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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방황하는 칼날-가슴이 먹먹해지는 마지막 장면, 살인자가 된 아버지를 누가 비난할까?

by 조각창 201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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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게 죽은 딸. 그런 딸을 죽인 아이들을 찾아 복수를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막고 살인자를 구해야 하는 형사.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 죄책감이란 존재하지도 않는 잔인한 아이들에 대한 피해자 아버지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은 단순하고 명료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누가 감히 가해자를 벌하는 아버지를 비난할 수 있는가!

 

 

 

 

암으로 일찍 하늘로 가야만 했던 엄마. 중간 관리자로서 항상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빠 상현(정재형)은 중학생이 된 딸 수진(이수빈)을 살뜰하게 챙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어린 딸이 홀로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드는 상황들 속에서도 사는 것이 힘겨워 어쩔 수 없었던 상현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나마 살 수 없을 정도로 힘들기만 했습니다. 

 

 

공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그에게는 그저 이 고비만 넘기면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항상 품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집에 돌아오지 않은 딸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날도 그는 고장 난 기계로 정신이 없던 그는 지독한 현실이 자신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하던 상현은 경찰에게 전화를 받고 황당해합니다. 자신의 딸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화를 내던 상현은 거듭된 전화로 어쩔 수 없이 경찰서를 찾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지독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체보관소에 있던 딸을 보고 어쩔 줄 모르던 상현의 딸의 손톱을 보고 더욱 마음이 찢어지기만 합니다. 반항하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쳤으면 손톱이 모두 깨지고 망가지고 피가 흘렀을지 어린 딸의 손톱만 봐도 그 지독한 마지막 순간이 떠올려 몸이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아이가 떠난 후 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오직 경찰서에서 앉자 범인 찾기를 기다리던 상현과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형사 억관(이성민)은 집에서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하게 대처하는 억관에게도 이 사건은 아플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빠 혼자 어린 딸을 키우다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정처 없이 매일 경찰서를 찾아 넋 놓고 앉아 있는 상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없이 처량하게 앉아 있던 상현은 누군가에게 온 메일을 본 후 그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상현이 사라진 후부터 용의자들의 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버려진 목욕탕에서 발견된 상현의 딸 수진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하나가 자신의 방에서 잔인하게 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범인을 지칭하지 못했지만, 억관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잔인한 수법을 보면 복수라고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런 대상이 수없이 많을 수 있겠지만, 상현의 모습을 통해 그가 용의자를 살해했다고 의심을 합니다. 그의 생각처럼 상현이 용의자를 살해하고 다른 용의자를 향해 어딘가로 향했다는 사실은 억관을 당혹스럽게만 합니다. 자신의 할일임에도 피해자 아버지가 직접 나서 살인을 하고 이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은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평생 누구 하나 때려본 적도 없는 아버지는 딸의 죽음과 그렇게 죽어가는 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순간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딸을 납치하고 마약을 먹이고 윤간까지 하고 버린 이 악랄한 놈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보고 전자기기 주인이라고 오해하고 훔쳐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들에게는 한 아이의 생명보다 휴대폰과 휴대폰이 더욱 중요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용의자 얼굴도 모른 채 그저 조두식(이주승)이라는 이름만 추적해갑니다. 조두식을 찾기 위해 떠난 그의 복수극에는 처참한 우리의 현실이 함께 있었고, 그는 눈밭을 뒤져가며 조두식을 찾기에만 집착합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자신이 찾던 조두식이 있음에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현과 여론을 위해 살인마이지만 미성년자인 조두식을 보호해야 하는 억관은 이 처참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하기만 합니다.

 

 

영화는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 노골적이면서도 강렬하게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미 미성년자의 범죄가 잔인함을 넘어 성인의 범죄 이상인 상황에서 과연 현재의 미성년자에 대한 법률이 정상적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내가 상현이라면 과연 그저 법에 맡긴 채 수수방관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상현과 비슷한 마음으로 범인을 찾아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억관이 고민하는 모습 역시 당연하게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게임시디 때문에 친구를 며칠 동안 때리고, 기절하면 라이터로 지져 깨어나면 다시 때리는 잔혹함을 보인 미성년자는 그렇게 자신의 친구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그 범죄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행복해 할 뿐입니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 자신의 죄 값은 모두 치렀다며 당당해하는 그 학생을 바라보며 억관이 느끼는 지독한 괴리감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와 하이라이트는 바로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그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답답함으로 다가오게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 억관과의 통화에서 상현은 자신의 딸이 숨질 때 입고 있었던 옷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이미 세상에 더는 살 이유가 없었던 아빠인 상현은 자신이 행한 복수가 결코 그 무엇도 되돌려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총알도 없는 공기총으로 조두식을 위협하던 상현은 그렇게 스스로 죽음으로서 많은 것을 남기려고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 마지막 하나 남은 총알을 버려둔 채 현장에 나섰던 상현에게는 복수의 방식을 달리하며 스스로 자신의 딸이 있는 곳으로 가기를 희망했습니다.

 

심각한 청소년 범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방황하는 칼날>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본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청소년 범죄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지 오래입니다. 잔인한 범죄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게 합니다. 

 

상현의 상상 속에서 만약 자신이 직장이 아니라 딸을 마중 나갔다면 이런 처참한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장면은 더욱 처참하게 다가왔습니다. 부당하게 노동시간에 쫓겨 가족을 돌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영화 속 성현과 수진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범죄를 기둥 줄거리로 이어가며 이는 단순히 소수의 비행 청소년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만든 구조적 문제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재형 인생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열연과 이성민의 조합 역시 최고였습니다. 이 지독할 정도로 암울한 이야기 속에 이 두 베테랑 배우들이 보여준 최고의 연기는 <방황하는 칼날>을 더욱 값지게 해주었습니다.

 

청소년 강력 범죄에 대한 대처 방안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이 영화는 던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당했을 때,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많은 이들은 상현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가 던지는 이 주제는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힘겨운 과제겠지만, 우리 모두가 나선다면 시작은 가능해질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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