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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무죄 선고 여성단체와 안 지지자 엇갈린 주장과 판결 의미

by 조각창 2018.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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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과 관련한 1심 선고가 무죄 판결이 났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혐의가 무죄로 판결 났다는 것은 의외다. 그동안 알려진 내용들을 보면 무죄가 나오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일 정도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의 보도 행태에 따라 사건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언론 보도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대선 유력 후보자이기도 했던 안 전 지사는 가장 주목 받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며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밖에 없었다. 차기 대선 후보 주자로 주목 받던 인물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1심 재판부 조병구 판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했다. 위계가 아닌 그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남녀 사이의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지은 씨의 성폭행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사건의 경우 증거라는 것은 김지은 씨의 주장이 전부다. 이 상황에서 수사와 판결은 김 씨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인지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쉬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과정에서 핵폭탄급 폭로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모든 미투 운동을 모두 빨아들일 정도로 강력했다. 안희정 판결이 이후 미투 운동 사건 피해자 판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을 통해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이수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2심 판결이 어떻게 될지 더욱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온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법 입구에서 취재진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다시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짧게 사과만 하고 돌아간 안 전 지사 사이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여성들과 "완벽한 무죄다. 무고죄다"를 외치는 안 전 지사 지지자들로 시끄러울 정도였다. 법원 입구에서 안 전 지사 판결을 기다리고 있던 여성단체 회원들은 무죄 판결에 장탄식을 할 정도였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 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위치에서 피고인의 권세와 지위 영향력이 행사 돼 피해자가 저항을 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상황을 법원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성폭력이 일어난 그 때, 그 공간에서 유형력 행사에만 초점을 맞춘 좁은 해석과 판단은 강간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 살피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은 항소심, 대법원까지 계속될 것이다"


안희정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하게 밝혔다.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 세상에 알려도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지사 지지층에서는 기본적으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법부 역시 그런 이유를 들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여성단체 측에서는 재판부가 좁은 해석을 통해 성폭행 가해자의 편에 선 판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력을 앞세운 성폭행이라 주장하는 피해 여성과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해 남성. 이 사건은 단순히 안희정과 김지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었던 수많은 가해와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실은 두 사람만 알고 있지만, 이를 사회적 기준을 삼아줄 수 있는 기준이 바로 사법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중요했다.


여성단체 측은 즉시 검찰이 항소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검찰 측도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이번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에서 과연 무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 판단이 잘못임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2심도 동일한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판결한 조병구 판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보수적인 판결을 해왔다고 알려진 그는 2010년 대전지법 홍성지원 재직 시절에는 시국선언을 주도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비슷한 사건이 전주지법과 대전지법에서는 무죄를 선고 했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판결을 하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이번 판결로 인해 비슷한 피해를 입은 많은 여성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용기를 내서 폭로를 해도 법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장과 주장이 충돌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증거가 존재해야 하지만 성폭력 사건의 경우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뒤늦게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그런 점에서 과연 재판부는 김지은 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다. 미투 운동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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