과 대사들은 아직도 심금을 울린다.

나에게 이 드라마는 대단함 그 자체이다. 드라마에 미쳐 일상의 시간들이 이 드라마에 맞춰져 돌아가야 했고 한 동안은 그들의 삶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내홍이 심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들의 삶에서 완전히 나오지는 못했다. 아니 그렇게 나가고 싶지도 않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대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 미친 사람들은 많았다. 소수이지만 진정한 팬이었고 드라마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클럽들이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직도 드라마를 추억하고 있다. DVD로 나온 이 드라마는 최고의 판매고를 올려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드라마에 빠진 이들은 DVD를 통해 그들의 추억과 사랑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이 입었던 옷들과 신발, 장신구들은 그들에게 갖춰야할 필수품이 되었고 미완성 밴드의 실재 밴드인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반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드라마속의 경과 이나영의 실재 모습은 많이 닮아있다고 한다. 뭐 살아보지 못해 뭐라 할 수없지만 정말이라면 내 얼마후에 죽는다고 해도 복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드라마를 방영하던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것은 없다. 삶을 살아가면서 그런 사랑을 한번쯤 해본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축복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로또 복권에 10번 연속 1등에 당첨되는 것과 이나영과 사랑을 할 수있는 것은 같다. 만약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 후자이겠지만 내가 로또에 단 한번도 당첨되지 못한 것처럼 나에게는 그저 공상일 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드라마속의 경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복수처럼 죽음과도 바꾸고 싶다.
 
내가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것은 이나영에 대한 공상과 더불어 복수가 처한 상황과 그 상황을 이겨내가는 방식이었다. 만약 나에게 8개월 정도의 삶밖에는 없다면 어떻게 할까? 치열하게 살아갈 수있을까? 드라마를 보면서부터 현재까지 계속 되뇌인다.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만약 시한부의 시간이 주워진다면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자책의 시간과 함께 치열함에 대한 교과서로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한 대상이 되어버렸다.
 
혹시 아직도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분들이 계시다면 꼬옥 한번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려고 들인 노력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얻을 수있음은 당당히 말할 수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수있음을 말이다.
 
나태해진 삶에 활력이 되어주는 이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는 나에게는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보며 나의 우둔한 영화보기에 슬퍼했던 기억처럼 이 드라마는 내가 살고 있고 살아야 할 이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지침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5년 블로그중에서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