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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Dam

혜화역 시위 불편한가? 그럼 성공이다

by 조각창 201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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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에서 여성 6만 여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점점 그 숫자가 커지고 있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런 분노는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절대 아니다. 여자 대통령이 나와서 모든 여성들이 행복했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여성에 대한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시각과 행동들은 지난 10년 더욱 강렬하고 공고해졌고, 이로 인한 수많은 피해들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1차, 2차 여성시위 역사상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여 규탄했음에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들릴 때까지 외치자"


이날 시위 연단에서 나온 발언들 중 하나다. 몰카와 관련해 규탄했음에도 실질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쉽게 바뀌고 개벽에 준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면 그건 순진한 일일 것이다. 법을 개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는 그저 한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었다. 여성 대상 몰카와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듯 데이트 폭력 삼진 아웃제와 몰카를 없애기 위한 나름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기는 했다. 물론 이걸로 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데이트 폭력 삼진 아웃제'는 보다 세밀하게 나눠서 강력한 처벌을 해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원아웃 제도로 강력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사안들도 상정해 더는 부당한 폭력이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강력하게 이 사안들을 처리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사법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아무리 수사를 하고 처벌을 해달라고 올려도 판사들이 가볍게 판결을 하는 경우를 우린 너무 많이 봐왔다. 이런 기본적인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상정해 여성을 향한 범죄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판결을 할 수 있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주장을 해도 국회가 막고, 재판부에서 제대로 판결을 하지 않으면 그건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위 도중 문 대통령을 비난하며, 의도를 왜곡하는 모습은 그래서 아쉽다. 그렇게 법을 바꿔야 한다면 사법 개혁과 방탄 국회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야 한다. 


실제 일을 하고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은 없이, 문 대통령 비난이 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존재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대통령보다 실질적으로 여성 문제에 보다 집중하고 있고,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문 대통령 비난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촛불시위 혁명이고 혜화시위 원한이냐'라는 손팻말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현장에 모인 여성들이 어떤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와 '여성유죄 남성무죄'라고 외치는 구호 속에서도 그동안 억눌린 억압의 분노가 느껴진다. 


문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주장이 문제가 된다. 모든 남성을 적이라 규정하는 상황에서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그저 진보가 아닌 파괴를 위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궁극적인 이유가 지구의 반인 남성 모두를 적으로 삼는 것이 목표인가?


아주 나쁜 남성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남성들 역시 많다. 그런 많은 동조자들마저 적으로 만드는 구호와 발언들이 공공연하게 이어지게 된다면 그들의 외침은 점점 공허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잘못을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정당하다. 


여성들의 분노에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그만큼 크게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불편함이 커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불편함을 느껴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을 넘어 상대를 분노하게 된다면 이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다 지능적인 분노를 해야 할 시점이다.


사법부와 국회, 경찰 앞에서 그들이 바뀌어야 세상이 변할 수 있음을 외쳐야 한다. 남성 모두가 적이 아니라 낡은 시스템과 잘못되고 어긋난 시선을 바꾸려 노력해야 많은 남성들 역시 동조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은 적이 아니라 모두 함께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동지일 뿐이다.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고를 가진 자들을 세상에서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불편함을 분노로 바꾸는 순간 변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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