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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도가니 미국 상영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by 조각창 2011.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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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 영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도가니>가 미국에서 상영이 됩니다. 비록 상영관수가 극단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상영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자극적 상업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영관수가 극단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지만 조심스럽게 성공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이유는 영화의 주제가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의해 감행되는 약자에 대한 폭력, 전 세계 모두가 느끼는 공감이다




영화 <도가니>는 2011을 상징하는 가장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도가니 법'을 발효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학교와 재단은 폐쇄와 법인 인가 취소라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어린 장애아들을 성폭행했던 장소와 이를 주도하고 묵인했던 재단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폭행에 관대한 나라에서 '도가니'로 인한 공분은 일명 '도가니 법'이라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서 13세 이하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공소시효도 사라지고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강화되는 효과까지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장애인 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장애인을 성폭행할 경우 1/2 가중 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유사한 상황 반복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법 개정을 통해 예방효과를 높였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묵인되고 용인되는 법해석의 문제와 쉽게 고쳐지지 않는 장애인 폭행 등은 시민들이 감시자가 되어야만 근절될 것입니다. 최근 20대 만취남이 정신연령이 12살도 안 되는 시각, 청각 장애인을 성폭행했음에도 법원에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며 무죄 판결을 한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보호는 멀기만 합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1심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던 지방법원의 원장이 가해 남성의 변호사로 있었다는 사실 역시 영화 속 '도가니'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화 속 현실은 이어지고 있고 장애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역시 극과 극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도가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도가니'가 북미 15개관에서 개봉된다는 것은 한인을 위주로 한 개봉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보통 미국의 경우 개봉 영화가 3, 000개 이상의 동시 상영을 시도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상영관 숫자이기에 단순히 관람객의 숫자로 이 영화의 성공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도가니'가 지니고 있는 보편성입니다.

미국에서는 숱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 중 하나가 바로 '도가니'와 유사한 범죄들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불합리한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습니다. 이는 곧 공감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15개관으로 시작하지만 현지의 반응에 따라 확대 개봉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입니다.

아동 성범죄에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법적용을 하는 미국에게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도가니'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진 힘없는 자들에 대한 분노는 국내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공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용을 보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유아 성폭행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주목을 받는 다기 보다는 부도덕한 권력들이 어떻게 사회를 망가트리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당연히 관객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법정 장면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점에서도 국내와는 또 다른 흥미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국내에서 법정 장면들이 공분을 이끌며 분노의 장소로 사용되었듯 미국인들에게도 비슷한 공분을 이끌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법정 드라마에 익숙한 그들에게는 이런 법정 공방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권력층들인 재단 법인과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정의에 반하는 일을 도모하는 그들의 모습은 미국 관객들에게도 남의 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고 책임지는 주체라 자부하는 권력 집단들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들의 범죄에 눈감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권력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고 그런 권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분노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은 영화에서도 익숙하게 반복되던 패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분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도가니'는 미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는 합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때론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도가니'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사회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들도 늘어나겠지요. '도가니'가 미국에서도 시민사회에 담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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